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선생님은 9세 이용가'[리디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빙의'라고 하면 보통 로맨스 판타지나 아포칼립스(멸망 이후 세계) 소설에 갇히는 것을 떠올린다. 소설 속 세상은 주인공이 살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을지 몰라도, 그 안에서 나름의 규칙과 인과관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아홉살 어린이들이 지어내는 릴레이 소설에 갇힌다면 어떨까. 그 어떤 논리도, 법칙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관 속에서 다음에 튀어나올 장면을 두려워하게 될지 모른다.웹툰 '선생님은 9세 이용가'[리디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웹툰 '선생님은 9세 이용가'는 초등학교 방과 후 작문 수업 교사로 함께 일하게 된 강태연, 피용진이 아이들이 마구잡이로 쓴 소설에 갇히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대학교 문예창작과 시절부터 앙숙이던 둘은 아이들이 제멋대로 쓴 스토리에 맞춰서 연인이나 부부가 되고, 삼각관계의 라이벌로 변했다가 심지어는 여우와 토끼가 되기도 한다. 여러 아이가 스마트폰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한 줄씩 돌아가며 쓰는 이야기가 소설이 되기 때문에 다음 내용을 짐작할 수도 없다. 에펠탑이 보이는 식당에서 식사하다가 갑자기 섬에서 신혼여행을 즐기고, 그다음 장면에서는 병원으로 이동하는 것은 예삿일이다. 여차해서 맞춤법이라도 틀리면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것은 덤이다. "얼른 나아"라고 하는 대신 "얼른 낳아"라고 대사를 잘못 쓰면 다음 장면은 성별이나 인과와는 무관하게 아이를 출산하게 되는 식이다. 아이들이 이야기 한 편을 끝낼 때마다 현실로 되돌아올 수는 있지만, 자신들을 주인공으로 쓰지 말아 달라는 말을 하거나 소설을 중단시킬 수는 없다. 반복되는 빙의 속에서 이들은 이상한 점을 눈치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마을 어른들까지 이 수상한 소설 빙의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들은 아예 마을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는다. 빙의라는 웹툰 클리셰(Cliché·판에 박힌 듯한 진부한 표현이나 문구)를 전면에 꺼내 들었지만, 이야기를 아이들이 실시간으로 쓴다는 설정 하나로 새로움을 더했다. 한 치 앞을 짐작할 수 없는 전개와 로맨스부터 BL(동성애), 막장 드라마, 우화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이야기 덕에 지루할 틈이 없다. 다만, 시즌1이 19화로 짧게 마무리된 데다가 반년 가까이 다음 시즌이 나오지 않고 있어 종횡무진 빠르게 치고 나가던 이야기가 힘을 잃은 느낌이다. 리디에서 볼 수 있다. heeva@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