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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명곡·화려한 무대…돌아온 초록마녀, 뮤지컬 '위키드'

연합뉴스입력
브로드웨이 초연 20주년 맞아 13년 만에 내한…관객 기립박수 현재도 유효한 작품 메시지…자연스러운 무대 전환 등 돋보여
[ⓒJeff Busby. 에스앤코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파퓰러(popular·인기 있는). 넌 이제 곧 파퓰러. 내가 이제 가르쳐줄게."

쉬즈 대학의 최고 인기녀인 글린다(코트니 몬스마 분)가 친구 엘파바(조이 코핀저)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주겠다고 노래하며 마법 봉을 든다. 하지만 그가 마법 봉을 휘둘러도 엘파바는 칙칙한 검은 색 옷 그대로다. 글린다가 마법 봉을 겨드랑이에 넣고 닦아보며 이리저리 휘두르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진다.

지난 12일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개막한 뮤지컬 '위키드'의 내한 공연은 높은 명성을 확인시켜준 무대였다.

'위키드'는 초록색 피부를 갖고 태어난 엘파바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해가는 과정을 그린 뮤지컬이다. 2003년 미국에서 초연한 뒤 전 세계에서 7천만명 이상이 관람하고 60억 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인기를 끈 브로드웨이 대작이다.

[ⓒJeff Busby. 에스앤코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국내에서도 2013년 라이선스(외국에서 창작된 작품 판권을 수입해 제작) 형태의 한국어 공연이 초연한 뒤 여러 차례 공연하며 인기를 끌었다.

'위키드'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1막까지를 다룬 영화 '위키드'는 지난해 10월 개봉해 200만명 넘는 관객을 모았다. 오는 11월에는 2막을 다룬 '위키드: 포 굿'(Wicked: For Good)이 개봉한다.

브로드웨이 초연 20주년을 맞아 진행되고 있는 '위키드' 순회공연이 이날 국내에서 개막했다. '위키드' 원작 공연이 국내에서 열린 것은 2012년 이후 13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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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곡들의 울림은 여전했다. 글린다의 톡톡 튀는 매력을 발산하는 '파퓰러'를 비롯해 글린다와 엘파바의 우정을 확인시켜주는 '널 만났기에'(For Good) 등의 넘버들이 귀를 즐겁게 했다. 셰리든 아담스 대신 엘파바 역으로 무대에 오른 배우 조이 코핀저는 절제되면서도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줬다. '그 소녀는 내가 아냐'(I'm Not That Girl)에서 쓸쓸함을 노래하는가 하면 '나를 놓지 마'(As Long As You're Mine)에선 사랑의 달콤함과 애절함, 도발적인 모습을 오갔다. 그가 부른 '위키드'의 상징적인 곡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는 이날 관객들의 가장 큰 환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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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무대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통상 영상으로 연출하는 요즘의 뮤지컬과 달리, 오프닝을 장식한 드래곤부터 마법사의 입구를 지키는 오즈의 얼굴까지 거대한 스케일의 모형을 직접 제작해 고전적인 무대의 멋을 느끼게 했다. 엘파바의 탄생 과정 등을 그린 장면은 자연스러운 무대 전환으로 끊김이 없이 연출해 극의 몰입을 도왔다.

나와 다른 존재를 향한 적대와 사랑, 선과 악을 구분 짓는 경계의 모호함 등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현재도 유효했다.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비튼 이야기의 재미까지, 여러 차례 무대에 올랐지만 여전히 이 뮤지컬이 사랑받는 이유는 충분해 보였다.

마지막 넘버가 끝난 뒤 커튼콜에 등장한 배우들을 향해 관객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공연은 오는 10월 26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열린다. 11월에는 부산, 내년 1월에는 대구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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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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