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내분 봉합하고 선대위 출범하는 윤석열과 국민의힘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선대위가 6일 공식 출범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 선대위 구성을 놓고 거듭돼온 내분 사태를 가까스로 봉합하고서다. 3일 윤 후보와 그의 '독주'에 반발해 나흘간 당무 보이콧을 감행한 이준석 대표는 이른바 '울산 담판'을 통해 극적으로 갈등을 수습했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직 수락도 이 자리에서 전격 발표됐다. 하지만 지난 한 달간 벌어진 일련의 내분 사태는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던 게 사실이다. '정권교체론'과 지지율의 우위에 취한 '웰빙 정당'의 구태로 되돌아간 게 아니냐는 쓴소리까지 터져 나왔음을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알기 바란다.
지난 한 달의 분란은 윤 후보의 리더십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은 시기였다. 김 전 비대위원장의 총괄선대위원장 영입을 비롯한 선대위 구성을 놓고 윤 후보는 이 대표 측과의 불협화음을 좀처럼 정리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이 선대위 전권을 요구하며 '상왕'(上王)이 되려 한다는 지적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선거 승리를 위해 그의 존재가 필요했다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영입을 서둘렀어야 했다. 과거 새누리당 '옥새 파동'을 떠올리게 한 이 대표의 당무 보이콧 역시 과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당 대표를 버젓이 '패싱'해 원인을 제공한 쪽은 윤 후보 측이라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윤 후보는 결국 울산까지 가 이 대표를 만나야 했고, 김 전 비대위원장에게도 사실상 원톱 선대위원장 자리를 내주기에 이르렀다. 두 자릿수 우위까지 보였던 윤 후보의 지지율은 그사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동률(36%, 한국갤럽의 11월 30일 ~12월 2일 여론조사) 수준으로 속락했다. 울산에서 극적으로 갈등을 봉합한 윤 후보와 이 대표는 4일 부산을 찾아 빨간색 커플티를 입고 거리 인사를 하며 시민들의 셀카 요청에 화답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두 사람의 첫 공동 선거운동이었다.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이 대표가 "이런 복장으로 어디에 가라면 제가 가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을 원톱으로 한 선대위에는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 금태섭 전 의원, 김근식 경남대 교수, 윤희숙 전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의 선거운동 당시 유세차에 올라 화제가 된 '비니좌' 노재승 씨 등의 합류가 유력하다고 한다. 이른바 '김종인 사단'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는 수순이다. 이번 대선의 '스윙보터'로 지칭되는 2030세대와 중도층으로의 지지세 확장을 노린 전략으로 풀이된다. 선대위 슬로건은 '국민이 불러낸 대통령'으로 정해졌다."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많은 진통이 있었다. 자만하지 않고 더 낮은 자세로 선거운동에 임하겠다" 윤 후보는 5일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또 그는 "이번 대선은 나라의 명운을 가르는 선거,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느냐 뒤로 물러나느냐 결정하는 선거다. 정권교체를 위해 하나가 돼 다시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선대위 출범을 하루 앞두고 그간의 내홍을 뒤로하고 단합해 지지층 결집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말보다는 행동을 보이는 게 더욱 중요하다. 집값 급등과 양극화, 청년 실업난, 4차 산업혁명, 미중 패권경쟁 등 우리를 둘러싼 안팎의 파고가 높다. 정권교체 지수가 높다고 해 야당 후보가 대선에서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역량 있는 새로운 인물과 정책 청사진을 선보여 이런 파고를 극복할 준비가 돼 있는가. 국민은 이런 점을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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