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례 신고·보호조치에도 막지 못한 의정부 '스토킹 살인'(종합2보)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심민규 기자 = 경기 의정부시 노인보호센터에서 세 차례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던 50대 여성이 근무 중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로 지목된 60대 남성은 사건 직후 수락산으로 도주한 뒤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다.
◇ 스토킹 피해 여성 피살…용의자는 수락산서 숨진 채 발견
27일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12분께 의정부시 용현동의 한 노인보호센터에서 "여성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는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 당국은 50대 여성 A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사건 당시 A씨는 건물 5층에서 동료 없이 혼자 근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의 인적 사항과 관련 신고 이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스토킹 관련 112 신고가 총 3건 접수된 사실을 확인하고, 60대 남성 B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후 경찰은 B씨가 자택에서 외출할 당시 입었던 옷차림이 사건 현장의 CCTV에 찍힌 피의자와 일치하는 점, 현장 감식 결과 등을 종합해 용의자로 판단했다.
사건 직후 B씨의 동선을 추적한 경찰은 그가 같은 날 오후 5시 34분께 수락산 방면으로 입산하는 장면을 확보했다.
이후 경찰은 경력 100여명을 동원해 수락산 일대 수색을 벌였다.
이날 오전 10시 56분께 등산객이 수락산 중턱에서 B씨를 발견해 수색하던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발견 당시 이미 숨진 상태였다.

◇ 집에 찾아오고 행패…피해자 스토킹 안전조치 대상자
A씨와 B씨는 과거 해당 노인보호센터에서 약 1년간 함께 근무한 직장 동료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지난해 12월 퇴사 후 올해 3월부터 지속해서 A씨에게 연락하고 찾아오는 등 스토킹을 해 총 3차례 신고를 당했다.
첫 신고는 지난 3월 14일로, B씨가 A씨를 찾아가 행패를 부리고 소란을 피웠으며 경찰은 현장에서 경고 조치했다.
이어 5월 25일 B씨가 A씨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가 스토킹 경고장이 발부됐고, 이달 20일에는 A씨의 집을 찾아왔다가 스마트워치 신고로 현행범 체포됐다.
경찰은 B씨 체포 당시 긴급응급조치를 내리고, 검찰에 잠정조치(접근·연락 금지)를 신청했으나 검찰은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도 "지난달 20일 B씨가 현행범 체포 당시 자신에 범행에 대해 시인하고 반성했었다"며 "동종 전과도 없어서 석방 후 불구속 수사를 해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스토킹 신고를 접수한 후 긴급응급조치(주거지 100m 이내·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를 직권으로 명령하거나, 법원에 1∼4호의 잠정조치(서면 경고, 100m 이내·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구금 등)를 신청해 조처할 수 있다.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의 주요 조치 내용은 비슷하지만, 잠정조치가 세부 내용이 더 많고 절차가 까다로워서 더 위중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보호 조치' 또 한계 노출…유사 사건 반복
피해자가 스토킹 신고 후 경찰의 보호 대상이었음에도 결국 숨지면서 피해자 보호 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다시 제기된다.
사건 당시 A씨는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를 소지했으나 착용하지 않고 핸드백 고리에 걸어둔 상태여서 긴급 신고가 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사망 당시에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를 착용하지 않고 있어서 신고 접수가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며 "스마트워치는 피해자 핸드백 고리에 채워져 있었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스스로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위협 상황에서 즉시 신고하지 않는 이상, 실질적인 보호가 어려운 구조다.
또 현행 스토킹 처벌법상 경찰이 법적으로 취할 수 있는 긴급응급조치와 법원의 잠정조치는 주거지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연락 금지 등 유사한 제재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두 조치 모두 구속력이 없고 위반 시 처벌 수위도 각각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긴급응급조치),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잠정조치)으로 비교적 낮아 피해자 보호에 실질적인 한계가 있다.
지난 4월 대구에서도 스토킹 피해 여성의 신고에도 피의자가 피해자 주거지에 침입해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이상엽 의정부경찰서장은 "안타까운 사고로 운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피의자는 사망했으나 본 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히 수사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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