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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돋보기] AI 패권의 분수령, 애플은 왜 구글을 택했나

연합뉴스입력
성능 경쟁 넘어 '사용자 도달률'의 전쟁 모바일 OS가 만든 새 권력 구조
애플과 구글 회사 마크(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승부는 '누가 더 똑똑한가'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은 사람의 손에 들려있는가'에서 갈렸다."

애플이 아이폰의 차세대 AI 두뇌로 구글 '제미나이(Gemini)'를 낙점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실리콘밸리 현지의 한 AI 전문가가 내놓은 평가다.

이 결정적 '한 방'으로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시가총액 4조 달러(약 5천800조원) 벽을 뚫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에 이어 '4조 클럽' 입성이다.

하지만 시장이 주목하는 건 단순한 몸값이 아니다. 모바일 생태계를 양분해온 애플(iOS)과 구글(안드로이드)이 생성형 AI라는 격전지에서 맺은 '전략적 동맹'이 가져올 파급력이다.

클라우드와 PC를 기반으로 독주하던 MS·오픈AI 진영과 모바일 OS(운영체제)를 쥔 애플·구글 진영 간의 균형추가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바일'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진 두 거인이 손을 잡으면서, PC 안에 갇힌 MS 진영이 구조적으로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다.

AI 패권 경쟁의 본질이 모델의 '성능' 싸움에서 사용자 단말을 장악하는 '도달률' 싸움으로 변곡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AI앱(EPA=연합뉴스)

◇ '모바일 봉쇄' 전략 통했다…구글, 플랫폼 승부수

구글의 시총 4조 달러 돌파는 전형적인 '플랫폼의 승리'로 읽힌다.

오픈AI의 '챗GPT'가 압도적인 성능으로 구글을 위협했지만, 구글은 자신들의 본진인 '모바일 생태계'를 무기로 판을 뒤집었다.

애플은 자체 AI(애플 인텔리전스)의 한계를 보완할 파트너가 급했고, 구글은 오픈AI의 추격을 따돌릴 확실한 우군이 필요했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양사는 단순한 검색 제휴를 넘어 제미나이를 매개로 한 'AI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이로써 구글은 전 세계 30억 대에 달하는 안드로이드 진영에 더해 20억 대 수준인 애플의 활성 기기(아이폰·아이패드 등)까지 잠재적인 '제미나이 영역'에 편입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4 mon@yna.co.kr

기기별 적용 속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사실상 지구상에 존재하는 스마트폰 대부분을 구글 AI가 관통하는 구조가 완성된 셈이다.

이는 MS와 오픈AI에 치명적이다.

아무리 모델 성능이 뛰어나도, 사용자 손바닥 위(모바일)를 장악한 OS 내장형 AI와의 '디폴트(기본값) 전쟁'에서는 이기기 어렵다.

챗GPT나 MS의 코파일럿이 앱스토어 순위권에 있더라도 OS 차원에서 구동되는 '순정 AI'와의 접근성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다.

갤럭시 언팩에서 공개되는 '구글 제미나이'(파리=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10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4에서 '갤럭시 Z 폴드6'와 '갤럭시 Z 플립6'에 탑재된 '구글 제미나이' 앱이 공개되고 있다. 2024.7.10 san@yna.co.kr

◇ '하드웨어 빈손' 오픈AI·MS의 위기…독자 기기 시급

반면 생성형 AI 시장을 주도해온 MS와 오픈AI 진영엔 비상이 걸렸다.

'모바일 플랫폼 부재'라는 구조적 약점이 뼈아프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이폰과 갤럭시 사용자는 이제 별도 앱 실행 없이 문자, 통화, 카메라 등 기본 기능에서 제미나이를 자연스럽게 불러낼 수 있다.

반면 '그릇(디바이스)'을 쥐지 못한 챗GPT는 결국 '남의 집'에 얹혀살아야 하는 처지다.

아이폰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17 시리즈 공식 출시일인 19일 서울 중구 애플 명동점에 역대 가장 얇은 모델인 아이폰 에어가 전시돼 있다. 2025.9.19 dwise@yna.co.kr

앱이나 웹 브라우저를 통한 우회로는 열려 있지만 애플·구글이 OS 레벨에서 제공하는 사용자 경험(UX)을 넘어서긴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전 애플 디자인 총괄 조니 아이브 등과 손잡고 AI 전용 하드웨어 개발을 서두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마트폰이라는 기존 폼팩터를 우회해 웨어러블이나 스크린리스 기기로 '모바일 봉쇄망'을 뚫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하드웨어 양산과 생태계 구축은 소프트웨어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2027년 이후에나 구체적 성과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당분간 '모바일 고립'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 샌드위치 신세 삼성…'AI 폰 원조' 타이틀 흔들

애플·구글 빅딜의 파편은 삼성전자에도 튀었다.

삼성은 '갤럭시 S24'로 'AI 폰' 시장을 선점했지만, 핵심인 '서클 투 서치' 등은 구글 기술에 빚을 지고 있다.

문제는 이 기술이 더는 삼성만의 무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구글은 자사 픽셀폰은 물론 다른 안드로이드 제조사로 기능을 확대 중이고 이번 제휴로 아이폰에도 유사한 경험을 이식할 태세다. 구글 AI가 안드로이드와 iOS를 가리지 않고 스며들수록 갤럭시만의 차별점은 희석될 수밖에 없다.

더 큰 우려는 '플랫폼 종속' 심화다.

삼성전자[005930]가 자체 생성형 AI '가우스'를 밀고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 애플·구글의 영향력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구글 협력 없이는 당장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협력에만 의존하자니 장기적으로 하드웨어 하청 기지로 전락할 수 있는 '이중 딜레마'에 빠졌다.

◇ 미국 규제 당국의 새 타깃 되나

애플과 구글의 동맹은 '반독점'이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날 가능성이 있다.

구글은 이미 검색 시장 독점 유지를 위해 애플 등에 거액을 건넨 행위로 미법원에서 불법 판결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검색을 넘어 AI까지 한 몸처럼 움직이는 구조는 규제 당국에 '새로운 독점'의 빌미를 줄 수 있다. 검색, 모바일 운영체제, AI가 결합한 거대 카르텔이 경쟁을 저해한다는 논리다.

아직 구체적인 제재가 공식화된 단계는 아니지만, 미 법무부(DOJ)가 이들의 'AI 밀월'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적과 동침'도 불사하고 있다.

애플은 '혁신 지체'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자존심을 굽혔고, 구글은 독점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모바일 기득권을 AI로 확장하는 길을 택했다.

이제 AI 패권 경쟁은 2라운드에 진입했다.

기술력 대결을 넘어 '모바일을 쥔 자(애플·구글)'와 '그 벽을 넘으려는 자(MS·오픈AI)'의 진영 전쟁이다.

구글은 시총 4조 달러 시대를 열었지만 독점 논란이라는 숙제를 떠안았고, 갇혀버린 MS와 오픈AI, 샌드위치 신세인 삼성전자는 생존을 위한 새로운 셈법이 시급해졌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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