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품 들어오면 이란 가전 기업 파산"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 최고지도자가 공식적으로 한국 가전제품 수입 금지령을 내렸다고 관영 통신들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런 현지 언론 보도는 한국 내 이란의 동결자금을 활용해 가전제품을 수입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도는 가는데 나왔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최근 대통령실과 산업광물통상부에 서한을 보내 이란산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 가전 완제품을 수입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신정일치 체제의 이란에서 최고지도자는 모든 정책의 결정권을 갖는다.
최고지도자실은 서한에서 "한국 기업 2곳이 생산한 가전제품을 수입한다면 국내 전자제품 기업이 모두 파산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 문제는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한에서 최고지도자는 기업명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한국 기업 2곳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인 것으로 풀이된다.
2018년 8월 미국의 대이란 제재 후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이란에서 철수했다. 이때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란 사업을 접었다.
2018년 한국 기업이 이란에서 철수할 당시 이란은 "이란은 어려울 때 도와준 친구를 잊지 않는다. 미국의 제재에 가담해 이란을 떠난 나라의 기업이 다시 이란에 진입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후 이란은 '삼'(SAM), '지플러스'(Gplus) 등 자국 기업을 육성했다.
미국 제재가 지속되고 이란 내 가전제품 가격이 오르자 일부 현지 언론은 한국업체 제품 판매가 재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호세인 탄하이 이란·한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6월 "한국의 공산품·전자제품·생산기계·기술장비 등을 수입하는 데 있어서 동결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며 무역 재개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이란 내 가전제품 생산업체들은 한국 제품이 수입될 경우 국산 가전 산업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란은 2010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이 계좌를 통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2018년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려 이 계좌를 통한 거래가 중단됐으며, 이란 정부는 이 동결 자금을 해제하라고 요구해왔다.
한국 내 이란의 동결자금은 70억 달러(약 8조3천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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