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칩엔 14배 등록비 지불 의무화…"모바일인터넷 하지 말라는 것"
치솟은 유가에 정전 때 발전기 쓰는 공장주들 "공장 돌리는게 손해"
치솟은 유가에 정전 때 발전기 쓰는 공장주들 "공장 돌리는게 손해"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쿠데타 발발 1년이 훌쩍 지난 미얀마에서 최근 각종 물가가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생활고가 가중하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이달 들어 서민의 발인 시내버스 요금을 기존 200짯(약136원) 단일 요금제에서 거리에 따라 200짯과 400짯(약270원)으로 이원화했다.
군정은 "거리에 따른 차등 요금제"라며 버스비 인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200짯 요금 대상은 걸어갈 수 있는 짧은 거리여서, 사실상 기존 요금이 100% 인상된 400짯 단일 요금제라고 시민들은 보고 있다.
시내버스를 한 차례 갈아타고 출퇴근하는 나잉 미얏(가명·29)은 기자에게 "똑같은 거리를 다니는데 하루에 왕복 800짯(약 544원) 들던 버스비가 갑자기 1천600짯(약 1천88원)으로 두 배로 올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양곤 시내버스를 운영하는 회사 오너가 미얀마 최초 군부 독재자 네윈의 손자라는 걸 모르는 미얀마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요금 체계 조정은 '군부 장난질'이라고 비판했다.
군정은 지난달에는 휴대전화 사용과 관련된 비용을 대폭 올렸다.
쿠데타 상황을 외부에 알리는 데 유용하게 사용되는 SNS 등 모바일 인터넷 사용을 줄이려는 꼼수로 읽혔다.
시민들은 갑자기 크게 오른 휴대전화 관련 비용에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휴대전화 판매점을 하는 쩌 텟 텟(가명·35)은 "지난달에는 모바일 데이터 비용을 100%나 인상하더니, 이번엔 유심카드 비용 1천500짯(약 1천20원)에 등록비를 새로 만들어 2만짯(약 1만3천620원)을 내라고 한다"고 했다.
그는 "휴대전화에 필수적인 유심칩을 사는 데에만 기존과 비교해 14배가량 돈이 더 드니 이건 휴대폰을 사지 말라는 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생필품도 예외는 아니다.
미얀마는 더운 날씨 때문에 튀기거나 볶는 요리가 많다. 그래서 식용유는 가정의 필수품이다.
그 식용유 가격도 1년여 전 쿠데타 이후 계속해서 오름세다.
주부 싸웅 나잉(가명·36)씨는 "작년 2월 쿠데타 이전에는 1비스(1.6㎏)에 2천700짯(약 1천838원)하던 식용유가 지금은 7천짯(약 5천448원)이 넘는다"며 "250% 넘게 가격이 올랐지만 안 사 먹을 수는 없고 해서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유가도 계속 치솟고 있다.
2021년 초에 L(리터)당 780짯(약 530원)이던 휘발유 가격이 지난 4일에는 2천20짯(약 1천375원)까지 올랐다.
국제 유가 상승과 맞물려 있지만, 적지 않은 미얀마 국민은 군정의 국가 운영 미숙도 한 원인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급격히 오른 기름값은 최근 부쩍 잦아진 정전 사태와 결부되면서 사업장이나 공장을 운영하는 이들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
정전되면 돌려야 하는 발전기에 적지 않은 기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독립매체 MPA는 "군정은 수도 네피도를 제외한 미얀마 전역에 우기 전까지 하루에 4∼6시간 정도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양곤 밍글라돈 공단에서 PVC 파이프를 생산하는 공장주인 만 루이 묘(가명·48)씨도 "전기가 오전과 오후에 각각 2시간씩, 하루 4시간밖에 안 들어온다"면서 "오를 대로 올라버린 기름값에 공장 돌리는 게 손해"라고 말했다.
미얀마 경제를 책임지다시피 한 봉제공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양곤의 흘라잉 따야 공단에서 봉제업을 하는 한인 A씨도 하루에 5∼6시간은 전기가 끊겨서 발전기를 돌려야 한다고 상황을 전하며 "전기세를 내는 것보다 비용이 2∼3배는 더 든다"고 한숨을 쉬었다.
양곤에서 5년째 택시를 모는 테이 야(가명·32)씨는 기자에게 "택시 연료가 압축천연가스(CNG)여서 기름값보다는 싸지만, 충전소가 정전이 자주 돼 전기가 들어올 때까지 연료를 채우려면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한다"면서 "운행을 제대로 못 하니 연료는 싸도 벌이는 차이가 크게 없다"고 말했다.
미얀마는 전력의 50% 이상을 수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건기에는 항상 전력 부족 현상이 있었지만, 올해처럼 부족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쿠데타 이후 1년여간 나아지지 않는 경제 상황에 물가고까지 겹치면서 미얀마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202134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