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서도 "정부와 문제의식 같아"…"의료개혁 상설기구 필요"(종합2보)
연합뉴스
입력 2024-05-14 19:50:51 수정 2024-05-14 19:50:51
'의대증원' 논문 교수 "정부, 의대 증원 제일 강조…2천명은 비과학적"
서울의대교수협 '의료시스템 개선' 공청회…안철수 "증원 1년 유예해야"


'의사정원 어떻게 하나?' 정책 & 지식 포럼에서 발제하는 홍윤철 교수(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1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대학원 한국정책지식센터에서 '의사 정원 어떻게 해야 하나?'란 주제로 열린 정책 & 지식 포럼에서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2024.5.14 uwg806@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오진송 기자 =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법적 다툼으로까지 비화하며 골이 깊어지고 있으나 의료체계에 대한 양측의 문제의식과 해결 방안은 사실상 같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부와 의료계는 단지 정책 추진 순서에 이견을 보이고 있을 뿐이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서 의료 개혁을 완수하자는 주장이다.

의료계가 자정능력을 갖추고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가로 거듭나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14일 서울대 행정대학원 한국정책지식센터는 '의사 정원,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정책&지식' 포럼을 열었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왜 의료개혁이 필요한가? 그 방향과 절차에 대해서'를 주제로 발표했다. 홍 교수는 정부가 '2천명 의대 증원'의 근거로 삼은 세 가지 보고서 중 1개 보고서의 저자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는 매우 독특하게 행위별 수가제에 기반하고 있어서 의사가 의료행위를 많이 해야 수입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고 근본적인 개선점을 지적했다.

'행위별 수가제'는 진찰, 검사, 처치 등 개별 의료 행위별로 의료서비스의 가격을 매겨 대가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의료행위를 많이 할수록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치료 결과보다는 각종 검사나 처치 등의 행위를 늘리는 데 집중하게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홍윤철 서울의대 교수 발표자료 발췌[서울대 행정대학원 한국정책지식센터 제공]

홍 교수는 "행위별 수가제에서 모든 문제가 파생했다. 행위가 아닌 성과, 결과 등 가치 기반으로 지불체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행위별 수가제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안적 지불제도를 도입하는 등 건강보험 지불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홍 교수 역시 이런 점을 짚으면서 "정부와 의료계의 문제의식이 같은데 싸우는 이유는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4대 의료 개혁 과제가 모두 중요하나 정부가 의료인력 확충, 그중에서도 의대 입학정원 확대를 제일 강조하면서 다른 정책이 주목받지 못하고 의정 갈등이 증폭됐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정부가 4대 의료 개혁 과제를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 네 가지를 다 할 수 있는 방안을 가져왔어야 했다"며 "정부는 의료계와 정책 추진 우선순위 재조정에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의사 수 추계가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의료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면 그걸 고려해서 미래 의사 수를 추계해야 한다는 점에서 2천명이라는 특정한 숫자를 제시한 것은 과학적이지 않다. 법원이 과학적 진실이 무엇인지를 잘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악수하는 안철수-임현택(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4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서울대 의과대학·서울대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국민-환자들이 원하는 개선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 공청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4.5.14 saba@yna.co.kr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국민·환자들이 원하는 개선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비대위가 시민을 대상으로 공모한 '국민이 원하는 의료시스템 원고' 수상작에 대한 시상도 이뤄졌다.

대상은 '의료 공급자와 소비자의 윈윈 전략'이라는 원고를 제출한 임성은 씨에게 돌아갔다. 임 씨는 의료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낭비되는 요소를 줄여서 의료인의 노동 효율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시민 공모에 보내주신 소중한 의견을 읽으며 다시 한번 부끄러워졌다"며 "그동안의 과도한 의료 이용은 의료진이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하였기 때문이었으며 환자들이 가짜뉴스에 현혹돼 온라인 카페에 의존하는 것은 진료실에서 의사의 설명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눈앞의 환자가 좋아지면 행복해하고 나빠지면 내가 뭘 놓쳐나 괴로워하며 고민하는 동안, 동료 선후배들과 의학의 발전을 논하는 동안 우리의 의료는 국민과 환자가 원하는 모습이 아닌 것이 돼버렸다"며 "저희의 책임이었음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계 스스로 자정 능력을 갖추자"며 "무엇보다 근거를 중시하는 의료를 행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환자의 편에 서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진정한 전문가가 되자"고 제안했다.

또한 이들은 의료개혁을 위한 상설기구를 설립해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환자에게 필요한 최선의 진료를 의사가 두려움 없이 행할 수 있어야 하고 검증된 치료와 질병에 대한 교육과 상담만으로도 의료기관 운영이 가능해야 한다"며 "건강보험 재정은 꼭 필요한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우선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의료개혁을 위한 국민과 의료계와 정부의 협의체는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상설기구로 설립돼 정권이나 공무원의 임기에 좌우되지 않아야 한다"며 "협의체 논의 결과는 정책 수립과 집행에 반영되고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방법이 함께 명시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청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국회의원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민생현안을 챙기는 것인데 그중 제일 중요한 것은 의료대란을 막는 것이라는 신념이 있다"며 "의대 증원을 1년 유예하고 협의체를 만들어서 증원 규모를 합의해나가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dind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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