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손흥민의 미래는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토트넘 홋스퍼의 선택에 의해 계약 연장 옵션이 발동되면서 계약 기간이 1년 늘어나면서 큰 산을 넘은 것처럼 보였지만, 손흥민의 계약은 딱 1년 연장됐을 뿐이다. 기간이 늘어난 계약이 만료되는 2026년 6월 이후 손흥민의 미래에 대한 의구심은 그대로라는 지적이다.
토트넘은 지난 7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손흥민의 계약 연장 옵션을 활성화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번에 발동된 연장 옵션은 2021년 토트넘과 손흥민이 4+1년 계약을 맺을 당시 조항에 삽입된 것인데, 선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구단의 선택으로만 발동 여부가 이뤄지는 옵션이다. 기존 2025년 6월30일에 끝날 예정이었던 손흥민과 토트넘의 계약의 종료 시점은 2026년 6월30일로 밀렸다.
지난 2015년 바이엘 레버쿠젠(독일)을 떠나 토트넘에 입단하며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를 밟은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토트넘을 떠나지 않는 이상 토트넘에서만 10년을 보내게 된다. 그는 구단을 통해 영어 인사를 했는데 "정말 감사한 일"이라며 토트넘의 계약 연장 결정에 감사함을 표했다.
손흥민은 이어 "나는 이 팀을 사랑하고, 지금의 시간을 사랑한다"면서 "나는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토트넘에서 보냈다. (계약 연장을 통해) 토트넘에서 향후 1년간 더 뛸 수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정말 자랑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계속해서 "프리미어리그는 많은 아이들이 꿈꾸는 무대"라며 "팀의 주장을 맡은 순간부터 발전하고,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는 항상 올바르게 행동해야 하고, 이는 힘든 일이지만 어려운 시기가 올 때마다 나는 '다시 뛰어야 할 때가 온다'는 생각을 하면서 버틴다. 좋지 않은 시기가 있으면 그 뒤에는 좋은 시기가 온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이어진 한국어 인터뷰에서도 그는 감사를 얘기했다. "일단 이렇게 또다른 기회를 받을 수 있어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는 손흥민은 "기회를 준 것에 대한 감사가 큰 것 같다. 많은 성원을 받고 응원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의 기회로 팀에게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 같아서 너무나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토트넘을 이끌며 손흥민을 2년째 지도하고 있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손흥민은 이미 토트넘에서 훌륭한 경력을 보유한 선수다. 그는 지난 10년간 토트넘과 프리미어리그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면서 "손흥민이 팀에 남게 되어 기쁘다. 그가 토트넘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커리어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손흥민의 계약 연장을 기뻐했다.
손흥민의 기존 계약 기간 만료가 1년 앞으로 다가온 2024-25시즌 초반부터 손흥민의 계약 연장 여부는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 가장 큰 이슈였다. 손흥민이 토트넘의 주장이자 팀 공격의 핵심 자원이고, 33세의 나이에도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토트넘 팬들이 손흥민의 잔류를 원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토트넘은 손흥민에 대해 미온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2024년이 지나가기 전 손흥민의 계약 연장 옵션을 발동할 수 있었지만 미루고 미루다 결국 2025년의 첫 주가 끝나기 직전에 연장 옵션 행사를 결정했다.
손흥민이 바르셀로나와 본격적으로 연결되기 시작하니 급하게 연장 옵션을 발동시킨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부터 다수의 클럽들과 이적설이 나왔는데, 이를 단순 루머로 치부하면서 안심하고 있던 토트넘이 최근 스페인 매체 '문도 데포르티보'나 영국의 유력지 '텔레그래프' 등이 바르셀로나가 손흥민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보도를 내자 태도를 바꿔 손흥민의 계약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는 지적이다.
손흥민의 다년계약 요청을 토트넘이 묵살했다는 충격적인 주장도 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은 "토트넘의 결정으로 인해 손흥민의 가까운 미래에 대한 추측은 끝났으나, 소식통에 의하면 손흥민은 새로운 장기 계약을 원했다"면서 "하지만 구단과 선수간의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토트넘은 손흥민가 재계약을 맺는 대신 기존 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토트넘이 결정을 내린 과정이 어떻든 결과적으로 손흥민의 계약 기간은 1년 더 연장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손흥민의 미래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중이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손흥민의 계약 연장이 발표된 뒤 "2026년 6월 이후 손흥민으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며 "지금 계약서의 만료 기간이 1년 늘어났지만 여전히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매체는 손흥민의 계약 연장 이슈가 끝난 것은 맞지만, 토트넘이 손흥민과 다년 재계약을 맺지 않는 이상 손흥민은 다음 시즌이 시작되면 이번 시즌에 그랬듯 불확실한 미래로 인한 여러 추측에 놓여질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만약 토트넘이 손흥민과의 재계약을 포기할 경우 손흥민은 자유계약(FA) 신분이 되어 이적시장에 나온다. 손흥민이 지금과 비슷한 수준의 기량을 유지한다면 손흥민을 영입하기 위해 나설 팀들은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이는 손흥민의 경기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또한 손흥민이 자신의 경기력을 유지하더라도 34세, 35세의 나이에 토트넘보다 더 나은 팀으로 이적할 거라고 확신하기도 힘들다.
많은 선수들처럼 사우디아라비아나 튀르키예, 미국 이적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 역시 손흥민에게 제안이 올 경우에만 가능하다. '디 애슬레틱'에서 손흥민의 미래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할 만한 이유가 있다.
물론 긍정적인 전망도 존재한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스퍼스 웹'은 10일 "토트넘은 언제나 손흥민의 계약을 연장할 생각이었다"라며 "가능성이 낮지만 토트넘이 손흥민을 처분하고 싶어하더라도 그들은 여전히 손흥민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계약을 연장했을 것이다. 따라서 바르셀로나나 다른 어떠한 클럽도 적어도 2026년까지 FA로 손흥민을 영입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매체는 그러면서 "그러나 우리는 그의 계약이 연장됐다는 소식이 발표된 이후 토트넘이 쏘니(손흥민)와 새로운 2~3년 계약을 두고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며 토트넘과 손흥민이 다시 한번 장기 재계약 여부를 두고 논의할 거라고 기대했다.
만약 손흥민이 토트넘과 새로운 다년 계약을 맺는다면 말 그대로 '토트넘 종신'이 된다. 이전부터 토트넘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고 말했고, 특히 이번 시즌에 그 열망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던 손흥민에게도 토트넘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릴 기회가 몇 번은 더 주어지게 되는 셈이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에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와 잉글랜드 FA컵, 그리고 잉글랜드 리그컵(EFL컵)에서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강력한 우승 후보로 여겨졌던 유로파리그에서는 기대보다 부진하고 있고, FA컵 일정은 아직 많이 남은 상태다. 그나마 기대를 걸 만한 대회가 4강 1차전에서 강호 리버풀을 꺾으며 결승행 진출 가능성을 높인 EFL컵인데, 이 역시 4강 2차전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뛰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이번 시즌 우승에 실패하더라도 향후 2~3시즌은 더 우승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손흥민의 미래는 토트넘의 선택에 달렸다. 토트넘은 지난해 중순에 이어 다시 한번 손흥민의 미래를 선택할 기로에 설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토트넘 홋스퍼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