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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칼럼] 축구로 여는 아프리카 진출의 새로운 해법

연합뉴스입력
김광수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장
김광수 소장[김광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알제리 네이션스컵 우승에 파리 도심서 환호알제리 축구대표팀이 2019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결승전에서 세네갈을 꺾고 우승한 뒤, 알제리 시민들이 프랑스 파리 개선문 인근 상젤리제 거리에서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아프리카에서 축구는 종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전에서 세네갈이 프랑스를 1-0으로 이겼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 경기는 지금도 '가장 놀라운 개막전'으로 자주 언급된다. 프랑스의 다비드 트레제게는 결정적인 슈팅을 시도했지만, 공은 골대를 맞고 나왔다. 프랑스로서는 큰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경기 뒤 한 아프리카 출신 친구는 세네갈이 주술사를 데려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필자는 방송사로부터 아프리카 선수들의 이름 발음에 대한 문의 전화를 자주 받았다. 그 일을 계기로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됐다.

2002월드컵 축구 개막경기 프랑스-세네갈전, 세네갈의 환호[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스포츠는 아프리카를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출발점이다. 축구는 아프리카인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가장 빠르게 다가갈 수 있다. 축구는 마을과 지역의 소통과 단합의 매개체이기도 하다. 가난하지만 마을끼리 리그전을 벌이는 등 축구를 하는 시간만큼은 온통 축제 분위기다. 축구는 서로 다른 종족과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게 하고 국경과 지역을 초월하고 있다.
케냐 몸바사 포트 지저스에서 축구하는 아이들[김광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프리카 사람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아프리카인에게 축구는 열광·희망·구원이다. 필자는 아프리카인의 축구 사랑을 '종교'로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아프리카인은 골목, 차도, 해변 등 공이 굴러갈 조그만 공터만 있으면 나무 골대로 만든 축구장에 모여 공을 찬다. 이들에게 있어서 축구는 종교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1993년 필자가 아프리카 케냐를 처음 방문했을 때도 축구하는 소년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소년들은 축구공이나 축구화가 없었다. 소나 돼지의 위에 짚을 넣어 만든 공을 차고 맨발로 뛰었다. 이후 필자는 가죽은 아니지만 축구공을 가져가 마을에 나누어주곤 했다. 그때마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원로에 버금가는 존중을 받았다.

축구는 종교보다 더 응집력을 가진다. 실제로 아프리카에서 축구 경기가 있으면 사람들이 모두 운동장으로 모인다. 20여 년 전 탄자니아의 잔지바르 동부 파제(Paje) 해안에 있는 한 마을에서 축구대회가 열렸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는지 놀랄 정도였다. 한 친구는 각성제인 미라(Miraa)를 씹으며 매우 흥분한 모습으로 축구 경기를 지켜봤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끝난 뒤 여름방학 기간에 현지조사를 위해 우간다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아프리카인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번 느꼈다. 시골 마을은 전기공급도 불안정했고 TV는 아예 없었다. 가장 형편이 나은 친구 집에 비디오 한 대가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만나는 사람마다 '대∼한 민국', '오∼필승코리아' '박지성', '황선홍'을 외쳤다. 고맙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TV도 없는데 어떻게 월드컵 경기를 봤는지 물었다. 그들은 비디오로 녹화한 테이프를 마을에서 마을로 옮겨가며 함께 봤다고 했다.

북아프리카 국가의 축구 사랑은 정말 각별하다. 중요한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길거리 카페는 야외극장처럼 자리를 배열하고 정말 많은 사람이 모여 경기를 응원한다.

튀니지 수도 튀니스의 한 카페 앞 도로TV 앞에 모여 2019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가나와 튀니지의 16강전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시민들 [김광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유럽 축구 산업의 성장과 아프리카의 신식민지배 구조

국제축구연맹(FIFA)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프로축구선수는 약 12만8천명이다. 이 가운데 약 500명 정도가 아프리카 출신으로 추정된다. 아프리카 출신 선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의 선수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지 웨아는 라이베리아 출신의 전설적인 축구선수다. 그는 1995년 발롱도르를 수상한 유일한 아프리카 선수다. AC 밀란과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활약하며 세계 축구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은퇴 후에는 정계에 입문했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라이베리아 공화국 대통령을 지낸 상징적 인물이다.

