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24년이 끝을 바라보고 있다. 엑스포츠뉴스에서는 연말의 아쉬움을 달래고, 다가오는 2025년을 맞이하며 가요, 방송(지상파, 케이블·종편), 영화·OTT, 이슈 부문을 나눈 자체 시상식을 열어봤다. 올 한 해 각 분야에서 잊지 못할 활약을 펼친 이들과 순간들을 다시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수아 기자) 영화 제목에서 시작했지만 일상 단어로 자리잡은 '파묘'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또 한번 입증한 K-콘텐츠의 글로벌 위상까지 [엑's 초이스]로 살펴봤다.
▲ 2024년 싹 쓸었상 : '파묘'
2024년은 '파묘'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월 22일 개봉한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는 올해 첫 천만 영화를 달성하면서 팬데믹 이후 여전히 주춤하고 있는 극장가에 연초부터 활력을 불어넣었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 김상덕(최민식 분)과 장의사 고영근(유해진), 무당 이화림(김고은), 윤봉길(이도현)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다.
개봉 전부터 36만 명이 넘는 사전예매 관객수를 기록한 '피묘'는 개봉 후 흙을 먹는 최민식, '투잡' 의혹을 부를 정도였던 김고은의 대살굿 장면 등 압도적인 연기, 몰입감 높은 스토리, 신선한 소재를 기반으로 한 호평 속 어쩌면 당연하게도 흥행에 안착했다.
개봉 32일째 천만을 돌파한 '파묘'는 이후 개그 프로그램들에서 패러디되는가 하면, "험한 것이 나왔다"라는 대사와 '파묘'라는 단어는 유행처럼 번졌다. 특히 '파묘'는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과거가 파헤쳐지는 상황을 대표하는 단어가 됐다.
'파묘'는 제60회 백상예술대상과 45회 청룡영화상에서 각 4관왕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으며, 2015년 '검은 사제들'로 대중에게 오컬트 장르를 친숙하게 만든 장재현 감독이 '파묘'로 장르 최초 천만을 달성하면서 한국 영화계의 밝은 미래를 열었다.
▲ 아는 맛이 더 재밌상 : '범죄도시4'
"믿고 보는 '범죄도시' 시리즈"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지난 2022년, 유일하게 천만을 돌파했던 영화 '범죄도시2'(감독 이상용)가 2023년 '범죄도시3', 올해 '범죄도시4'(감독 허명행)로 '트러플 천만'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범죄도시4'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가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빌런 백창기(김무열)와 IT 업계 천재 CEO 장동철(이동휘)에 맞서 다시 돌아온 장이수(박지환), 광수대&사이버팀과 함께 펼치는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다.
개봉 당시 8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2024년 최고 오프닝을 기록하는가 하면 개봉 20일째에 시리즈 중 최단기간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 29일 연속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제작자이자 주연 배우인 마동석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묵직한 펀치 액션과 극 중 유머 코드는 익숙하지만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마동석의 보석함'이라는 수식어까지 생긴 새로운 빌런들이 매 시리즈 활약한다.
현재 제작 중인 5·6편과 제작 예정인 7·8편에 어떤 배우가 등장할지, 계속해서 연속 천만을 등극할지 큰 관심이 모인다.
▲ 드디어 나왔상 : '베테랑2'
'베테랑2'(감독 류승완)가 무려 9년 만에 돌아왔다.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
2015년, 1300만 명의 관객수를 기록한 '베테랑'에 이어 돌아온 '베테랑2'는 황정민의 34년 연기 인생의 첫 시리즈물이기도 하다. 황정민은 "1편이 워낙 잘 됐기에 곧 들어가리라 생각하고 마음 먹고 있었다. 여차저차 시간이 이렇게 됐다"며 "늘 서도철을 마음 한 편에 두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정해인은 "(연락을 받았을 때) 꿈인가 생시인가 그랬다"면서 "대사를 맞춰보는 자체가 신기했고, 혼자 연습할 때는 막연했는데 첫 촬영이 엄청 기다려졌고 설렜고 약간 두려웠다"고 합류한 소감을 전했다.
