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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스토리 살려낸 현실 공감 대사들…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연합뉴스입력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가끔 그런 영화가 있다. 스토리는 뻔해서 어떤 결말에 이르게 될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주인공의 입에서 무슨 대사가 튀어나올지 몰라 다음 장면이 기대되는.

'연애 빠진 로맨스'가 그렇다. 하룻밤 상대로 만난 남녀가 점차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사랑에 빠진다는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 공식을 따라간다. 하지만 결말을 알아챘으면서도 남녀의 말을 듣는 재미에 95분간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남자친구와 이별한 자영(전종서)은 연애 은퇴를 선언했다가 '몸의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데이팅 앱에 가입한다. 남자들의 추근대는 메시지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가운데 그나마 "제일 성병 안 걸린 것 같아 보이는" 우리(손석구)를 만난다. 잡지사 기자로 일하는 우리는 섹스 칼럼의 글감으로 이용하기 위해 자영을 만난 것이지만 이를 숨긴 상태다.

두 사람의 데이트 코스는 간단하다. 식당이나 술집에서 술을 잔뜩 마신 뒤 모텔에 들어간다. 비용은 칼같이 더치페이다. 그러나 이런 만남이 계속될수록 서로의 연락을 기다리고 약속 없이도 만나는 '썸' 같은 관계가 된다.

둘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동시에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힘은 이들이 알코올의 힘을 빌려 나누는 대화다.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딘가에서 듣거나 말했거나 혹은 상상이라도 해봤을 법한 공감 가는 말로 채워져 있다. "나 못하냐"며 잠자리 능력을 확인받고자 하는 질문부터 사랑과 연애 이야기, 꿈, 가족에 대한 생각까지 뻗어나간다.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랑은 고난도 감정노동 서비스", "그 미묘한 선을 잘 타면서 즐기라" 등 특히 지금의 20·30세대가 공감할 법한 대사들도 돋보인다.

1990년생인 정가영 감독은 "나 역시 대사가 재밌는 영화를 워낙 좋아했던 관객"이라며 "드립(남을 웃기기 위해 하는 말)이 생각날 때마다 차곡차곡 모아둔 것을 시나리오에 썼다"고 17일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이번 영화는 '밤치기',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등 단편 독립영화를 내놓은 정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상업 영화다.

그는 "좀 더 여성이 주인공이 돼서 자신의 연애, 삶, 성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내는 로맨틱 코미디이길 바랐다"고 했다.

정 감독 말처럼 배우들은 어른들이 듣기에도 민망하거나 오그라드는 대사를 거침없고 능청스럽게 소화한다. '버닝', '콜' 등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던 전종서는 이번 영화에선 이른바 '똘기' 가득하지만, 어딘가 사랑스러운 데가 있는 스물아홉 백수로 변신했다. 혀가 꼬인 채 툭툭 던지는 대사에 웃음이 터진다.

손석구 역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남자가 돼 전종서와 퍽 어울리는 짝으로 분했다. 또 연락하겠다는 말도 제대로 못 해 쭈뼛거리면서도 정작 필요할 땐 "연애하자"며 한 방을 날리는 캐릭터다.

오는 24일 개봉.

ramb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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