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서 재산·자녀 의혹 집중포화…"모른다·송구하다"
"처남·가족 법령 위반한 일 없다"…재산신고 누락은 사과
"처남·가족 법령 위반한 일 없다"…재산신고 누락은 사과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로부터 자녀와 재산 관련 의혹으로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 후보자는 처가 가족회사 비상장주식과 자녀들의 해외 계좌를 재산 신고에서 누락한 것에는 "송구하다"며 몸을 낮췄다. 처가의 증여세 탈루 의혹, 건강보험법 위반, 아들의 김앤장 인턴 등과 관련해서는 "모른다"라거나 "인지하지 못했다"며 정확히 답변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의 편법 증여나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문제 제기에는 "제 가족이나 처남이나 법령을 위반하는 일을 한 일은 전혀 없다"며 "장인이 정리해준 재산이 이렇게 사회적 물의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은 "2009년 재산공개 대상이 된 후 한 번도 자녀의 해외계좌를 신고하지 않았다"며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의 장남은 2014년 8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미국 소재 투자은행에서 약 3억5천만원의 근로소득이 있었으나 급여 수령을 위해 사용한 계좌는 공개된 적이 없다.
유명 첼리스트로 알려진 장녀와 미국 대학에 다닌 장남이 유학 시절 사용한 계좌도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신고 의무가 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이 후보자는 "(장남이) 최종적으로 한국에 취직할 것이라서 선진금융기법을 배우는 학생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별다른 재산이 있다고 스스로 별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어쨌든 그 부분은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서 의원은 증여세 탈루 의혹도 제기했다. 이 후보자 배우자가 2018년부터 올해까지 장녀에게 해외 계좌로 매년 9천∼1만달러씩 총 6천800만원을 보냈지만 증여세를 납부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장녀는 오케스트라와 협업하며 비정기적인 수입을 거뒀을 것으로 보이고 국내 예금 계좌에도 1억원 이상의 예금을 가지고 있었는데 생활비를 보냈다면 사실상 증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서 의원의 주장이다.
이 후보자는 "자녀의 미국 생활비로 보내준 것"이라며 "저희는 그렇게 (증여세를 탈루한 것이라고) 인식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해외에서 생활하던 장남을 2019년 1월까지, 장녀를 2022년 11월까지 이 후보자가 자신의 건강보험 직장피부양자로 등록해 건강보험법을 어겼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제가 외국에 살아본 경험이 없어서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장녀가 해외 이주 신고를 한 기록이 없다"며 "미국 영주권을 획득한 날짜가 언제냐"고 물었지만 이 후보자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라며 "부모들이 해준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이 후보자의 장남이 만 20세 때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인턴 활동을 한 것을 두고 '아빠 찬스'라면서 "후보자가 2030 청년들로부터 신뢰받는 대법원장이 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아들이 군대에 들어가려고 휴학하고 와서 친구들이랑 들어간 것으로 안다"면서도 자세한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다만 "저와 관련해서 들어간 게 아니라 독자적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또 "아빠 찬스가 사실이면 사퇴할 의향이 있느냐"라는 서 의원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심 의원은 이 후보자 소유의 부산시 동래구 명장동 땅이 농지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했다. 이 후보자는 "농지법은 위반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5월10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는 "대법원에서 참석하겠다는 사람의 신청을 받은 것"이라며 "서울에 집이 있으니까 한 번씩 집에 올라오는 게 있다"고 답했다.
대한민국 건국 시점이 1948년 8월15일이라고 밝힌 것이 '뉴라이트 역사관' 아니냐는 질의에는 "고등학교 때 배운 기억으로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건국일은 1948년이 맞고 다만 그 역사적 뿌리는 임시정부에서부터 내려왔다고 우리 헌법전문에 (적혀 있다)"고 말했다.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에 계류된 사건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결론을 내려야 할 사건"이라고 답했다.
정부가 추진한 '제3자 공탁'이 대법원판결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심 의원의 지적에는 "변제공탁의 문제는 민법상 제3자 변제의 법을 어떻게 해석·적용할 것이냐는 문제에 한정되는 것"이라며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결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일부 성범죄 판결의 항소심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감형했다는 지적에 "재판한 것에 대해 지금도 스스로 돌아봐서 부끄러움이 전혀 없다"면서도 "양형 사유로 기재한 부분에 다소 부적절한 면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반성적으로 깊이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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