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디자인기업 '날개를 달아라'…컨설팅 등 첫 단계별 지원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숨은 진드기까지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를 개발한 다이슨과 세계 최대의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
부산시와 부산디자인진흥원이 지역 기업을 다이슨, 에어비앤비와 같은 세계적인 디자인 융합 기업으로 키우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지능정보기술을 결합해 혁신적인 서비스나 비즈니스 모델·상품을 개발하거나 신시장을 창출하는 디자인 창업 기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것이다.
부산디자인진흥원은 부산시로부터 위탁받은 사업을 올해 두 가지 방식으로 추진했다.
하나는 디자인 융합 창업기업 육성 사업(육성 사업)과 나머지는 지능정보기술 융합기업 디자인 혁신 지원 사업(혁신 사업)이다.
'육성 사업'의 경우 부산 소재 창업 7년 이내 디자인 관련 창업 기업이 대상이었다. 지원 사업에 최종 선정될 경우 부산으로 이전할 용의가 있는 기업도 공모 대상에 포함했다.
진흥원은 전문 육성 협력사와 손잡고 공모에 신청한 26개 기업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재진단하고 컨설팅을 진행했다.
2단계 지원에서는 투자자나 이해관계자에게 기업 비즈니스 모델, 시장성, 기술력 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피칭 스킬을 지도하고 집중 멘토링, 역량 강화 교육도 실시했다.

이어 모의 기업 투자 설명회를 거쳐 최종 11개 사를 선정했다.
진흥원은 이 기업들이 마케팅이나 제품·서비스 지원, 사업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3천만원을 각각 지원했다.
'혁신 사업' 선정 과정도 유사하지만 조금 달랐다.
부산 소재 디자인 기업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나 비즈니스 모델을 공모한 것이 가장 큰 차이다.
1단계에서는 서면 평가로 선발한 16개 사의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는 디자인 컨설팅과 워크숍을 열었고 이 중 9개 사를 선정해 2단계 사업화 프로젝트를 벌였다.
각 기업에 멘토링과 함께 2천만원을 지원해 아이디어나 계획을 구체화한 발표 평가를 거쳐 다시 4개 사로 최종 압축했다.
3단계에서는 사업화 자금 4천만원씩을 지원해 기업이 최종 양산을 위한 시제품이나 실물 크기 모형을 개발하고 실제 기업 투자 설명을 하는 시연회를 열도록 했다.
사업 과정에서 성과도 나왔다.
2개 기업이 지사와 본사를 부산으로 옮겼고 수도권 투자사 등 2곳이 진흥원 공유오피스에 입주해 지역 디자인 기업과의 연계를 모색하기로 했다.

이런 단계별 평가를 거쳐 진흥원 눈길을 사로잡은 기업의 아이디어는 참신하고 다양했다.
현재 바다에 발생하는 폐그물, 유실 어구 등 해양 폐기물은 연간 5만t에 달하지만, 재활용 비율은 2%에 그쳐 해양오염 문제가 심각하다. 스몰액션이라는 부산의 한 기업이 이를 해결할 방도를 찾았다.
어촌계, 지자체가 수거한 폐그물 등으로 친환경 소재를 만들어 의류업체나 브랜드와 협업해 의류나 상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다.
해양쓰레기 감축, 미세 플라스틱 저감, 바다생물 보호는 물론 어촌계와 재활용업체의 상생 효과가 기대되는 시도였다.
올해 외국인 관광객 300만명을 돌파한 부산에서 젊은 외국인들이 패키지여행이 아닌 소그룹 자유여행을 즐기는 경향이 늘어나자 벤처기업 '오늘의 이야기'는 지도, 온라인 여행사, SNS를 결합한 관광 플랫폼을 개발했다.

협약을 맺은 크리에이터들이 먼저 경험한 여행, 뷰티, 미식, 의료관광 콘텐츠 영상을 올리고 이를 본 여행자들이 관련 콘텐츠와 연계한 업체에 예약해 즐기는 방식이다.
벤처기업 '보라공사'는 건물 외관 사진만 올리면 리모델링 후 예상 사진을 최신 트렌드나 여러 주제로 보여주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전문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지에이치이노텍'은 주머니에 넣을 수 있어 휴대하기 쉬운 휴대용 폐 기능 측정기기를 고안해 일상에서 손쉽게 폐활량과 호흡 근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AI 설루션 기업 '위트리'는 병원 내 상담·예약·접수·기록·사후 안내까지 방 문자에게 제공하는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한 차세대 인공지능(Al) 챗봇을 만들어 실제 3억원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올해 부산디자인진흥원은 기존에 사업비만 단순 지원했던 형태에서 한발 더 나아가 디자인 기업을 전방위 지원하는 사업을 처음 시도했다.
1단계 컨설팅, 2단계 엑셀러레이팅(육성), 3단계 사업화 등 단계별 지원과 함께 사업 자금도 투입해 지역 디자인 기업의 비즈니스·서비스 모델이 소비자 친화적인 경쟁력을 가지며 실제 상품화되도록 도왔다.
진흥원은 올해 두 형태로 진행했던 사업을 내년에 통합할 예정이다.

선정된 디자인 기업들에 더 많은 지원을 하고 예산도 9억원으로 합쳐 지원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통계를 보면 올해 3월 기준 전국에 약 1천700개 디자인 기업이 있고 부산 디자인 기업은 62개로 3.6% 정도에 불과하다.
진흥원은 부산 디자인 기업이 지역에 안착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지원도 늘려 지역 디자인 생태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부산디자인진흥원 관계자는 "앞으로 기술·디자인·시장·투자를 아우르는 전 주기 성장 지원 체계를 마련해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을 키우고 세계 디자인 수도로 선정된 부산의 디자인 신산업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win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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