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의, 장소보다 취지에 초점 맞춰야

(서울=연합뉴스) 차기 정부의 대통령 집무실로 서울 용산의 국방부 청사가 급부상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현재 외교부가 입주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별관과 함께 국방부 청사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16일 "기존 청와대로 윤 당선인이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라면서 "용산을 포함해 여러 개 후보지를 놓고 검토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부서울청사 별관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아직 선택지에 있지만, 실무적으로는 국방부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의 측근으로 청와대 이전 업무를 총괄하는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대통령 경호처장으로 유력한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과 함께 국방부 청사를 찾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최종 결정에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윤 당선인이 국방부 청사를 낙점할 경우 약 두 달 후에는 공약한 '광화문 시대'가 아닌 '용산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용산이 갑자기 부각된 것은 경호, 보안, 의전, 교통 등의 문제가 결정적이라고 한다. 당초 염두에 뒀던 정부서울청사 본관이 탈락한 것도 같은 이유이다. 국방부 청사는 정부서울청사 본관이나 별관과 달리 주변에 높은 건물이나 대규모 지하 주차장이 없고, 외부와도 차단돼 경호와 보안에 용이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서울청사의 경우 사람이 많이 오가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전파를 차단해야 하고 광화문 광장과의 거리가 가까워 집회·시위가 제약을 받는 등 시민 불편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국방부 청사에는 청와대 벙커를 대체할 수 있는 자체 지하 벙커가 구축돼 있다. 하지만 이런 측면으로 보면 지금의 청와대만큼 용이한 장소는 없을 것이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이 광화문 이전을 포기한 것도 경호·보안 때문이었다. 이를 잘 아는 윤 당선인이 '광화문 시대'를 다시 공약으로 내건 것은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국가적 이익이 관련한 문제를 상쇄하고 남을 만큼 크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경호·보안을 장소 선정의 결정적 근거로 삼는 듯해 의아하다. 공약의 취지를 원점에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집무 장소를 청와대에서 광화문으로 옮기겠다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대통령이 구중심처에 고립되면 각료나 참모와의 원활한 소통이 어려워지고, 결국 민심과 다른 판단을 할 소지가 크다. 소위 '문고리 권력'이 득세해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정부 조직 체계상 관할 업무에 책임을 져야 할 장관이 청와대 비서관들의 눈치만 보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장관들과 국정 현안을 놓고 수시로 격의 없이 토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광화문 집무실 공약은 이를 위한 공간적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미이다. 국방부 청사가 근본적으로 지금의 청와대와 크게 다를 바 없고, 정부서울청사 본관·별관은 경호나 보안의 문제가 크다면 이미 대통령 집무실이 있지만 거의 사용되지 않는 청와대 여민관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개축이나 신축으로 이곳에 적절한 공간을 마련하고 청와대의 나머지 부지는 공원으로 조성하는 식이다. 현실적인 문제도 충분히 검토해야겠으나 물리적인 장소보다는 대통령과 국민, 그리고 참모들과의 거리를 좁히겠다는 본래 취지에 맞게 최종 결정을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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