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비극의 역사가 남긴 상흔들…소설집 '유대인 극장'
연합뉴스
입력 2024-03-29 15:00:24 수정 2024-03-29 15:00:24
젖니를 뽑다·국회의원 이방원


[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 유대인 극장 = 이성아 지음.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폴란드 바르샤바에 머무는 '나'는 '유대인 극장'이라는 제목의 실험극을 보고 충격과 혼란에 빠져든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 없이 실험극 형태로 진행되는 연극의 종잡을 수 없는 전개 한편에서 유독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 방제복을 입고 사람들의 귀에 뭔가를 속삭이며 돌아다니는 존재들.

"속삭임을 들은 이들이 마치 감염이라도 된 듯 방제복을 입은 이들과 똑같은 짓을 하는 모습은 내게 혐오 발언을 했던 폴란드 할머니를 떠올리게 했다. 뱀의 혀처럼 날름거리는 그들의 혀에서 독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흰 방제복을 입은 존재들은 혐오를 조장하고 확산시켜 이익을 얻는 세력을 상징한다.

단편 '유대인 극장'은 이성아 작가가 최근 펴낸 소설집의 표제작이다.

전작 장편 '가마우지는 왜 바다로 갔을까'와 '밤이여 오라'를 통해 북송 재일교포 문제, 유학생 간첩단 사건과 제주 4·3의 비극 등 현대사의 소재들을 강렬한 필치로 보여준 작가는 이번 단편집에서도 비극의 역사와 그것이 개인들에게 남긴 상흔을 촘촘하게 조명했다.

강. 276쪽.

[인플루엔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젖니를 뽑다 = 제시카 앤드루스 지음. 김희용 옮김.

여성인 '나'는 끊임없이 표준을 강요하는 사회 안에서 더 작은 몸을 지녀야 한다고 믿으며 자란다. 자신의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날씬한 사람을 세련된 사람으로 여기며 식욕과 욕구를 억제하고, 실현 불가능한 이상을 자신에게 강제한다.

그런 그는 28세가 되던 해에 만난 '당신'에게 정신없이 빠져든다. '당신'이라는 존재는 '나'에게 지금까지의 삶에 의문을 제기하고 과거를 직면하도록 만들고, 둘의 관계는 관능이 가득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간다. 그리고 '나'는 미처 뽑지 못한 젖니 같은 과거의 상처를 마주하면서 자신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간다.

영국 작가 제시카 앤드루스의 장편소설 '젖니를 뽑다'는 여성성을 강요하는 사회의 폭력성과 복잡하고도 다면적인 젊은 여성의 삶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작품이다.

어린 여성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세상에서 종종 투명 인간이 된 기분을 느끼는 주인공은 불안과 결핍 속에 분투하며 자신의 공간을 개척해가는 현대의 모든 젊은 여성을 대변한다.

인플루엔셜. 384쪽.

[북레시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국회의원 이방원 = 이도형 지음.

2024년 4월 조선의 제3대 국왕 태종 이방원이 끈 떨어진 집권당 비례대표 의원 이동진의 몸에 빙의된다. 놀라운 문물을 접하고 현대 문명을 즐기려던 이방원은 특유의 권력욕이 발동해 보좌진에게 각종 책략을 쏟아내고, 이에 따라 이동진의 정치적 위상은 점차 높아져 대권에까지 도전하게 된다. 고성과 설전이 난무하는 대한민국 국회에서 이방원은 600여년 전에 통했던 자신의 책략으로 대선 승리를 일궈낼 수 있을까.

'국회의원 이방원'은 혼란스럽던 조선 건국 초기의 상황을 수습하고 신생 왕조의 기틀을 마련한 이방원이 대한민국 여당 국회의원에 빙의된다는 설정의 정치 소설이다.

작가는 정치부 등을 거친 현직 기자로, 정치 현장의 최일선에서 기자로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소설에 녹여냈다.

북레시피. 336쪽.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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