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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과 교류는 소중한 경험"…美석학 촘스키 친밀했던 정황

연합뉴스입력
수신자 불명 서한 통해 "엡스타인은 소중한 친구이자 지적 교류의 원천"
노엄 촘스키[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성범죄자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된 문건 공개를 앞두고 그가 생전 정·재계 인사들과 유지했던 인맥이 초미의 관심사인 가운데 미국의 저명한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역시 알려진 것보다 엡스타인과 더 친밀한 관계였던 정황이 드러났다.

22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12일 미 의회가 공개한 엡스타인이 여러 정·재계, 학계 인사들과 주고받은 이메일 중에는 촘스키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됐다.

공개된 이메일을 보면 촘스키와 엡스타인은 가끔 정치·학술적 논의를 했다는 촘스키의 그간 주장과 달리 음악 취향이나 휴가 계획까지 논의할 정도로 친밀한 사이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공개된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촘스키의 엡스타인에 대한 지지 서한으로, 수신자 이름 대신 "관계자에게"라는 인사말로 시작해 누구에게 보냈는지는 불분명하다.

날짜는 적히지 않았으나 타자로 친 촘스키의 서명이 있으며, 그가 2017년부터 맡은 애리조나대 명예교수직이 언급돼있다.

이 서한에서 촘스키는 "나는 제프리 엡스타인을 6년 전쯤 만났다. 그 뒤로 우리는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전문 분야와 직업을 비롯해 우리가 관심사를 공유한 다수의 주제에 대해 길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내게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썼다.

촘스키는 또 엡스타인이 자신에게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복잡성을 비즈니스 매체나 전문 저널은 하지 못한 방식으로 가르쳐줬다고 칭찬하며 엡스타인의 인맥이 넓다고 자랑하기도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서한에서 촘스키는 "한번은 우리가 오슬로 협정(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가 맺은 평화 협정)에 대해 논의하던 중 제프리가 이를 담당한 노르웨이 외교관에게 전화해 활발한 의견교환이 이뤄졌다"고 밝히는가 하면, 엡스타인이 자신을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해줬다고도 썼다.

서한 말미에 촘스키는 "제프리의 끝없는 호기심과 폭넓은 지식, 통찰력, 사려 깊은 평가가 주는 영향력은 그의 허세 없는 편안함으로 더욱 돋보인다"며 "그는 금세 소중한 친구이자 지적 교류와 자극의 정기적인 원천이 됐다"라고 했다.

제프리 엡스타인의 2019년 체포 직후 모습[미 연방보안관실/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지지 서한 외에 2015년 엡스타인이 촘스키에게 뉴욕과 뉴멕시코주에 있는 자신의 주택 사용을 제안하는 내용의 이메일도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다만, 촘스키가 이 제안을 실제로 받아들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촘스키와 엡스타인이 친밀한 관계였다는 내용은 전에도 미국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8년 촘스키가 엡스타인과 관련된 계좌로부터 약 27만달러(3억9천만원)를 이체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촘스키는 27만 달러는 다른 계좌에 있던 개인 자산일 뿐이고, 엡스타인으로부터는 단 한 푼도 받은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계좌에 예치된 돈이 엡스타인의 계좌를 거쳐 이동한 이유에 대해선 첫째 부인이 사망한 후 공동 자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엡스타인과의 친분에 대해 그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아내 밸러리아 와서먼 촘스키나 그가 소속된 애리조나대는 입장 표명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촘스키는 2015년부터 브라질에 머무르고 있으며 2023년 뇌졸중을 겪은 뒤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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