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유튜브 출연 자체로 정서부담 갖는 아동, 인권 보호해야"
연합뉴스
입력 2024-12-13 15:00:01 수정 2024-12-13 15:00:01
방심위 토론회…"외국은 강령 철저, 국내도 실태조사 시급"


청소년부모와 육아 (PG)[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최근 약 8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 육아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길에서 아이를 갑자기 만지거나 사진 찍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했다가 논란으로 번진 일이 있었다.

TV든 유튜브든 아동은 출연 자체만으로 정서적 부담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스타 탄생'의 과정에만 관심을 두기보다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종임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는 1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주최로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정말, 어린이·청소년의 인권 보호받고 있습니까?' 토론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 객원교수는 최근 아이돌 연습생을 다룬 오디션 프로그램과 가족 예능 프로그램에 아동과 청소년이 출연하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으나 제도적 안전망은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 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아동 연기자 77명 중 계약 조건 및 관련 조항 정보를 제공받은 사례는 20.5%, 권리 침해에 대한 구제 기관 정보를 들은 사례는 3.8%, 인권 교육을 받은 사례는 2.6%에 불과했다.

이 객원교수는 미국 아동연기자위원회의 경우 아동 출연자를 위한 가이드라인 제시, 근로 조건과 관련 법 보호, 펀드 관련 프로그램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소개했다.

이 위원회는 아동 출연 전 근로 허가서는 물론 교과서까지 확인하고 부모, 학교와도 긴밀히 연락하도록 하고 있다. 사흘 이상 연속 촬영 시 현장에 교사를 배치하고, 14세 미만의 경우 제작진 한 명이 아동 고용 관련을 전담하게 한다.

영국 BBC 역시 아동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라는 내용의 10가지 강령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역이 중요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와 '마틸다' 등을 제작하는 신시컴퍼니가 아역을 보호하는 샤프롱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객원교수는 "아동 출연자의 노동권, 휴식권, 수면권, 정서적 영향에 대해 깊이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미리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도 '방송 예능 프로그램 어린이·청소년 인권: 심의규정 쟁점 및 개선 방안'에 대해 발표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심위의 정기적인 실태조사로 아동 출연자의 기본권 침해 사례와 유형, 빈도를 파악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또한 아동 연기자 코칭 시스템을 촬영 현장에 의무적으로 투입하게 해 제작진과의 소통, 심리 안정,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어린이들은 예능 출연자, 아이돌 가수, 아역 배우, 뉴스·다큐멘터리 출연자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시청률 경쟁 속에서 받아야 할 보호를 충분히 받고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부부 갈등을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미성년 자녀들에게 거짓으로 이혼한다고 밝히고 반응을 관찰하기도 한다"며 "어린이·청소년은 시청자로서도, 출연자로서도 방송에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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