각자 큰 의미를 가진 영화인 만큼 두 사람은 총 312회차의 무대인사를 성료해 화제를 모았고, 애정이 통한 듯 '베테랑2'는 752만 명의 누적관객수를 달성하며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3위에 자리했고, 정해인은 제45회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 여름 책임졌상 : 조정석
2024년 여름, 그 누구보다 바빴던 조정석이다.
조정석은 2019년 '엑시트'(감독 이상근) 이후 5년 만에 '파일럿'(감독 김한결)으로 '코미디 장인'다운 연기와 여장한 파일럿이라는 소재로 관객들을 만났고, 11월 기준 471만 명의 누적관객수로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4위를 차지했다.
7월 31일 개봉한 '파일럿'이 한창 순항 중인 8월 14일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로 정반대의 묵직한 변호사 연기를 선보인 조정석은 주연작이 동시에 극장에 걸리는 희귀한 경험을 했다.
'파일럿'과 다르게 관객수가 70만 명에 그쳤으나, 조정석은 아쉬워할 틈도 없이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신인가수 조정석'을 통해 데뷔 과정을 공개했다.
"오래 전부터 꿈꿨던 가수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는 것 같아서 굉장히 기분이 이상하다"면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좋은 노래를 만들자고 생각했다"고 밝힌 조정석을 위해 아내 거미부터 박효신, 아이유, 정경호 등이 지원사격에 나서 훈훈함을 더했다.
▲ K-쿡방 급부상 : '흑백요리사'
2024년을 대표하는 영화가 '파묘'라면 OTT에는 '흑백요리사'가 있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 80명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 20명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으로, 넷플릭스가 한국 예능 최초로 3주 연속 글로벌 TOP 10 TV 비영어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심사위원으로 나선 백종원과 국내 유일 미슐랭 3스타 '모수 서울' 출신 셰프 안성재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고, 특히 안성재는 "이븐하게 익지 않았다", "채소의 익힘 정도"라는 독특한 심사평으로 재미를 더했다.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면서 '흑수저' 셰프들의 식당은 예약이 꽉 차 못 가는 지경에 이르렀고, 식지 않는 인기에 '흑백요리사 시즌2'가 빠르게 확정됐다.
'흑백요리사'가 부른 국내 '쿡방' 열풍에 JTBC '냉장고를 부탁해'가 5년 만에 돌아와 열풍에 합류하는 선순환을 불렀다.
▲ 전 세계가 주목상 : '오징어 게임2'
3억 3천만 뷰를 기록, 넷플릭스 역대 가장 흥행한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3년 만인 오는 26일 시즌2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로, 시즌1에 출연했던 이정재와 이병헌, 위하준을 비롯해 임시완, 강하늘, 박규영, 이진욱, 박성훈 등 새로운 인물이 대거 등장한다.
정식으로 공개되기 전 내년 1월 6일 개최되는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TV 부문 드라마 시리즈 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글로벌 관심을 입증했고, 미리 시청한 해외 평론가들은 "시즌2를 다 보고 나니 속편을 더 만들어도 될 것 같다", "천재적이고 의미 있게 확장한 역대급 속편", "인간의 심리를 더 깊이 파고들면서 판돈을 높이는 명수"라고 극찬했다.
지난 9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황동혁 감독은 "이 작품이 단지 재밌는 데서 끝난 게 아니라 살고 있는 사회와 접점이 있기 때문에 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킨 게 아닌가 싶다"며 "시즌2를 하면서도 다른 전략을 세우거나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이게 재미없으면 뭐가 재밌냐'는 말을 듣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역대 최고흥행작의 화려한 귀환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 K-콘텐츠의 위상을 가장 드높인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시즌1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전 세계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 DB, 각 영화 배급사, 넷플릭스
김수아 기자 sakim424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