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커뮤니티·유튜브 매개로 보수화·과격 행동
소외감에 존재 과시? '응원봉'에 반발? 해석 분분
소외감에 존재 과시? '응원봉'에 반발? 해석 분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이율립 기자 = 지난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에서 발생한 '난동' 현장에 적지 않은 20∼30대가 목격된 것을 두고 젊은 남성들이 보수화 양상을 보이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18∼19일 서부지법과 헌법재판소에서 체포된 90명을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46명(51%)이 20∼30대였다. 19일 하루 동안 서부지법에 난입해 체포된 46명 중에선 26명이 30대 이하다.
경찰이 성별을 밝히진 않았지만, 현장 영상 등을 종합하면 대다수는 남성으로 보인다.
그간 강성 보수집회의 주축이 '반공' 이념으로 뭉친 고령층이었음을 고려하면 청년들의 등장이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을 현장으로 집결시킨 것은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라는 게 중론이다.
극우 커뮤니티의 대표 격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와 디씨인사이드의 국민의힘 관련 갤러리 등에선 "판사가 재판을 X같이 하면 다 참아야 하나, 국민이 바꿔야 한다", "2030은 초범이라 벌금 물고 풀려난다"는 글이 여과 없이 올라오고 있다.
이런 주장을 주 구독자층이 20∼30대 남성인 '신남성연대', '그라운드 씨' 등 우파 유튜버들이 확대 재생산하는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7일 그라운드 씨가 올린 영상에는 젊은 남성들이 "영상을 보고 반국가세력의 실체를 알게 됐다", "계엄 선포 이후 나라가 다시 세워지겠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며 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모습이 담겼다.
젊은 남성층이 이런 주장에 빠져 과격 행동에 이르게 된 데 대한 학계의 해석은 분분하다.
일단, 대입이나 연애, 취업 등에 고전을 겪으며 쌓인 '사회적 소외감'이 밑바탕에 깔려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위축되고 분노로 가득한 이들이 존재감을 과시할 방법을 찾다가 유튜브, 커뮤니티의 기조에 호응하는 것"이라며 "유럽 극우세력의 바탕에도 2030 남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페미니즘과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성균관대 구정우 사회학과 교수는 "20∼30대 여성들이 탄핵 찬성 시위에 대거 참여해 응원봉을 흔들면서 사회 변화를 끌어내는 모습을 보였다"며 "또래 남성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치 세력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발동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구 교수는 "이번 사태로 이들이 폭력까지 정당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게 드러난 것 아니냐"며 "젊은 남성들의 극우화가 우려스럽다"고 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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