조지 웨아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아프리카 축구는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도 크게 늘었다. 이러한 변화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조지 웨아 이후 디디에 드로그바는 코트디부아르 출신으로 첼시에서 활약했다. 마이클 에시엔은 가나 출신으로 역시 첼시의 핵심 미드필더였다.
디디에 드로그바[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에마뉘엘 아데바요르는 토고 출신으로 아스널에서 뛰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사무엘 에투 필스는 카메룬 출신이다. FC 바르셀로나와 인터 밀란에서 활약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아프리카 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자리 잡았다.

이들 아프리카 출신 선수는 프리미어리그 중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른바 '검은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드로그바는 2006∼2007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아프리카 출신 선수로는 최초였다. 아프리카 축구의 경쟁력을 분명히 보여준 사례다.

사무엘 에투[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2024∼2025시즌 기준으로 유럽 주요 리그에서 뛰는 아프리카 선수들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집트 출신의 무함마드 살라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에서 활약하고 있다. 유럽 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평가받는다. 나이지리아 출신 스트라이커 빅터 오시멘은 이탈리아 세리에A의 SSC 나폴리 소속이다. 팀의 리그 우승을 이끈 핵심 선수다. 모로코 출신 아슈라프 하키미는 프랑스 리그1의 PSG에서 뛰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풀백으로 꼽힌다. 알제리 출신 윙어 리야드 마레즈는 현재 사우디 리그에서 활동 중이다. 유럽에서는 맨체스터 시티 시절의 활약으로 가장 잘 알려졌다.

카메룬 출신 골키퍼 앙드레 오나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이다. 빌드업 능력을 갖춘 수문장으로 평가된다. 기니 출신 공격수 세르후 기라시는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뛰고 있다. 득점력을 앞세워 팀 공격을 이끈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빅터 보니페이스는 바이엘 레버쿠젠 소속이다. 젊은 아프리카 공격수 가운데 주목받는 선수 중 한 명이다.

무함마드 살라흐[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아프리카만큼 축구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곳은 드물다. 많은 아이가 축구를 열심히 해서 유럽 프로리그로 가고 싶어 한다. 가난을 벗어나 부와 명예를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길로 여긴다. 로또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필자는 세네갈 해안에서 축구하는 아이들에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아이들은 유럽에서 축구선수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아이들은 대통령보다 유럽의 축구선수가 더 좋다고 했다. 아프리카에서 축구는 놀이를 넘어 소통의 수단이다. 동시에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희망이다.

우리는 유럽의 축구 경기를 보며 아프리카 출신 축구선수들을 자연스럽게 접한다. 아프리카 선수들은 오랫동안 유럽 축구 산업의 일부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새로운 형태의 '신식민지 구조'가 존재한다. 유망한 아프리카 선수들은 어린 나이에 유럽으로 이동한다. 상업화 과정에서 생기는 대부분의 부가가치는 유럽 클럽과 리그로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출신 국가의 축구 리그와 산업은 성장 기회를 잃는다. 선수 개인도 계약과 이적 과정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많은 유망주가 유럽 진출을 꿈꾼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선수가 중도에 탈락한다. 충분한 교육과 보호 장치 없이 이동한 선수들은 낮은 성공 가능성에도 큰 위험을 감수한다. 어린 나이에 유럽에 진출하더라도 실패하면 삶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이는 아프리카가 여전히 글로벌 축구 체제에서 주변부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축구 산업은 아프리카를 유망주 공급지로 인식해왔다. 조기 발굴과 해외 이적 중심의 구조가 굳어졌다. 그 결과 아프리카 각국의 리그와 스포츠 산업은 충분한 성장 기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핵심 인력이 계속 빠져나가며 자생력도 약해졌다.

