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들마저 떠나면 어쩌나요"…외래 지연에 응급실 대기 몰려(종합)
연합뉴스
입력 2024-04-25 16:40:34 수정 2024-04-25 16:40:34
의대 교수들 집단사직 예고에 환자들 "피가 마르고 속이 타들어가"
"환자 버리지 않을 것" 기대도…의료진은 사직 현실화 뜻 내비쳐


의정갈등, 해법은 여전히 미궁 속(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안에 반발하는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돼 사직 효력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와 의료관계자 등이 이동하고 있다. 2024.4.25 dwis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장보인 이미령 이율립 기자 = "교수님들까지 나가면 정말 큰 일이죠. 환자들은 죽으라는 것 아닙니까."

전공의에 이어 전국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 사직을 하겠다고 밝힌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외래병동에서 만난 김명배(77)씨는 "폐섬유증 때문에 3∼4개월에 한 번씩 진료를 보러 오는데 오늘 '36분 지연'이라는 안내를 받았다"며 "교수님들 사직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병원을 4∼5년 다니며 이렇게 오래 기다린 건 처음"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우리 같은 환자들이야 상황을 잘 모르지만 하루 빨리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해결됐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의정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날부터는 전국 의대 교수들마저 의료 현장을 떠나겠다는 뜻을 밝히며 환자와 보호자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날 서울 주요 대학병원에서 만난 환자·보호자 대부분은 교수들의 사직 움직임이나 그로 인한 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끼진 못했다면서도 의료공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까 불안을 호소했다.

의정갈등의 종착지는 어디(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안에 반발하는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돼 사직 효력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4.25 dwise@yna.co.kr

부비동 종양이 3년 만에 재발해 수술을 받았다는 조향연(44)씨는 "전공의 파업으로 수술도 한 달이나 미뤄졌는데 교수님들까지 떠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아주 불안하다"며 "참담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아내가 합병증으로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라고 밝힌 한 보호자는 "안에 있는 사람들은 피가 마르고 속이 타들어 가는데 죽어가는 환자를 볼모로 정부와 의사가 싸우는 모습이 기가 막힌다"며 "정말 교수들까지 모두 사직하게 될까 봐 굉장히 위기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신모(58)씨도 시어머니의 피부암 치료를 위해 왔다고 밝히며 "교수님이 항암치료가 '생명줄'이라고 했는데 만약 파업 사태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결국 의사가 그 줄을 끊는 것 아니겠나"라고 울분을 토했다.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김모(61)씨는 "(남편이) 하인두암이 폐로 전이돼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하는데 뉴스를 볼 때마다 담당 교수님이 병원에 없을까 싶어 무서워 죽겠다"며 "오늘 병원에 와보니 담당 교수님이 계셔서 너무 좋아했는데 앞으로가 큰일이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응급실에 환자들이 이례적으로 몰리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응급환자 이송업체 관계자는 "오늘처럼 대기 줄이 길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교수님들이 오늘부터 사직한다고 하니 환자들도 입원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해 더 몰려온 것 같기도 하다"고 전했다.

내시경 시술을 위해 응급실을 찾은 췌장암 환자 하모(60)씨는 "대기 환자가 너무 많아 오전부터 3시간째 대기 중"이라며 "원래는 입원해서 수술해야 하는데 병상이 없으니 응급실에서 응급 시술로 하라고 했다. 병원 쪽에서 '침대가 나면 전화를 주겠다'고 해서 기다리기만 하고 있다"고 했다.

의대교수 사직효력 발생 첫날(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안에 반발하는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돼 사직 효력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와 의료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2024.4.25 dwise@yna.co.kr

일부 환자들은 담당 교수에 대한 신뢰를 내비치며 병원에 남아줄 것을 기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심장 수술 경과를 지켜보기 위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는 심해진(82)씨는 "어제 입원했는데 담당 교수님께 '의료 사태 때문에 못 뵈는 줄 알았다'고 하니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셔서 너무 감사했다"며 "이런 훌륭한 분들은 환자를 위해 남아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의 심장 스텐트 시술을 위해 병원을 찾은 서모(77)씨도 "10년 전 스텐트 삽입 시술을 하고 6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서 정기검사를 해왔다"며 "오랜 시간 봐 온 교수님이 환자를 버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환자·보호자들의 낙관에도 의료진은 교수들의 사직이 곧 현실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성모병원 한 외과 전문의는 "사직서는 개별적으로 알아서 하는 것이라 (자신의 사직 여부를) 말할 수 없다"면서도 "(사직서가) 꽤 취합된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병원 또 다른 전문의는 "사직서를 낸 지 거의 한 달이 됐다"며 병원을 나설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하며 자리를 피했다.

병원 관계자들도 교수들의 집단사직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세브란스병원 직원은 "파업 사태 이후 전반적으로 업무 강도가 높아진 건 사실"이라며 "대학병원은 환자가 계속 몰리는 곳인데 사직·파업이 확산하면 아무래도 남은 직원들의 일이 더 많아지고 환자들의 피해는 커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서울대병원 소속 간호사도 "아직 현장을 떠난 교수님은 없는 것 같지만 분위기가 뒤숭숭한 건 사실"이라며 말을 아꼈다.

stop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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