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찬사…냉전 끝낸 서구문화력과 비교
"단순히 연예 수출할지, 민주적 이상 전파할지 갈림길"
"단순히 연예 수출할지, 민주적 이상 전파할지 갈림길"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서구문화가 냉전 시대를 종식했던 것처럼 한국 문화가 한반도 사정에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계 미국인인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에 실린 기고문 '한국의 문화침공'(The Korean Invasion)에서 자신도 '오징어 게임' 시청자라며 "오징어 게임이 미국을 포함해 90개국에 제공되며, 넷플릭스의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징어 게임'은 세계를 강타한 가장 최근의 한국 문화일 뿐, BTS와 영화 기생충 등도 전례없는 성공을 거뒀다고 소개하며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과 일본 문화의 침투에 맞서는데 걱정해왔지만, 이제는 세계적인 소프트 파워(문화) 강국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소프트 파워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달콤한 과일로 북한 주민들을 유혹함으로써 북한 독재에 도전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냉전 시대에 맥도날드, 코카콜라,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스 등 서양 문화 수출로 소련을 붕괴시키고 냉전을 끝냈다며 한국 문화는 북한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테리 연구원은 "북한은 한국 문화 수출을 '남풍'으로 치부하고 '무기'로 경계하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은 중국으로부터 밀반입되거나 암시장에서 몰래 판매되는 USB 드라이브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보고, K-팝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예로 들며 이를 본 북한 주민들의 한국에 대한 동경이 더 커졌다는 탈북자들의 말을 전했다.
그는 "한국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대형 애드벌룬을 통해 책이나 CD 등 체제 선전물을 보내는 것을 금지한다"며 "그 반대로 남한 문화가 북한에 침투하도록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양 문화가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것 이상으로 한국 문화는 DMZ를 사이에 둔 공유된 문화를 발전시킴으로써 고통 부담이 적은 미래 통일을 이룰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한국은 북한을 넘어 민주주의의 가치를 증진하기 위해 한국 문화를 활용할 기회가 있다"며 한국 문화가 이미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아시아에서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할 만한 문화를 발전시킬 막강한 일을 해왔고 이제 더 힘든 일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상품을 수출하는 데 그칠 것인지, 거기에 더해 민주적 이상을 전파하며 문화적 스타파워를 굳히려고 하는지 질문을 던지며 기고문을 마쳤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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