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해병특검서 수사외압 부인…"격노는 재발 막으라는 호통"(종합2보)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11일 의혹의 정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7시간가량 조사했다.
이날 오전 10시 20분께 시작된 조사는 오후 5시 30분까지 7시간가량 이어졌고 이후 조서 열람이 시작됐다. 윤 전 대통령은 조서 열람을 마치는 대로 서울구치소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날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에선 배보윤·채명성 변호사가 입회했고 특검팀에선 천대원 부장검사와 박상현 부부장검사가 조사를 맡았다.
특검팀은 조사 내내 윤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칭했다. 영상녹화도 이뤄졌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진술을 영상녹화할 수 있고 이 경우 미리 그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은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출발점인 'VIP 격노'의 당사자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혐의(직권남용)를 받는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선상에 오르자 호주 대사로 임명해 도피시키려 했다는 혐의(직권남용·범인도피)도 있다.
이날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수사외압 의혹을 먼저 캐물었다. 준비한 질문지는 100쪽이 넘는다고 한다.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외교안보회의에서 격노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사건 기록 회수 및 박정훈 대령에 대한 항명 수사를 지시했는지 등 사건 전후 상황 전반에 대해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대부분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외교안보회의 당시 격노는 '조사한 기록을 가지고 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느냐', '이러면 부모들이 어떻게 자식들을 군대에 보내겠느냐'는 취지의 호통이었다"고 설명했다.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로 넘긴 채상병 사건 기록을 회수하라는 지시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호주 도피 의혹 조사를 위한 2차 출석 일정을 변호인단과 조율할 계획이다. 변호인단의 재판 일정 등을 고려해 오는 15일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이 해병특검에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가동 중인 3개 특검팀 중에선 조은석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에 이어 두 번째 조사다. 내란특검팀에선 지난달 15일 조사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여느 주요 피의자와 달리 지하주차장을 통해 비공개로 조사실에 입실했다.
그동안 주요 피의자의 경우 1층 로비로 출입하는 게 원칙이었으나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안전 등을 이유로 예외를 허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 특검보는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수사팀 입장에서는 원만하게 조사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 더 중요했고, 윤 전 대통령 측에서도 강하게 요구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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