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 언행 여러 차례, 당국 조치 안 취해…범행동기 미스터리
사우디 출신 정신과의사, 독일 민족주의 극우정당 지지
사우디 출신 정신과의사, 독일 민족주의 극우정당 지지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지난 20일 독일 마그데부르크의 크리스마스 장터에서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차량 돌진 테러'를 막지 못한 치안당국에 대해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용의자 탈렙 알압둘모센(50)의 범행 동기를 둘러싸고도 수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용의자는 폭력적 언행을 한 전력이 여러 차례 있어 경찰에 잘 알려진 인물이었으나 경찰은 신고까지 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탈렙은 사우디에서 정신과 전문의 수련을 받다가 2006년에 독일로 이주했고 2016년 망명을 허가받았다.
그는 2013년에 말다툼을 벌이다가 흥분해 폭탄테러를 하겠다고 상대편을 협박했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는데도 망명이 허가됐다.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15년 9월에 포용적 난민정책을 발표해 시행중이었으며, 이에 따라 110만명의 난민에게 망명허가를 내줬다.
탈렙은 2014년에는 폭력을 저지르겠다는 협박을 해 경찰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았으며, 2015년에는 사법당국 관계자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2022년에는 인신매매 혐의로 수사를 받기도 했다.
2023년에 사우디 당국은 탈렙이 위험인물이라고 독일 정부에 통보했으나 수사당국은 통보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은데다가 그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는 아니라는 점에서 위험인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용의자는 올해 10월 말 쾰른의 한 법정에서 폭력적 돌발행동을 하면서 판사를 협박했으며, 이 때를 전후해 직장인 공공 정신병원에서 휴직했다.
이달 초에 독일 이민당국은 탈렙이 테러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으나 이를 직접 처리하지 않고 제보자에게 경찰을 접촉해 보라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터가 열릴 당시 안전을 위한 통제 조치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응급환자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앰뷸런스 진입이 가능하도록 주변 길목의 콘크리트 장애물들이 치워져 있는 상태였다.
치워진 장애물을 대신해서 경찰이 밴을 배치해 길목을 가로막았어야 했으나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용의자는 이 길목을 거쳐 BMW 승합차를 몰아 장터에 돌진했다.
그 결과 9세 소년과 성인 여성 4명 등 5명이 숨졌고, 중상자 41명을 포함해 200명 이상이 부상했다.
탈렙은 사우디 출신 난민이면서도 무신론자를 자처하며 이슬람을 비난했으며, 독일 민족주의 극우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을 공공연히 지지하는 등 매우 특이한 성향을 드러내 왔다.
그는 사우디 등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박해를 피해 탈출하는 사람들을 돕는 운동을 하면서 웹사이트를 운영해왔다.
독일 정부가 이슬람 근본주의에 너무 관용적이라는 비판도 해 왔다.
지금 단계에서는 범행 동기가 확실치 않고 특히 정치적 혹은 종교적 동기에 따른 테러 범행으로 보고 연방 차원의 수사에 착수해야 하는지 여부도 아직은 확실치 않다는 게 독일 연방 수사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일단 작센-안할트 주경찰이 수사를 진행중이다.
낸시 페저 독일 내무부 장관은 독일 신문 빌트 일요일판에 용의자의 프로파일이 "기존의 어떤 틀에도 들어맞지 않는다"며 수사당국이 용의자의 배경을 샅샅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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