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에서 전화보다 톡이 나을 때도 많습니다. 말미 두고 생각을 옮길 수 있어서일 것입니다. 불쑥 걸려온 전화가 더러 싫습니다. 내 호흡을 깰 땐 더욱 그렇습니다. 톡이 선호되는 또 다른 이유일 것입니다.
맞춤법, 띄어쓰기를 새롭게 봅니다. 잦은 톡이 선사한 관심 같기도 합니다. 관심과 준수 여부는 물론 별개이긴 합니다. 글쓰기를 위해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존재하는 것이지, 거꾸로는 아니라는 생각만큼은 확고합니다. 사람 있고 법 있지 법 있고 사람 있냐는 태도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지키면 보기가 좋습니다. 형식이 내용을 규정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할게]가 맞는데 [할께]를 쓰는 경우를 봅니다. [ㄹ게]는 받침 없는 동사 어간이나 'ㄹ' 받침인 동사 어간 뒤에 붙어서 어떤 행동에 대한 약속이나 의지를 나타내는 종결어미입니다. 한글맞춤법 제53항에 따라 'ㄹ'로 시작하는 어미는 뒷말이 된소리로 소리 나더라도 예사소리로 적는다고 규정합니다. [갈게], [볼게], [살게]이지 [갈께], [볼께], [살께]가 아닙니다. '-(으)ㄹ까?', '-(으)ㄹ꼬?', '-(스)ㅂ니까?', '-(으)리까?', '-(으)ㄹ쏘냐?' 등 의문을 나타내는 어미들은 된소리로 적습니다. 이 영향으로 [ㄹ게]가 [ㄹ께]로 오기된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단어를 기준으로 띄어 쓴다는 띄어쓰기 원칙도 새기면 괜찮습니다. 다만 조사는 단어로 다뤄지지만 붙여 씁니다. 예외입니다. [내가]라고 쓰지 [내 가]라고 안 쓰니, 따로 외워야 할 수고로움은 없을 줄 압니다. <<의존명사는 띄어 쓰고 조사와 어미, 접미사는 붙여 쓴다>>라는 규칙이 여기서 나옵니다.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는다]의 만큼은 의존명사이고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의 만큼은 조사입니다. [이게 얼마 만이야]의 만은 의존명사이고 [왜 나만 미워해]의 만은 조사입니다. [될 대로 되어라]의 대로는 의존명사이고 [사실대로 말해라]의 대로는 조사입니다.
띄어쓰기는 의미도 고려합니다.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하고 붙여 쓰면 백부, 숙부를 뜻합니다. 키가 큰 아버지, 작은 어머니 할 때와 다릅니다. 큰소리치지 말라고 할 때 큰소리는 '큰 소리로 대답하다'와 역시 다릅니다. [그 사람 뱃속을 알 수가 없다]의 뱃속이 [배 속이 더부룩하다]와 의미가 다른 것도 같은 맥락의 예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