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장인영 기자)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 특보가 발효된 날이었다. 길거리의 모두가 추위에 떠는 날씨에도 민서의 얼굴에는 햇살이 돌았다. 오랜만의 컴백에 설렌 걸까.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컴백은 지난해 3월 발매한 '데드 러브(DEAD LOVE)' 이후 약 10개월 만이자, 솔로가 아닌 든든한 팀원들과 함께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민서는 최근 서울 강남구 엑스포츠뉴스 사옥에서 진행된 나인티 프로젝트(90 project)의 첫 번째 싱글 '어나더 웨이(Another Way)' 발매 기념 인터뷰에서 "낭만을 잃어가는 시대지만 저는 아직도 쓸데없는 낭만들이 너무 좋다. 이 곡을 듣고 청춘의 순간들을 한 번씩 떠올려주셨으면 한다. 우리가 청춘이 무엇인지 보여드리겠다"고 미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민서는 "컴백은 언제나 설렌다. 뭐가 됐든 음악하는 건 너무 즐겁고 재밌는 일이다 보니까 항상 기대가 많이 된다. 코로나 때 팬분들과 직접적으로 만나서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줄어서 늘 아쉬웠는데 나인티 프로젝트를 통해 팬분들과 좀 더 자주 소통할 기회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컴백 소감을 전했다.
가수 민서가 아닌 인간 김민서로는 어떻게 지냈는지도 들어봤다. 그는 "축구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운동 선수처럼 했다. 최근에 이사도 했는데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서 정신없는 2024년을 보냈다. 이제 좀 모든 게 정리된 느낌이다. 안정기가 찾아왔다"고 돌아봤다.
나인티 프로젝트는 채워질 듯 채워지지 않는 인생의 10%를 함께 채워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보컬 민서를 주축으로 한국의 포크 음악부터 현세대 K팝까지 다양한 음악을 듣고 자라 온 90년대생들이 모인 팀이다.
그간 발라더로 이름을 떨친 민서는 나인티 프로젝트를 통해 데뷔 7여년 만에 처음으로 밴드에 도전하게 됐다. 나인티 프로젝트에는 보컬 민서를 비롯 아이유, NCT 도영, 루시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호흡을 맞춰 온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강버터, 민서의 A&R을 담당해 온 재준 씨까지 총 3명으로 구성됐다.
타이틀곡 '어나더 웨이'는 많은 고민과 걱정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기타 중심의 록 자르 곡으로, 누가 들어도 밴드 음악이다. 하지만 민서는 나인티 프로젝트가 밴드 팀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그는 "지금은 저희 모두가 밴드 사운드에 꽂혀 있어서 밴드 음악을 만들었을 뿐, 하나의 음악 팀으로 봐달라"라고 했다.
팀 결성 계기에 대해 민서는 "어렸을 때부터 그 친구들과 음악 얘기를 많이 했다. 정작 같이 뭘 하진 못했는데 이제는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전히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성이 비슷한 것 같아서 팀으로 (음악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첫 싱글 '어나더 웨이'로는 밴드 음악을 선보였지만 다음에는 어떤 색깔의 음악을 들고 올지 모른다. 포장지에 싸여 있는 선물처럼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드는 무궁무진한 팀이다. 민서 역시 "'밴드 음악만 하겠다'면서 가능성을 닫아놓고 싶진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팀 멤버도 저희 세 명만 있진 않을 거다.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예술 분야에서 결이 맞는 친구가 있다면 함께 할 수도 있다"고 해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대중들에게 스탠드 마이크를, 솔로가 아닌 나인티 프로젝트 멤버 민서로 다가가는 것에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는 민서는 "아무래도 발라더로 인식하고 있는 분들이 많지 않나. 왜 민서가 아닌 나인티 프로젝트로 나왔지라는 의문점에 대해서도 제가 해결해 줘야 하는데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제가 추구하는 모습들을 꾸준히 보여드린다면 언젠간 알아주시지 않을까 싶다. 너무 큰 걱정을 안 하려고 노력 중이고 우선 즐길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멤버들과 어연 10여 년 지기라서 그런지, 나인티 프로젝트의 작업 과정은 듣기만 해도 화기애애했음이 느껴졌다. 민서는 "친구들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는 게 좋더라"라며 "서로의 성격을 잘 알고 있어서 오히려 일할 때 스스럼 없이 말(피드백)할 수 있어서 좋았다. 데면데면한 사이에서 일을 하다 보면 에둘러 말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그러다 보면 시간이 지체된다. 우리끼리는 그런 게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밴드 보컬로의 창법을 바꾸는 일은 민서에게도 넘어야 할 벽이었다. 그는 "예전에 '2cm' 부를 때는 간드러지게 불렀고 '이상한 애' 같은 경우에는 능글능글하게, '데드 러브' 때는 명확한 콘셉트가 있었다. 복수를 꿈꾸는 여자였기 때문에 농후한 느낌을 줬다. 이번에는 밴드니까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보컬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노래를 들었을 때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더라. 친구들한테 '예쁘게 부르려고 하지마라. 발라드 창법으로 돌아가지마라'라는 피드백을 들으면서 내 것을 찾으려고 했다. 어떤 소리를 냈을 때 듣기에 시원할지"라고 덧붙였다.
'어나더 웨이'는 나인티 프로젝트의 메인 음악 프로듀서인 강버터가 작곡, 편곡은 물론 보컬 디렉팅까지 참여했다. 민서는 세대를 불문하고 공감할 수 있는 솔직한 이야기를 담기 위해 직접 노랫말을 썼다.
이번 곡을 듣자마자 '유레카'를 외쳤다는 민서는 "(강)버터가 간주에 나오는 기타 리프를 들려줬는데 너무 좋더라. 다른 타이틀곡 후보들도 있었지만 '어나더 웨이'를 듣자마자 이건 무조건 해야 되겠다 싶었다. 버터가 정말 선한데 그 친구의 성격이 음악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고 했다.
([엑's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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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영 기자 inzero6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