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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태어날지 직접 선택할 수 있다면…'너를 기다리다'

연합뉴스입력
타임리프 소설 공모전 5·6회 수상작 모음집 '데드볼' 단재 신채호 일대기 다룬 소설 '네 칼이 센가 내 칼이 센가'
[마르코폴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너를 기다리다 = 리 고토미 지음. 서지은 옮김

태아가 출생 여부를 직접 선택하는 '합의출생제도'가 도입된 가까운 미래를 그린 SF 장편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태아와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자 정부는 잉태 9개월이 된 시점에 태아가 태어나기를 원하는지 확인하도록 강제한다. 태아가 출생을 거부하면 부모는 반드시 낙태해야 하고, 출산을 강행하면 최대 무기징역으로 처벌된다.

합의출생제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주인공인 스물여덟살 여성 아야카는 제도를 전적으로 지지한다. 제도 도입 초기에 태어난 아야카는 출생을 스스로 선택한 데 자부심을 느낀다.

그런 아야카는 동성 연인과 수술을 통해 임신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데, 9개월 뒤 병원에서 "아기가 출생을 거부했다"는 통지를 받고 망연자실한다.

죽음에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하는 문제는 현실 세계에서도 뜨거운 논쟁거리다. 이 책은 현실 속 논쟁을 상상 속 미래 사회에서 더욱 확장하고 심화했다.

저자인 리 고토미는 대만 태생으로 일본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2021년 소설 '피안화가 피는 섬'으로 일본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상을 받았다.

마르코폴로. 180쪽.

[황금가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데드볼 = 손장훈 외 7명 지음.

시간 여행을 주제로 하는 '타임리프 소설 공모전'(이하 공모전) 5회와 6회 수상작 아홉 편을 실은 소설집이다.

표제작은 야구 경기에서 투수가 던진 공에 맞을 때마다 시간이 되감겨 공이 날아오기 전으로 되돌아가는 무명 타자 선우의 이야기다. 소설가 손장훈의 작품으로 5회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만년 2군 신세였던 선우는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 덕에 성적이 좋아져 1군 무대에 오른다. 하지만 투수의 공에 맞을 때마다 누적된 고통이 선우를 점점 망가뜨린다.

이 밖에 아기를 낳는 순간 임신 초기로 회귀하는 임산부 이야기를 다룬 '뱃속에서'(배희원), 시간 여행을 하게 된 주인공이 한 아이의 납치 사건을 막으려 고군분투하는 '라젠카가 우릴 구원한다 했지'(김아직), 숨을 거두기 직전인 오빠가 사실 자신이 시간 여행자라고 털어놓는 '오빠의 시간여행'(이세형) 등이 수록됐다.

황금가지. 508쪽.

[달빛서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네 칼이 센가 내 칼이 센가 = 김삼웅 지음.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 언론인인 단재 신채호(1880∼1936)의 생애를 다룬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의 첫 소설이다.

단재가 "썩을 대로 썩고 병들 대로 병든 조정에서 벼슬살이하며 부귀와 권세를 누릴 생각이 없다"는 이유로 출세가 보장된 성균관 박사직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데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후 단재가 황성신문 논설기자와 대한매일신보 주필을 거쳐 독립운동에 투신하고, 무정부주의 단체 활동 자금을 조달하려다 일본 경찰에 체포돼 중국 뤼순감옥에서 목숨을 거두는 과정이 그려진다.

김 전 관장은 2005년 '단재 신채호 평전'을, 1995년 아홉 권짜리 '단재 신채호 전집'을 각각 펴냈으나 여전히 담지 못한 사연을 다루고 싶어 소설을 집필했다고 한다.

그는 이 책의 '들어가는 말'에서 "러시아, 만주, 중국, 대만을 거치는 긴 망명 기간, 8년여의 혹독한 감옥살이라는 '문자 없는' 공간을 메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달빛서가. 312쪽.

jae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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