유망주 중심의 접근은 청년들에게 축구를 유일한 사회적 이동 경로로 인식하게 만든다. 이는 교육 중단과 과도한 경쟁을 부추긴다. 미성년 선수 계약, 불투명한 이적 절차, 브로커 개입 문제 등도 반복된다. 이에 따라 인권 침해와 경제적 착취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개인의 실패는 결국 사회 전체의 비용으로 이어진다.

모로코가 U-20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자 기뻐하는 시민들[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축구는 아프리카 진출을 위한 새로운 해법

축구를 통한 아프리카 접근은 문화 교류와 협력의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 축구는 언어와 국경을 넘는다. 대중적 공감대를 쉽게 만든다. 청년과 지역 공동체를 잇는 강력한 매개체다. 그러나 접근 방식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상생의 자산이 될 수도 있다. 또 다른 착취 구조로 바뀔 수도 있다.

아프리카는 더 이상 '미래의 시장'이 아니다. 이미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된 현재의 무대다. 14억명의 인구와 세계에서 가장 젊은 대륙이다. 도시화와 디지털 확산 속도도 빠르다. 이는 아프리카를 매력적인 파트너로 만든다. 그러나 정치·문화·제도는 복잡하다. 단순한 경제 논리만으로는 온전히 접근하기가 어렵다.

향후 글로벌 경제 질서가 재편하는 과정에서 아프리카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의 대(對)아프리카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단기 성과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중장기 협력 전략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축구는 아프리카와 관계를 깊게 만들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다.

아프리카 진출 환경과 정책 과제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원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산업 다각화와 인적 자원 개발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외부 파트너에게도 단순 투자자나 원조 제공자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협력 주체를 원한다. 기존의 경제·개발 중심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문화와 사회에 대한 이해를 함께 갖춘 입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스포츠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분야다. 상대적으로 정치적 민감도가 낮다. 국민 체감도는 높다. 그렇기 때문에 전략적 가치가 크다.

스포츠는 언어와 문화를 넘어서는 보편적 소통 수단이다. 아프리카에서 축구는 단순한 경기 종목을 넘어 사회·문화·정체성의 일부다. 또 지역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다. 청년의 꿈을 대변하고 국가 이미지를 형성한다. 축구는 아프리카 전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스포츠다. 국가 정체성과 공동체 결속을 이끈다. 청년 참여도도 높다. 미래 세대와의 접점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이 때문에 축구는 외교·경제·문화가 동시에 작동하는 진입 통로가 된다. 인프라 투자나 자원 개발보다 거부감이 적다. 신뢰를 쌓기도 쉽다. 축구는 '진출' 이전에 이해와 관계 형성의 수단이다.

축구를 통한 아프리카 진출 전략은 몇 가지 가능성을 가진다. 첫째 청년층과 직접적 연결이다. 아프리카 인구의 절반 이상은 25세 이하다. 축구는 이 세대가 가장 열광하는 분야다. 유소년 축구 아카데미, 지도자 교육, 스포츠 교육 프로그램 등은 단순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넘어선다. 장기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기반이 된다.

둘째 지속가능한 협력 모델 구축이다. 축구를 기반으로 한 협력은 인프라·교육·고용을 함께 만든다. 현지 리그 지원, 스포츠 행정 협력, 미디어·콘텐츠 공동 제작 등을 통해 경제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상생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셋째 국가 이미지와 신뢰 자산이다. 스포츠 협력은 국가 브랜드를 부드럽게 각인시킨다. 유럽 국가들은 오래전부터 축구를 공공외교에 활용해왔다. 한국도 이제 고민할 시점이다. 기술과 교육, 문화를 결합한 스포츠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월드컵을 유치한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아프리카와 월드컵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2010년 월드컵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렸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린 최초의 월드컵이었다. 무엇보다 월드컵이라는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렸다는 점에 의미가 있었다.

