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 앞두고 '친일파 이두황' 단죄비는 누가 파손했나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을미사변 당시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친일반민족행위자인 이두황(李斗璜·1858∼1916)의 단죄비가 파손됐다.
29일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에 따르면 전주시 완산구 중노송동 기린봉 입구에 세워진 단죄비가 무언가에 부딪힌 듯 움푹 패고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옆에 있는 교통신호 제어기 아랫부분도 긁힌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교통사고가 일어났음을 미뤄 짐작하게 한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사고 시기를 지난 22∼23일로 추정했다.
단죄비 파손을 목격한 시민이 지난 24일에 이 사진을 민족문제연구소에 보내왔는데, 그 이전에는 비석이 멀쩡했기 때문이다.
김재호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은 "일단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라면서 "고의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단죄비이므로 꼭 범인이 잡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두황은 1895년 일어난 '을미사변' 당시 훈련대 제1대대장으로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했다. 조선공사 미우라와 일본 자객 수십 명이 조선의 국모 목에 칼을 들이대는 데 길을 열어준 장본인이다.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이두황은 항일 의병 투쟁 시기였던 1908년에는 호남지역 의병 해산을 주도했다. 우리나라가 일제에 주권을 빼앗긴 경술국치 이후에는 일제 토지 수탈을 돕는 등 민족의 경제력을 착취했다.
이두황은 일제를 도운 공로로 현재의 전북도지사급인 도장관을 지내다가 1916년에 죽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로부터 꼬박 100년이 지난 2016년에 생전 만행을 낱낱이 고한 단죄비를 통해 이두황을 역사적으로 응징했다.
jay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