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을 넘어 유럽 축구 이적사에서도 역대급 '하이재킹'으로 꼽히는 박주영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명문 아스널 이적을 영국 매체에서 다시 조명했다.
영국 매체 '토크스포츠'는 지난 4일(한국시간) '올해의 영플레이어를 뽑았다고 생각했는데 사라지더니 아스널에 나타났더라'는 제목으로 지난 2011년 여름 영국과 프랑스를 뒤흔들었던 박주영 이적사를 다뤘다.
메디컬 테스트 도중 감쪽 같이 사라진 이야기를 다시 다뤘다.
사건은 이렇다. 2005년 K리그 만장일치 '신인왕' 수상으로 존재감을 알렸던 박주영은 2008년 여름 프랑스 AS모나코에 둥지를 틀면서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2010-2011시즌엔 프랑스 1부리그인 리그1 33경기 12골을 넣어 빅리그에 속하는 프랑스에서 정상급 공격수로 인정받았다. 박주영은 원래 갖고 있던 재능과 골감각은 물론, 프랑스에 가서 서전트 점프(제자리 점프)가 굉장히 늘어 실력 업그레이드를 이뤘다.
하지만 그는 2011년 여름 진로를 놓고 고민한다. AS모나코가 2부 강등이란 충격적인 일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런 박주영이 가기로 처음 결심한 팀은 2010-2011시즌 리그1 우승을 차지하며 57년 만에 프랑스 최상위리그 정상에 오른 릴이었다. 이적료도 300만 파운드(55억원) 수준으로 합의가 끝났다. 릴 입장에선 리그1에서 검증된 공격수를 거의 공짜로 얻는 거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박주영은 메디컬 테스트를 받는 도중 호텔을 떠나 영국으로 떠났고, 결국 세계적인 명장 아르센 벵거 감독이 호출한 아스널과 계약했다.
토크스포츠는 긴박했던 이 때의 일을 다시 알린 것이다.
매체는 "1차 메디컬테스트를 마친 박주영은 두 번째 검진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보이질 않았다"며 "박주영 측은 전화도 받질 않고, 메시지도 읽질 않고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릴 구단 수뇌부는 당황했다"고 했다.
이후 릴은 박주영이 아스널로 떠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았다.
실제 박주영은 아스널 훈련장에 나타나 입단식을 치렀다. 벵거 감독은 박주영에게 스트라이커의 상징인 등번호 9번을 주면서 믿음을 알렸다.
박주영은 입단 당시엔 하이재킹 스토리에 대해 입을 다물었지만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도중 한 동영상채널과 한국 경기를 관전하는 등 중동에 체류하면서 당시 상황을 잠깐 소개한 적이 있었다.
박주영은 "벵거 감독 전화를 받았다"며 "처음엔 장난전화인 줄 알았다"고 해 팬들을 웃게 했다.
다만 박주영의 아스널행은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3년간 아스널에서 프리미어리그 1경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경기, 리그컵 4경기 출전에 그쳤기 때문이다. 입단 시즌 리그컵 볼턴 원더러스전에서 환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로 아스널 데뷔골을 터트렸지만 그게 끝이었다.
2012년 셀타 비고(스페인), 2013년 왓퍼드(잉글랜드 2부) 임대를 다니는 등 아스널에서 금세 외면받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축구종가 생활을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