2030년 월드컵은 3개 대륙이 함께하는 역사적인 월드컵이 될 예정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모로코 3개국이 공동 개최국이다. 월드컵 100주년(1930∼2030)을 기념해 첫 월드컵 개최국인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에서도 각각 1경기씩 총 3경기가 진행한다. 이는 단순한 공동 개최를 넘어선다. 유럽과 아프리카, 남미를 아우르는 최초의 대륙 간 월드컵이다. 월드컵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극대화한 대회로 평가받고 있다.

케냐 나이로비의 2025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간판[김광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프리카의 중요한 축구 경기는 아프리카축구연맹(CAF)이 주관한다. 국가대표 대회와 클럽 대회가 중심이다. 이들 대회는 아프리카 축구의 위상과 발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가대표 대회 가운데 가장 권위 있는 대회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AFCON)이다. 2년마다 열린다. 아프리카 각국 대표팀이 참가한다. 아프리카 최고 수준의 대회다. 이 대회는 드로그바, 에투 필스, 살라흐, 마네 등 스타 선수들을 배출했다.

클럽 대회에서는 CAF 챔피언스리그가 가장 중요하다. 유럽의 UEFA 챔피언스리그에 해당하는 대회다. CAF 컨페더레이션스컵은 그다음 단계의 클럽 대회다. 각국 컵대회 우승팀과 상위 클럽들이 참가한다. CAF 슈퍼컵은 CAF 챔피언스리그 우승팀과 CAF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팀이 맞붙는 단판 경기다.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경기다. 아프리카 네이션스 챔피언십도 있다. 자국 리그 소속 선수만 출전할 수 있다. 아프리카 로컬 축구의 기반을 보여준다. 미래 인재를 확인하는 중요한 무대다.

2009년에 시작한 아프리카 네이션스 챔피언십은 2025년 대회(CHAN 2025)로 8회를 맞았다. 당초 2024년에 개최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프리카축구연맹(CAF)의 내부 일정 문제와 개최국의 준비 부족으로 인해 연기됐다. 대회는 2025년 8월 2∼30일 열렸다. 아프리카 역사상 처음으로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3개국이 공동 개최했다. 총 19개국이 참가했다.

한국 정부는 축구를 외교와 개발 협력의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한국 기업들도 이를 통해 아프리카 축구 대회와 경기를 후원해 왔다. 외교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유소년 축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역 스포츠 인프라인 구장과 훈련장 구축이 포함된다. 지도자 연수와 스포츠 행정 교육도 진행한다. 이러한 사업은 공적개발원조(ODA), 공공외교, 스포츠 외교, 기업 사회적 책임(CSR) 차원에서 이뤄진다. 한국 정부가 특정 축구대회를 단독 후원한 사례는 없다. 축구를 매개로 한 개발협력사업의 성격이 강하다.

현대자동차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AFCON)의 공식 후원사다. 청소년 축구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삼성전자는 과거에 CAF 컨페더레이션스컵을 지원한 적이 있다. 주로 아프리카 국가대표팀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했다. 포스코와 LG는 직접적인 경기후원은 하지 않았다. 대신 지역사회를 지원했다.

2025년 8월 말라위의 말라위 호수에 있는 치주물로(Chizumulu) 섬을 연고로 한 3부 리그 치주물로 유나이티드 FC의 구단주가 한국인 대학생 이동훈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 소식이 전해지며 후원자들이 나타났다. 10월에는 신협의 지원을 받게 됐다는 매우 반가운 이야기를 들었다.

경솔하게 들릴 수 있는 제안일 수 있다. 만약 필자에게 권한이 주어진다면 아프리카 각국이 자국 중심의 리그를 구축하도록 지원하고 싶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 진출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가능하다. 짧은 기간 안에 국가 단위나 권역별 리그를 조성할 수 있다. 이를 꾸준히 후원한다면, 대(對)아프리카 진출은 분명 순풍을 탈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김광수 교수

현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장, 남아프리카공화국 노스웨스트대 박사, 저서 '서아프리카 역사 이해' 등 45권 집필, 한국연구재단·한국국제협력단(KOICA)·문체부·외교부 등 각종 기관의 강의·연구자로 활동.

afrikaans@hufs.ac.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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