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판 붙자" 일론 머스크 VS 페이커 '롤' 대결...업계 반응은?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AI 그록5(Grok5)로 리그 오브 레전드(LoL) 세계 최강 T1에 도전장을 던지자, e스포츠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전설적 프로게이머들의 자신감 넘치는 반응이 화제다.
머스크는 11월 2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그록5가 인간 수준의 제약(20/20 시력, 인간 반응속도) 하에서 2026년 세계 최고 LoL 팀을 이길 수 있는지 보자"고 제안했다. 기존 게임 AI들이 시스템 내부 데이터(API)를 직접 읽는 방식과 달리, 카메라로 화면만 보고 인간 수준의 반응속도로 경기하겠다는 것이다.
도전을 받은 T1은 즉각 응전했다. T1 공식 계정은 페이커가 우승 트로피 앞에서 '쉿' 세리머니를 하는 GIF와 함께 "우리는 준비됐다. 너희는?(We are ready, R U?)"이라고 답했다. 라이엇 게임즈 공동창업자 마크 메릴도 "논의해보자(let's discuss)"라고 답하면서 공식 이벤트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e스포츠 레전드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전직 프로 미드라이너 보이보이(조댓 에스파하니)는 "2026년까지는 절대 불가능하다. LCS 팀도 못 이길 것"이라며 "LoL은 변수가 너무 많고, 진정한 팀 협력이 필요하다"고 단언했다. 전설의 원딜 다블리프트는 "그록이 T1은 고사하고 나만 이겨도 머리를 밀겠다"며 대담한 내기를 제안했다.
반면 전직 프로 포벨터(유진 박)는 "OpenAI의 도타2 대결처럼 흥미로울 것 같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AI 연구자 오리올 비냘스도 관심을 표했다.
온라인에서는 머스크 본인을 향한 조롱도 쏟아졌다. 최근 머스크가 Path of Exile 2에서 기본 조작에 어려움을 겪자 계정 대리육성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한 네티즌은 "넌 POE에서 1등도 대리 없이는 못했잖아"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반면 "딥 블루 대 카스파로프, 알파고 대 이세돌의 현대판"이라며 기대감을 표하는 반응도 나왔다.
또 다른 커뮤니티는 AI 우세론이 우세했다. 한 네티즌은 "기계의 최대 장점 중 하나가 실수가 없다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기계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다른 이용자는 "저세상 가는 APM은 쓰지 않는다고 해도 현존 플레이어들의 카이팅보다 뛰어난 피지컬과 판단이 나올 것 같다"며 제약 조건에도 불구하고 AI의 우위를 점쳤다. "처음 몇 경기는 이길지 몰라도 AI는 결국 무적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반면 인간의 승리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토일렛 이슈 퍼즈를 적절히 사용하면 휴먼이 이길 것 같다"며 전략적 변수를 강조했다. 프로 선수의 평균 APM과 최대 APM 중 어느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술적 의문도 제기됐다.
대체로 기대감이 높았다. "재밌겠다", "기대된다"는 반응과 함께 "AGI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일부는 "AI 대리로 티어 올릴 수 있는 세상이 오겠다"며 실용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대결의 주인공 페이커(이상혁, 29세)는 2013년 데뷔 이래 월드 챔피언십 6회 우승을 달성한 LoL 역사상 최고의 선수다. 특히 2023~2025년 3년 연속 우승은 LoL e스포츠 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최근 "페이커와 한국 e스포츠가 없었다면 오늘의 엔비디아도 없었을 것"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번 대결이 성사되면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알파고 4승 1패) 이후 최대 규모의 인간 vs AI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다만 LoL은 바둑보다 훨씬 복잡하다. 바둑은 완전정보게임이지만, LoL은 안개 속 적의 위치를 추론해야 하는 불완전정보게임이다. 5명이 실시간 협력해야 하는 팀 게임이라는 점도 AI에게는 큰 장벽이다. 과거 OpenAI Five가 2018년 도타2를 꺾었지만, 당시는 게임 API에 직접 접근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