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과징금 등 논의 관측…과거 삼성폰 맞선 아이폰 경쟁력 청탁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서혜림 기자 =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집권 1기부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찾아가 만났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쿡 CEO가 이날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을 방문해 트럼프 당선인을 면담하고 저녁을 함께 했다고 보도했다.
쿡 CEO가 올해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NYT는 짚었다.
쿡 CEO는 이 자리에서 애플의 현안과 관련해 트럼프 당선인의 지원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연합(EU)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애플에 부과한 과징금 문제와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관세 인상 방침 등과 관련한 대화가 오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쿡 CEO는 대선 전에도 트럼프 당선인에게 EU의 과징금 부과 방침을 알리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유럽이 미국 기업을 착취하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쿡 CEO와 트럼프 당선인의 인연은 1기 행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재계에선 대관 업무를 전담하는 임원이나 로비스트를 통해 백악관과 소통하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쿡 CEO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고 식사도 함께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019년 쿡 CEO와의 통화에 대해 "그래서 그가 정말 대단한 경영인이라는 것"이라며 "남들이 통화를 안 할 때 그는 전화를 걸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애플이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적 지원을 받은 것도 이 같은 쿡 CEO의 노력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019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일률적으로 10% 관세 부과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아이폰을 제외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서 조립해 수입하는 아이폰에도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쿡 CEO는 직접 트럼프 당선인에게 관세가 미국 내 아이폰 소비자 가격 인상을 부를 것이라면서 '삼성 같은 외국 경쟁사에만 유리할 것'이라는 논리로 설득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대상에서 아이폰을 포함한 전자제품을 제외했고, 관세도 강도를 낮췄다.
NYT는 "쿡 CEO는 트럼프 당선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기업 임원들에게 일종의 '모범사례'가 됐다"고 짚었다.
최근 미국 빅테크 경영자들은 앞다퉈 트럼프 당선인과 우호적인 관계 구축에 나선 상황이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각각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 달러(약 14억 원)를 기부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100만 달러 기부 대열에 합류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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