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장애인은 고양시 협력 종합사회복지관으로 전원 이관
홀트 부부 1955년 아동복지사업 시작 후 시설 폐쇄 처음
홀트 부부 1955년 아동복지사업 시작 후 시설 폐쇄 처음
(고양=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 또래보다 신체와 정신 발달이 더딘 장애인들을 상습 폭행한 사건이 벌어진 홀트아동복지회 산하 일부 시설이 이르면 오는 22일 폐쇄된다.
폭행 당사자인 교사 A씨와 홀트아동복지회가 장애인복지법 위반으로 기소되고 경기 고양시가 대체 장애인시설을 마련한 데 따른 조치다.
조영자 고양시 장애인복지과장은 4일 "홀트일산복지타운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해온 발달 장애인들을 수용할 대체 시설이 완공돼 22일께 개관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고양시는 가톨릭 계열의 사회복지법인 대건카리타스가 운영하는 일산종합사회복지관에 발달 장애인을 수용하기로 하고 건물 리모델링 작업을 지원하는 한편 물품 구매와 교사 급여 등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했다.
이 시설이 운영되면 2003년 설립된 홀트일산복지타운의 발달 장애인 주간 보호 기능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주간보호센터는 그동안 19~55세 자폐 장애인 등을 평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호하면서 다양한 재활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지난 1월 교사 A씨의 범행이 알려지면서 관련자 엄벌과 시설 폐쇄를 요구하는 여론이 빗발쳤다.
하지만 피해자 부모들은 자녀를 맡길 만한 곳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존 시설 유지를 희망하다가 고양시가 대안을 마련하자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 자식들을 옮기는 데 동의했다.
발달 장애인들을 새로 수용할 일산종합복지관은 사회복지사 자격을 갖춘 교사를 추가로 모집해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일산종합사회복지관 주간보호센터의 백지권 사회재활 교사는 "홀트 시설에 다니던 장애인들의 부모와 2일부터 상담하고 있다"면서 "보호센터가 개관하면 개별 능력 등을 고려해 당분간 적응 훈련을 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양시는 폭행 재발을 막기 위해 장애인 부모들이 참여하는 복지관 운영위원회 활동을 강화하고 유사 사건이 생기면 강력한 행정처분을 하기로 했다.
장애인이 24시간 수용된 시설에만 인권지킴이를 배치토록 한 규정과 무관하게 일산종합복지관에 인권지킴이를 두고 CCTV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홀트일산복지타운은 지금까지 남은 장애인 7명이 새로운 시설로 옮겨가면 주간 보호 기능을 중단하되 그 공간을 뇌병변 장애인 치료센터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인 홀트 부부가 1955년 전쟁고아와 혼혈아를 외국인 가정에 입양한 이후 활동 범위를 꾸준히 확장해온 홀트아동복지회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일부 시설을 폐쇄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번 사태를 불러온 A씨는 지난 9월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관계자는 "발달 장애인들을 폭행했다는 A씨의 범죄 혐의가 인정돼 9월에 기소했다"면서 "교사의 위법행위를 막는 데 필요 조치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홀트아동복지회 법인도 재판에 넘겼다"고 전했다.
A씨의 오랜 폭행은 지난해 말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공익제보가 접수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제보자에 따르면 A씨가 식사를 더디게 하는 장애인들에게 음식을 강제로 먹이고 운동시간에는 주먹으로 머리를 때렸으며 과자를 주겠다고 꾀어 CCTV가 없는 곳으로 데려가 걷어차기도 했다.
장애인을 학대하다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고 깔깔 웃는 등 장애인을 멸시하는 듯한 행동과 발언도 일삼았다고 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자체 조사를 벌여 제보 내용이 상당 부분 사실이라고 판단해 지난 3월 A씨와 홀트아동복지회를 고양경찰서에 고발했고 그로부터 6개월 만에 기소가 이뤄졌다.
ha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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