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기림비와 한국어 보급, 무궁화 운동은 제 삶의 사명"
美 동부 최초 한인 시의원 김정운…"차세대 키우는 게 내 정치의 결론"
"한국 문화 있는 곳에 한국 정신 있어…K-정신으로 세계와 소통해야"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위안부 기림비는 단순한 한국인의 기념물이 아니라, 전쟁과 여성 인권 문제를 되새기는 인류 보편의 상징입니다."
세계한인정치인협의회(회장 신디 류)가 주최하고 재외동포협력센터(센터장 김영근)가 후원하는 '제11차 세계한인정치인포럼'에 참가한 김정운(69) 미국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 시의원은 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 동부 최초의 한인 시의원으로 21년째 현역으로 활동 중인 김 의원은 "교육, 평화, 인권을 핵심 키워드로 삼아 지역 사회와 한인 커뮤니티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정치 입문부터 위안부 기림비 건립, 한국어 제2외국어 지정, 차세대 리더 양성에 이르기까지 4선 의원으로 한인 정치의 지평을 넓히는 데 앞장서 왔다.
김 의원은 1975년, 스무 살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그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이민의 주된 이유였다"며 "새벽 3시부터 야채가게 일을 도우며 대학 공부를 병행하는 고된 생활을 이어갔다"고 회상했다.
뉴욕시립대학교 교수를 하면서 정치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1995년 한인 최초로 뉴저지주 팰리세이즈 파크 교육위원으로 임명되면서다. 능력을 인정받아 이듬해 선출직 교육위원으로 당선됐고, 교육위원장까지 역임했다. 2005년에는 첫 시의원으로 선출됐다.
김 의원이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로 꼽는 것은 2012년 미국에 최초로 위안부 기림비를 건립한 일이다. 그는 "버건 카운티에서 기림비 건립이 거부되자, 팰리세이즈파크 시장이 공공부지 제공을 제안했다"며 "초기에는 주택연합회와 재향군인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발상의 전환으로 난관을 돌파했다. 그는 "위안부 기림비를 한국적 가치가 아닌 미국적 가치로 재정의했다"며 "반전쟁 캠페인, 여성과 인류 보편의 인권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 미국인들의 동의를 얻어냈다"고 설명했다.
2012년 일본 대사관은 기림비 철거를 조건으로 시에 벚나무 500그루 기증과 100만 달러 투자를 제안했지만, 김 의원은 단호히 거부했다. 이후 일본 국회의원 4명이 직접 방문해 집요하게 철거를 요구했으나, 굽히지 않고 맞서 싸웠다. 그는 "주 상원과 하원에서 위안부 관련 결의안을 통과시켜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2014년 글렌데일 소송에서 승소하며 미국 내 위안부 기림비 건립의 판례를 확립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2012년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지정하는 데도 기여했다. 그는 "당시 이탈리아어만 제2외국어로 운영되던 상황에서 지역 정치인과 주민들을 설득해 한국어 반을 신설했다"고 말했다. K팝 열풍과 맞물려 '소녀시대', '강남스타일'이 큰 인기를 끌며 외국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진 시점이었다.
그는 이를 단순한 언어 교육을 넘어 한국 문화의 세계화로 해석했다. 김 의원은 "한국 문화가 있는 곳에 한국 정신이 있다"며 'K-정신'(K-Spirit)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홍익인간과 도산 안창호의 민족애를 바탕으로 한 K-정신의 세계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교롭게 이번 세계한인정치인포럼의 슬로건도 'K-정신, 글로벌 리더십'이다.
현재 김 의원은 뉴욕시립대학교 브롱크스 커뮤니티 칼리지 종신교수로 재직하며 특목고를 중심으로 특강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도 인천·부산·고양국제고, 전주신흥고에서 특강을 진행하며 바쁜 일정을 보냈다.

그가 차세대를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강조하는 글로벌 리더십 교육은 크게 네 가지다. "먼저 소통 능력 개발로,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체계적 복습과 반복, 질문하는 습관, 공감을 넘어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의 중요성이다.
김 의원은 앤디 김 연방 상원의원의 성공을 예로 들며 미국 정치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국인 표에만 의존하지 않고 정의, 가족의 삶, 삶의 질과 같은 미국적 가치를 내세워야 미국인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부터 무궁화나무 심기 운동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애국심 고취와 무궁화의 세계화를 목표로 씨앗을 나누는 활동이다. 그는 무궁화를 "지치지 않고 무궁무진하게 꽃을 피우는 상징"이라며 한국인뿐 아니라 인류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로 확장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도 그는 학생들에게 "너희들이 무궁화다"라며, 하드웨어인 무궁화나무와 소프트웨어인 인재 양성을 역설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아시아계 혐오 문제 해결 방안으로 교육을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소통과 이해라는 두 가지 요소가 필수"라며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 미국적 가치"라고 했다.
김 의원의 삶과 정치 여정은 단순한 개인의 성공을 넘어, 한인 커뮤니티와 세계를 잇는 다리의 역할이다. 그는 "차세대 리더를 키우는 것이 내 정치의 궁극적 결론"이라며, "K-정신을 바탕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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