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갈께요'로 말하고 '갈게요'로 쓰세요
연합뉴스
입력 2024-12-23 05:55:00 수정 2024-12-23 05:55:00


1946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 강의대한민국역사박물관 [촬영 이충원] (연합뉴스 DB)

의사소통에서 전화보다 톡이 나을 때도 많습니다. 말미 두고 생각을 옮길 수 있어서일 것입니다. 불쑥 걸려온 전화가 더러 싫습니다. 내 호흡을 깰 땐 더욱 그렇습니다. 톡이 선호되는 또 다른 이유일 것입니다.


맞춤법, 띄어쓰기를 새롭게 봅니다. 잦은 톡이 선사한 관심 같기도 합니다. 관심과 준수 여부는 물론 별개이긴 합니다. 글쓰기를 위해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존재하는 것이지, 거꾸로는 아니라는 생각만큼은 확고합니다. 사람 있고 법 있지 법 있고 사람 있냐는 태도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지키면 보기가 좋습니다. 형식이 내용을 규정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할게]가 맞는데 [할께]를 쓰는 경우를 봅니다. [ㄹ게]는 받침 없는 동사 어간이나 'ㄹ' 받침인 동사 어간 뒤에 붙어서 어떤 행동에 대한 약속이나 의지를 나타내는 종결어미입니다. 한글맞춤법 제53항에 따라 'ㄹ'로 시작하는 어미는 뒷말이 된소리로 소리 나더라도 예사소리로 적는다고 규정합니다. [갈게], [볼게], [살게]이지 [갈께], [볼께], [살께]가 아닙니다. '-(으)ㄹ까?', '-(으)ㄹ꼬?', '-(스)ㅂ니까?', '-(으)리까?', '-(으)ㄹ쏘냐?' 등 의문을 나타내는 어미들은 된소리로 적습니다. 이 영향으로 [ㄹ게]가 [ㄹ께]로 오기된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단어를 기준으로 띄어 쓴다는 띄어쓰기 원칙도 새기면 괜찮습니다. 다만 조사는 단어로 다뤄지지만 붙여 씁니다. 예외입니다. [내가]라고 쓰지 [내 가]라고 안 쓰니, 따로 외워야 할 수고로움은 없을 줄 압니다. <<의존명사는 띄어 쓰고 조사와 어미, 접미사는 붙여 쓴다>>라는 규칙이 여기서 나옵니다.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는다]의 만큼은 의존명사이고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의 만큼은 조사입니다. [이게 얼마 만이야]의 만은 의존명사이고 [왜 나만 미워해]의 만은 조사입니다. [될 대로 되어라]의 대로는 의존명사이고 [사실대로 말해라]의 대로는 조사입니다.


띄어쓰기는 의미도 고려합니다.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하고 붙여 쓰면 백부, 숙부를 뜻합니다. 키가 큰 아버지, 작은 어머니 할 때와 다릅니다. 큰소리치지 말라고 할 때 큰소리는 '큰 소리로 대답하다'와 역시 다릅니다. [그 사람 뱃속을 알 수가 없다]의 뱃속이 [배 속이 더부룩하다]와 의미가 다른 것도 같은 맥락의 예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필수 교과 글쓰기 교과 교재편찬위원회, 『성찰과 표현』, 경희대 출판문화원, 2019

2. 김흥식, 『(나만의 글쓰기를 위한) 국어사전 일일공부』, 태학사, 2024

3. 한글맞춤법 53항과 다르게 ㄹ로 시작하는 의문형 어미에서는 뒤에 오는 자음을 된소리로 표기하는 이유 문답 -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278408&pageIndex=1&searchCondition=&searchKeyword=

4.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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