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코트 인기·1만명 '합창'…둘레 2㎞ 그랜드 링엔 "넓다" 감탄
흥행부진 우려 다소 불식 속 예약체계엔 불만…5개국 전시관 문 못 열어
흥행부진 우려 다소 불식 속 예약체계엔 불만…5개국 전시관 문 못 열어

(오사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개막 전에는 분위기가 좀 싸늘했잖아요. 그런데 박람회장 들어오니까 흥분되기도 하고 열기로 가득한 것 같아요. 비가 안 와야 관람하기 좋은데 걱정입니다."
일본 오사카에서 1970년 이후 55년 만에 열리는 엑스포가 개막한 13일 오전 9시 20분께 만난 일본인 가족은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가족은 시코쿠 에히메현에서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를 관람하기 위해 전날 오사카로 왔고, 이날 오전 9시 개장 직후 입장했다고 덧붙였다.
박람회장은 개회식이 열렸던 전날과 비교하면 이날 정식 개막을 맞아 더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었다.
일부 관람객은 엑스포 마스코트인 '먀쿠먀쿠' 인형이 달린 열쇠고리를 가방에 매달았고, 엑스포 기념 티셔츠를 입은 어린이들도 눈에 띄었다.
기이하고 독특한 생김새로 혹평받기도 했던 먀쿠먀쿠 모형은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오사카 엑스포가 지향하는 가치인 '다양성 속 통일성'을 구현한 원형 목조 건축물인 '그랜드 링'에서는 개장 시각부터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이 들렸다.
일본인뿐만 아니라 한국인, 중국인 등 공모에 참여한 일반인 1만여 명이 빨간색과 파란색 우비를 입고 일렬로 늘어서서 노래를 불러 장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둘레가 약 2㎞인 그랜드 링을 산책하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연신 "정말 넓다"고 감탄하는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일부 관람객들은 입장에만 한 시간 남짓 걸렸고, 전시관 온라인 예약도 쉽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오사카부에 거주한다는 50대 여성은 "짐 검사가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예약 시스템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며 "그래도 안에 들어오니 깨끗하고 좋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빗줄기와 바람이 거세졌지만, 관람객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대부분의 전시관은 물론 음식점, 화장실 앞에도 사람들이 길게 줄섰다. 오사카부는 개막일 관람객 수를 14만∼15만 명으로 예상한 바 있다.
관람객들은 비를 피해 폭 30m인 그랜드 링을 따라 주로 이동했다. 하지만 그랜드 링에도 비가 들어올 정도로 날씨는 궂었다.
우비를 입은 채 벤치에 앉아 있던 20대 남성은 "생각보다 추워서 따뜻한 곳에서 쉬고 싶지만, 마땅한 장소가 없다"며 "일본관을 보고 싶은데 예약하지 못해서 들어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어린아이 2명과 함께 박람회장을 찾은 부부는 "비가 오니까 다니기 힘들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며 "저녁까지 있으려고 했지만 빨리 집에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람회장과 연결되는 유일한 지하철역인 유메시마역에서는 경내가 혼잡해지지 않도록 역에 들어가는 인원을 통제해 귀가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오후 5시 이후 입장할 수 있는 당일권을 사려는 사람들도 수십 분을 기다렸고, 동문 근처에 있는 공식 상점은 입장을 제한했다.
아울러 항공자위대는 엑스포 개막을 기념해 곡예비행팀 '블루 임펄스' 비행을 준비했지만, 기상 악화로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개막 첫날 인파는 입장권 판매 부진 등 흥행에 대한 그간 우려를 다소 불식시킬 만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팔린 입장권은 목표의 65%인 906만 장에 불과했다.
다만 일부 전시관은 공사 지연으로 문을 열지 못했다.
그중 한국관에서 멀지 않은 네팔관은 내부에 공사 인력도 보이지 않았다. 네팔 외에도 인도, 칠레, 베트남, 브루나이 등 5개국이 전시관 내부 공사를 완료하지 못해 개관을 미뤘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일본 시민단체는 박람회장 인근에서 매립지인 유메시마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에 대한 대책이 충분히 수립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엑스포 개최를 중단해야 한다는 항의 집회를 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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