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도서전 주빈국…작가 23명 방한, 책 500여종 전시 예정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이달 18일부터 5일 동안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을 계기로 올해 주빈국인 대만 작가들의 소설들이 잇달아 번역 출간되고 있다.
15일 출판 업계에 따르면 이번 도서전의 대만 주빈관에는 84개 출판사가 선정한 500여종의 책이 여섯 주제에 따라 전시되고, 대만 작가 23명이 초청돼 강연, 워크숍 등 총 62건의 프로그램에서 독자들과 소통한다.

이달 들어 출간된 일부 대만 소설은 최근 한국 문학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퀴어와 페미니즘을 다루고 있다.
대만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천쉐의 소설집 '악녀서'(글항아리)는 저자의 성 정체성을 반영한 작품이다. 대만에서 1995년 발간된 화제작으로 한국에서는 최근 출간됐다. 천쉐는 이번 도서전을 계기로 처음 한국에 방문한다.
여성과 동성 결혼한 천쉐는 이 소설집에 여성의 성적 욕망과 동성 간의 사랑을 실감 나게 묘사해 큰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 책은 '묘사가 지나치다'는 이유로 대만에서 절판됐다. 책에는 여성의 삶과 사랑을 담은 4편의 단편이 수록됐다.
대만 페미니즘 문학을 이끄는 작가 류즈위의 소설집 '여신 뷔페'도 최근 국내 출간됐다. 제목은 여성이 사회적으로 유리한 것만 취한다는 페미니즘 백래시(backlash·반동) 표현인 '여권 뷔페'를 변형한 말이다.
이 소설집은 남성이 주도권을 쥔 회사에서 세 여성 직장인이 악전고투하며 살아남는 모습을 담은 표제작을 비롯해 총 8개의 단편을 수록했다.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풀어내 저마다의 개성을 갖춘 소설들도 눈에 띈다.
우샤오러의 소설집 '네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다'(마르코폴로)는 학업 경쟁과 사교육 열풍을 소재로 한다. 작가가 7년 동안 과외 교사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소설집은 2018년 대만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책은 어머니의 정서적 협박과 과외 선생의 체벌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 학생의 이야기를 다룬 '첫 번째 집-사람의 아이, 그리고 고양이의 아이' 등 총 9편의 단편을 수록했다. 대만의 왜곡된 교육 제도와 교육열로 인한 병폐를 담아냈다.
등구운의 장편소설 '조연 여배우'(글항아리)에는 배우로도 활동하는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담겨 있다. 등구운은 한국 배우 전지현과 닮았다는 이유로 대만의 한 광고 모델로 출연한 전지현의 대역을 맡으며 연기자로 데뷔했다고 한다.
이 소설은 우연한 계기로 배우가 된 주인공이 언제나 조연 또는 단역에 머무르면서 느끼는 상실감과 이를 딛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록밴드 보컬이자 소설가인 장자샹의 데뷔작인 장편 '밤의 신이 내려온다'(민음사)도 최근 출간됐다. 이 소설은 대만 시골을 배경으로 밤의 신이 강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작은 산촌에서 나고 자란 장자샹은 고향과 갑갑한 분위기를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다가 결국 새로운 땅으로 떠난 기억과 고향을 그리워한 기억을 투영해 이 소설을 집필했다고 한다.
과거 한국에 작품이 출간된 작가들도 이번 도서전에 참가할 예정이다.
2018년 대만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도둑맞은 자전거'(비채)의 우밍이가 대표적이다. 또 '피아노 조율사'(민음사)의 궈창성, '귀신들의 땅'(민음사)을 쓴 천쓰홍 등도 방한한다.
대만은 일제의 주권 침탈,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빈부 격차, 높은 교육열 등 한국과 역사·사회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 자연히 문학 작품들도 한국 독자가 공감할 만한 요소가 많다.
반면 기후적으로나 지리적으로는 한국과 차이가 있어 이를 반영한 문학이 한국 독자에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흥미를 유발할 수도 있다.
서울국제도서전을 주관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최근 발간한 '출판문화' 6월호에서 "수많은 한국 독자와 여행자에게 대만은 낯설고도 친절한 곳, 레트로와 오늘, 자유와 절제, 다원과 포용이 하나로 녹아드는 문화의 현장이자 영역"이라며 "한국 독자들이 섬나라 대만의 문화적 맥박과 동력을 눈으로 보고 귀로 경청하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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