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비 대납시킨 경찰 간부 벌금형…"인당 계산" 주장 인정 안돼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다른 사람에게 회식비를 대신 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산 경찰 간부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2부(김병주 부장판사)는 22일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청탁금지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부산경찰청 소속 A경정에게 벌금 400만원과 추징금 120만원을 선고했다.
회식비를 대신 부담한 혐의로 기소된 B씨에 대해서는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다.
A 경정은 2019년 8월 8일 부산 해운대구 한 주점에서 회식한 뒤 120만원 상당의 비용을 B씨에게 부담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 경정은 외상 비용을 낼 주점의 계좌번호를 적어 B씨에게 문자로 보냈고 이후 B씨가 돈을 지불했다.
A 경정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B씨가 술값을 낸다는 것을 듣고 계좌번호만 전달했다"고 혐의를 부인하면서 "금품을 받은 것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회식 참석자 간 가액을 안분하면 법률 위반인 1인당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이 없더라도 1회 1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라임 자산 운용 사태' 때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은 전직 검사는 1인당 향응 수수액이 93만9천여원으로 100만원을 넘지 않았다는 이유로 1,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전직 검사 사건은 이후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향응 가액을 101만9천여만원으로 판단하면서 벌금 1천만원으로 확정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참석자별로 향응 가액을 산정하는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후 술값 대납에 의한 금품 제공 사례"라면서 "술자리 회식이 모두 종료된 이후 (회식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피고인 B씨에게 A 경정이 부담했어야 할 120만원의 술값 대납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B씨는 A 경정에게 금품 등을 제공할 의사로 전달받은 계좌로 120만원을 송금했다"면서 "설령 A 경정이 동석한 다른 공직자와 술값을 분담하기로 한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공여자인 피고인 B씨가 (회식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상 금품 가액을 산정할 때 고려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A경정의 양형 이유와 관련해서는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사회 일반의 신뢰를 현저히 해하는 범죄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경찰 공무원으로서 33년간 성실하게 근무했고,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감안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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