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조금씩 옛모습 되찾고 있지만, 추석에도 복구작업 할판"
연합뉴스
입력 2022-09-07 16:42:44 수정 2022-09-07 16:42:44
한 달 전 호우 피해 입은 경기도 내 곳곳 아직도 복구활동 한창
주민들 "명절 쇠기는 틀렸다…복구 언제 끝날지 몰라 잠도 안와"


(경기 광주·용인·과천) 이우성 최해민 최종호 기자 = "명절 쇠기는 다 틀렸죠…친척들 모이면 복구 작업이나 해야죠."

지난달 8일부터 며칠간 중부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 피해 한 달을 맞아 7일 찾아간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면 검복리 마을은 추석 연휴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명절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수해 한달을 맞은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 검복리 마을[촬영 이우성]

자원봉사자, 군 장병 등의 손을 빌려 응급복구를 부지런히 한 결과 산사태 때 쓸려 내려와 마을 진입로 등에 쌓여 통행을 막았던 토사와 나뭇가지들은 대부분 치워졌지만, 아직 곳곳에 수해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검복리 마을회관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3) 씨는 토사가 쓸려와 엉망이 된 뒷마당을 다져 평탄화하고 잔디를 심기 위한 준비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이달 말부터 영업하려고 급한 대로 손보고 대출도 알아보고 있는데 최소한 4천만∼5천만원은 들 것 같다"며 "시가 복구비를 언제쯤 지급해주는 건지 알 수는 없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명절이 되면 큰집인 우리 집으로 친척들이 다 모이는데 이번 추석엔 작은아버지, 고모부, 매형 등과 복구 작업을 해야지, 마음 편히 명절을 쇨 수 있겠냐"며 "복구를 언제쯤 끝낼지 알 수 없는데 빚더미에 올라앉게 될 걱정에 잠도 안 온다"고 했다.

폭우로 나무가 뽑히고 물줄기가 생겨 깊게 팬 마을 위편 산자락은 붉은 속살을 드러내 수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수해 한 달을 맞은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 검복리 마을[촬영 이우성]

고지대인 산기슭 정상부에서 토사가 쓸려 내려오면서 움푹 패 마을 안에 새로 생긴 물길 주변에서는 굴착기 2대가 경사면 보강작업을 하고 있었다.

마을회관 뒤편 빌라 건물은 이번 집중호우로 1층 외벽 곳곳이 떨어져 나가서 흉물스러운 모습이었고, 몇몇 작업자들이 외벽 보강을 위한 측량 작업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 단독주택에서는 집 주변을 'ㄷ'자 모양으로 감싸는 난간 설치작업이 이뤄지는 등 마을 곳곳에서 공사 장비가 들려왔다.

한 작업 관계자는 "목재 난간이 이번 폭우로 부서져 철재로 다시 설치하는 작업 중인데 1천만원 짜리 공사"라고 밝혔다.

마을 곳곳의 피해 시설이 빠르게 복구되면서 마을회관에서 임시로 생활해온 이재민 10여 가구 30여 명 중 대다수가 귀가하고 1가구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남은 1가구도 이번 연휴를 마치면 귀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용인시 고기리 침수 당시(왼쪽)과 현재 모습[촬영 최해민]

같은 집중호우 기간 역시 수마가 할퀴고 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 고기교 주변도 상처가 여전히 남아 있는 가운데 조금씩 일상을 회복해 가는 모습이었다.

고기교 주변은 석기천변에 널브러져 있던 수목과 잡풀이 모두 사라졌고, 신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쌓여 있던 토사도 치워진 상태였다.

석기천 범람으로 침수됐던 마트는 새로 단장해 영업 중이었다.

마트 관계자는 "물에 젖은 상품을 모두 버리고 토사를 씻어내는 데 열흘 정도 걸렸다"며 "쌀과 고기 등 버린 상품만 1억원이 넘고, 냉장고 등 가전제품 수리 등 피해 금액이 3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인근의 부동산중개업소는 아직도 외벽 유리에 한 달 전 침수됐던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황갈색 선이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중개업소 직원은 "내부 집기류를 모두 버리고 도배와 몰딩 작업을 다시 한 후 집기류를 새것으로 교체하느라 수천만 원이 들었다"며 "이렇게 다시 문을 여는 데 20일 정도 걸렸는데 아직도 복구가 완료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용인시 고기리 침수 당시(왼쪽)와 현재 모습[촬영 최해민]

고기교 인근에 있는 이모 씨의 농가 주택은 한 달 전 마당과 반지하 공간이 침수되는 피해를 봤다.

다행히 생활 공간은 반층 가량 높다 보니 가재도구는 건질 수 있었지만, 주택 외부에 있던 보일러실은 다 떠내려가 난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씨 집에서는 반지하 공간에 물을 빼는 데만 20일 넘게 걸렸고, 아직도 보일러 등 시설 복구를 다 하지 못해 작업이 한창이다.

이씨는 "침수되던 날 새벽에 밖으로 나와보니 이미 가슴까지 물이 차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이제 추석인 데 마당에는 당시 떠내려온 토사가 그대로 있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과천시 과천동과 문원동 일대 주거용 비닐하우스가 밀집한 비닐하우스촌도 아직 복구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

당시 비닐하우스 8동에 빗물이 들어차 8가구 16명이 시가 제공한 임시 거주 시설에서 이재민 생활을 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아직도 비닐하우스로 돌아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찾은 과천동 비닐하우스촌 중 한 동에는 아직도 장판 위로 10㎝가량 물이 들어찼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이곳 통장을 맡는 조도원 씨는 "이 비닐하우스에 세 집이 살고 있었는데 침수피해 이후 복구작업이 이어지고 태풍까지 오면서 두 집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지인 집에 머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복구는 대부분 끝났지만, 이곳은 상습침수 구역이라 언제 또 피해를 볼지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0시부터 17일 오전 7시까지 경기지역에 평균 428.9㎜의 많은 비가 내려 사망 5명, 주택 6천38건(전파 21건, 반파 35건, 침수 5천982건), 선박 10척, 농경지 109.17㏊, 비닐하우스 3.96㏊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도내에서는 성남, 광주, 양평, 여주, 의왕(청계동, 고천동), 용인(동천동) 등 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복구 작업과 긴급 주민지원이 진행 중이다.

이들 지자체는 사유시설 피해 복구를 위해 추석 전까지 피해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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