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대표성' 논란…전면에 나선 의대 교수들
연합뉴스
입력 2024-02-26 14:10:07 수정 2024-02-28 07:39:39
의협, 막말 쏟아내지만 정작 전공의와 연대투쟁엔 '소극적'
교수들 "전공의 지도하는 건 우리…정부와 협상하겠다"
정부도 교수들과 대화 "환영"…전공의들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전공의들과 회동 마친 정진행 비대위원장(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정진행 서울대의대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전공의들과 긴급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2.26 ondol@yna.co.kr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서혜림 기자 =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정부와 전공의 등 의사단체 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선배 의사이자 스승으로서 의대 교수들이 중재 의사를 밝히면서 의료대란을 끝낼 수 있는 묘수가 나올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들이 속한 대학병원의 교수로서, '막말'을 쏟아내는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대표성을 문제 삼으면서 협상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다.

다만 교수들의 이런 설득 노력에 전공의들이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전공의들과 회동 마친 정진행 비대위원장(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정진행 서울대의대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전공의들과 긴급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2.26 ondol@yna.co.kr

◇ 서울의대 교수-전공의 첫 만남…"정부와 대화해 제자들 지키겠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오전 전공의들과 함께 의대 증원과 관련한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를 중단한 후 교수들과의 첫 대면 만남이다.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회동 뒤 성명을 통해 "전공의들을 돌리기 위한 대책은 협박이나 강제가 아닌 설득"이라며 정부에 정기적인 대화를 요청했다.

제자들을 돕기 위한 법률 조직을 만들 준비를 마쳐놨다면서도 "대화가 모든 것에 우선한다"며 협상 의지를 피력했다.

서울의대 교수들을 비롯한 여러 의대 교수는 의협보다는 병원의 동료이자 선생으로서 교수들이 더 큰 협상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정진행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은 이날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전공의와 의대생들 대부분 대학병원 소속으로, 그들을 지도하는 것은 의협이 아니라 대학교수들"이라고 교수들의 대표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협의 방침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며 "우리가 지도해야 하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가 의대 가운데 가장 먼저 비대위를 꾸린 뒤 정부와 대화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자 전국 의대 교수협의회도 중재에 나서기로 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24일 성명을 내고 "현 의료 비상사태를 해결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뿐만 아니라 의사단체 등과도 대화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계속되는 의료공백(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의협, 막말 쏟아내면서도 '투쟁'엔 소극적…대안 제시도 못해 신뢰도↓

더욱이 의협이 '막말'로 강도 높게 정부를 비난하면서도 당장 투쟁 전면에는 나서지 않고 있는 점도 대학교수들의 중재에 기대를 갖게 한다.

이달 6일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2천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후 전현직 의협 임원들은 수위 높은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며 "(정부가) 의사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이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의대 증원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지방에 부족한 건 민도(국민의 생활이나 문화 수준의 정도)"라고 적었다가 지방 비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22일 서울시의사회 제2차 궐기대회에서는 "데이트(회의) 몇 번 했다고 성폭행(의대 증원)해도 되느냐"는 말까지도 나왔다.

하지만 '막말'에 가까운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의협은 아직까지 투쟁의 전면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의협 비대위는 전날 전국 시도 의사회의 장 등이 참여하는 대표자 확대회의를 열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행한다면 전체 의료계가 적법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하면서도 집단행동의 구체적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2020년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했을 당시 의협의 강경한 투쟁과 상당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당시 의협은 즉각 '총파업'을 선언하고 개원의들의 집단 휴원을 추진하면서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달라진 모습에 대해 일부에서는 2020년과 달리 윤석열 정부가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더구나 의협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해 '대안'은 전혀 제시하지 않은채 "투쟁"만을 외치고 있어 이번 사태를 해결할 역량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는 상황이다.


◇ 정부도 교수들과 대화 "환영"…전공의들 설득 여부는 '미지수'

교수들의 입김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도 의대 교수들과 대화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난 금요일에도 서울의대 비대위원장과 우리 차관이 만났다"며 "의과대 교수협회에서도 환자 지키면서 대화하겠다고 하는데, (협회의 뜻을) 존중하고 정부도 응하겠다. 교수님들께서도 전공의들이 복귀하도록 설득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교수들의 이런 적극적인 행보에 전공의들이 얼마나 호응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날 서울의대 비대위와의 회동에도 전공의들이 참여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 일각에서는 의협과 마찬가지로 교수 비대위에도 '대리' 협상하지 말라고 지적한다.

류옥하다 전 가톨링중앙의료원(CMC) 인턴 비대위원장은 "기성 선배님들의 대표기구인 '의협'과 '교수 비대위'는 저와 동료 전공의를 대표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며 "서울대 교수 비대위를 비롯한 모든 선배님은 정부와의 밀실 협상을 멈춰달라"고 했다.

이어 "저의 운명은 타인이 결정할 수 없다"며 "저희의 미래는 저희가 결정하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교수들 사이에서는 전공의, 전임의에 이어 '겸직 해제' 방식으로 집단행동을 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대학병원 교수의 상당수는 대학에서 의대생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병원에 파견을 나가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인 '겸직 교수' 신분이다.

이들이 겸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학교 강의만 나가는 걸 선택하는 방식으로 전공의들에 힘을 싣겠다는 것이다.



soho@yna.co.kr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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