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때문은 아냐...'종말의 바보' 호불호, 처음보는 디스토피아물 [엑's 리뷰]
엑스포츠뉴스
입력 2024-05-06 12:30:02 수정 2024-05-06 12:30:02


(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다양한 만큼 복잡한, 디스토피아물이지만 일상적인 '종말의 바보'다.

(※스포일러, 결말 미포함)

지난 4월 26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말의 바보'가 전세계에 공개됐다. 

평균 회당 58.5분, 12부작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종말의 바보',  일본 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종말의 바보'를 원작으로 하며 지구와 소행성 충돌까지 D-200, 눈앞에 닥친 종말에 아수라장이 된 세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해당 작품은 공개 전부터 유아인 복귀작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유아인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181차례에 걸쳐 프로포폴, 미다졸라, 케타민, 레미마졸람 등 총 4종의 의료용 마약류를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으며 40여 회의 타인 명의 도용 처방, 지인에게 증거 인멸과 대마 교사 흡연 등의 정황도 포착돼 재판 중이다. 

지난 16일에도 네 번째 공판에 참석한 유아인은 자숙기간 없이 '종말의 바보'로 대중을 만나게 됐다. 

김진민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유아인 논란으로 인해 재편집, 분량 조절을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비중이 큰 인물이기에 다 들어낼 수 없었다며 양해를 구했다. 

유아인의 분량은 생각보다 많았고 생각보다 적었다. 당연히 그가 연기한 윤상은 극을 이끄는 주인공 세경과 사랑을 속삭이고 생존에 대한 선택을 앞두고 애틋함을 표현해야 하는 인물이기에 그 누구보다 중요한 인물인 것은 맞다. 

물론 공개 후 생략된 듯 보이는 윤상의 미국 연구 이야기, 끝까지 다 시청해도 다소 이해가 어려운 그의 감정선들에 '재편집 과정에서 과도하게 덜어진 부분이 아니냐'는 의문을 품는 시청자도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진민 감독은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아인의 역할은 뒤로 갈 수록 안은진 때문에 더 드러나며 피날레 느낌이다. 충분히 이 상황 피할 수 있었으나 못 피하는 한 남자,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다"라며 중요한 인물이었음을 강조하며 "의도적으로 논란 때문에 고의적으로 편집하거나 컷을 드러낸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논란으로 인해 덜어낸 부분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실 윤상의 깊은 서사는 있어도 없어도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거슬리지도 않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유아인의 분량이 아니다. '종말의 바보' 작품 자체의 방향과 메시지다.

작품에는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가진 다양한 서사가 모두 등장한다. 

소행성 사태 후 범죄로 인해 반 아이들을 잃은 선생님 세경(안은진 분)부터 그의 남자친구이자 미국에서 중요 연구에 참여 중인 연구원 윤상(유아인), 사라진 주임신부를 대신해 성당을 지키는 보좌신부 성재(전성우), 전투근무지원 대대 중대장 인아(김윤혜)까지, 네 명의 주요 인물이 이야기를 이끈다.



하지만 종말을 앞둔 세상을 살아가며 어른이 되지도 못한 채 끝을 보게 되는 아이들과 끝을 알고도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들, 종교인, 기회를 틈탄 사기꾼과 범죄를 일으키는 조직의 이야기까지도 모두 등장한다. 

종말을 알고도 성실히 살아가고, 평소처럼 기도하고, 언제나처럼 사랑하며 사는 바보같은 존재들 자체의 이야기가 12부작의 전부다. 

다양한 사람을 다루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일까. 긴 러닝타임이지만 너무 많은 유형의 인물들이 너무 다양한 가치관을 가지고 각각 움직이기 때문에 모든 인물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다뤄지는 면도 있다. 

미디어 소비자들은 한 인물의 시점에서 진득하게 그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종말의 바보'는 다르다. '얘는 어때?', '이런 사람은 어떻게 생각해?'라고 묻는 듯 시점을 빠르게 옮긴다. 한 인물의 감정선 변화 대해 진득하게 생각할 시간은 없다는 것이 살짝 아쉬운 부분이다.



원작은 옴니버스식으로 각각의 인물 이야기를 독립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김진민 감독은 이러한 형식의 이야기를 이를 한데 묶어 표현했다.

익숙하지 않은 흐름에 종말을 앞두고도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간다는 신선한 소재의 만남이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듯 하다.



김진민 감독은 엑스포츠뉴스와 인터뷰에서 "연속적으로 인물이 나와 시청자들이 복잡할 수도 있겠더라. 이 작품의 약점은 어렵다는 거다"라고 솔직히 답했다. 

이어 "'종말의 바보'는 누구 하나의 영웅담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서 내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면 작품으로서의 역할은 한게 아닌가 싶다. '쟤 나랑 비슷해'란 말이 나온다면 제가 하려는 말이 전달된 것이다. 시청자가 누구 한 명에게 마음을 줄 수 있었다면 됐다"며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던 메시지를 밝혔다. 

그렇다면 감독의 의도는 성공했다. 각 인물들의 선택과 그들이 취하는 행동을 보며 '나라면 저렇게 안 해', '나는 쟤랑 비슷하겠군' 등의 생각을 하게 된다. 다만, 이런 생각을 느끼게 되는 대신 인물들의 선택을 깊게 공감하고 인물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받아들이는 몰입도는 다소 약할 수 있다. 



급박한 액션, 절박한 감정보다는 어느 정도 사람 냄새 나는 잔잔함이 좋다면 '반(半)' 디스토피아물 '종말의 바보'를 추천한다. 

사진 = 넷플릭스, 엑스포츠뉴스 DB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
댓글 0
인기순
최신순
불 타는 댓글 🔥

namu.news

ContáctenosOperado por umanle S.R.L.

REGLAS Y CONDICIONES DE USO Y POLÍTICA DE PRIVACIDAD

Hecho con <3 en Asunción, República del Paragu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