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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계엄 다음날 외신대변인에 "'계엄은 액션' 전파하라"(종합)

연합뉴스입력
하태원 前대변인 증인신문…尹 "어디나 공보는 조직 입장 얘기하는 것" '국무위원도 피해자' 박상우 前국토 "개별 위원엔 형사책임 없다 생각"

하태원 前대변인 증인신문…尹 "어디나 공보는 조직 입장 얘기하는 것"

'국무위원도 피해자' 박상우 前국토 "개별 위원엔 형사책임 없다 생각"

발언하는 백대현 부장판사(서울=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이 열린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백대현 부장판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5.9.26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지난해 비상계엄 이튿날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외신대변인에게 직접 연락해 '계엄은 액션이었다'는 취지의 설명을 외신에 전파하라고 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은 "대변인이 하는 일은 조직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지 팩트는 기자들이 취재하는 것"이라면서 대통령으로서 계엄 이후 외신에 허위 사실이 담긴 정부 입장을 전파하도록 지시했다는 특검 주장을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는 12일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서 하태원 전 대통령실 외신대변인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하 전 대변인은 계엄 선포 이튿날인 지난해 12월 4일 윤 전 대통령이 전화해 계엄 선포 상황을 설명해주며 PG(프레스 가이던스·언론 대응을 위한 정부 입장) 배포를 지시했고, 이후 자신이 직접 초안을 작성해 윤 전 대통령에게 확인받고서 기자들에게 전파했다고 증언했다.

특검은 "외신기자들에게 '계엄은 액션이었다' PG 제공 논란"이라는 제목의 언론 기사를 제시하며 "증인이 외신기자들에게 전달한 PG 내용이 맞느냐"고 물었고, 하 전 대변인은 "제가 문서로 배포하지는 않고 구두로 전달한 내용"이라고 답했다.

하 전 대변인은 통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말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어 외신 기자들에게 구두로 전달했다며 본인이 더하거나 뺀 내용은 없다고 부연했다.

그는 다만 "대통령의 육성으로 최초 설명이 나온 상황이었고, 1차적 이해당사자가 본인 말씀으로 설명하는 건 최소한 전달하는 게 언론인 문법에 맞다고 봤다"며 허위사실을 전파한다는 인식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저는 '어드바이저'(advisor·고문)가 아니라 '세크러테리'(secretary·비서)"라며 "제 임무는 현직 대통령이 설명하는 부분에 대해 옳다 그르다 판단하기에앞서 가치 부여하지 않고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계엄 선포에 대해선 "저 역시 황망하고 공직자로서 이 상황에 대해 할 수 있는 게 무슨 일인지 고민했다"며 "적절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보통 어느 조직이나 대변인이나 공보가 하는 일은 그 (조직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팩트는 기자들이 취재하는 것고, 어느 게 팩트인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안다"고 말했다.

이어 "(공보가)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있다. 국익을 위해 어떤 건 공개하기 어려운 경우엔 아니라고 잡아뗄 수 있다"며 "그걸 대변인 통해서 국익 때문에 이야기를 (제대로) 안했다고 해서 허위공보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해 허위사실이 담긴 PG를 외신에 전파하게 지시했다는 특검 측 주장에 반박한 셈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어 진행된 유창훈 전 외교부 부대변인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도 "계엄 이후 공보 후에 미 국무부에서 '한국의 계엄 선포를 우려했는데 헌법과 민주주의가 회복된 것으로 판단돼 다행이다'는 취지의 설명이 나온 것 알고 있느냐"고 말했다. 국익 차원에서 해당 PG를 전달했다는 취지다.

한편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이 내란 사건 재판에서 이뤄진 증인신문 조서를 증거로 제출한데 반발해 조성현 육군 대령과 오상배 대위를 재차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대령은 계엄 당일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국회에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한 인물이다. 오 대위는 윤 전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특검 측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증언을 믿을 수 없다며 다시 진행하겠다는 건 소송을 지연시키거나 불리한 증언을 하려는 증인을 괴롭히려는 의도가 다분해보인다"며 "이 사건 재판은 내년 1월 피고인의 구속기간 내에 선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오전 증인으로 출석해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전후 국무회의 상황과 관련해 증언했다.

그는 3일 밤 김정환 전 대통령실 수행실장의 연락을 받고 대통령실에 도착했지만 당시 국무회의가 끝나고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를 위해 회의실을 떠난 상황이었다고 진술했다.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서 계엄 선포 이유를 듣지 못했고 의견을 밝힐 기회도 없었다는 취지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반대신문에서 "국무회의가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자리가 아니라 대통령의 정책 결정을 보좌하는 헌법상 심의기구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박 전 장관은 "네. 심의기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계엄 당일 국가 위기 상황에서 긴급 소집 회의(가 이뤄져) 실질 논의가 오간 정황이 있는데 단지 몇몇 위원 불참만으로 전체가 무효가 된다고는 안 보지 않냐"고 묻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전 특정 국무위원만 소집해 나머지 국무위원의 헌법상 권한인 계엄 심의·의결권을 침해했다는 특검팀 논리에 반박하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에 박 전 장관은 "(국무회의가) 유효한지 여부는 별도로 판단할 거라 생각한다"며 "단지 개인 불참이 성립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한편 박 전 장관은 "국무위원이 각 부처 소관 업무는 책임져야 하지만 합의체 심의기구 논의사항에 대해서는 사실 개별 위원(에게)까지 형사책임이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한덕수 전 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무위원으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이 벌어졌다"며 "국무위원들도 피해자"라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alrea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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