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청소노동자 유족, 학교 조사 불응키로…"못 믿겠다"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최근 사망한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유족이 학교 측의 조사를 믿지 못하게 됐다며 이를 15일부터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청소노동자의 남편 이모씨는 15일 서울대에서 열린 유족·노조 간담회에서 "어제까지는 학교에서 공정한 조사가 이뤄질 거라고 믿었지만, 이제는 (조사를) 거부한다"며 "오늘부터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학교) 안에 계신 분들이 이미 본인들의 성향을 언론을 통해 표시했다"며 "억지를 부리고 노조를 개입시켜서 학교에서 받아낼 수 없는 걸 우격다짐으로 받아내려는 모습으로 비하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대는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직장 내 갑질로 인한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여부를 학내 인권센터에 의뢰했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학생처 산하 기구로, 운영 위원으로 학생처장과 기숙사 관장 등이 포함돼 있다.
구민교 전 학생처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코스프레 역겹다" 등의 글을 썼다가 논란이 돼 보직에서 사임했다. 노유선 기숙사 관장은 조사 독립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고려해 인권센터 운영위원에서 면직됐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이하 노조)는 "인권센터에서 조사하는 것은 '셀프 조사'로 전혀 공정성이 없다"면서 "학생처장이 사임했지만, 수장의 인식이 그렇다면 실무자 인식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간담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식·이탄희·장철민 의원에게 노조와 학교, 국회의원, 현장 노동자,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대 인권센터 관계자는 "사건 조사는 법률·인권 전문가 등 전문 위원이 맡아서 하는 것"이라며 "운영위원은 예산 등 행정 업무를 담당할 뿐 사건 조사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 간담회에서 기숙사 안전관리 팀장 A씨의 갑질 의혹과 영어, 한문 문제 등이 출제된 2차 시험지 등의 내용을 공개했다.
노조 주장에 따르면 A씨는 고인이 회의에 나뭇잎 무늬 옷을 입고 오자 평가하듯이 '통과'라고 말했고, 청소노동자들이 제초 작업 등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자 임금을 줄여서 남는 인건비로 외주를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명이나 반박도 나오고 있다.
A씨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꽃무늬 옷을 입고 온 분들께 멋있다고 손뼉을 쳤는데, 고인이 '나는 나뭇잎 무늬를 입고 왔는데 손뼉 안 쳐주냐'고 해서 장난스럽게 대꾸하다가 똑같이 손뼉을 쳤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승진도 없고 인사고과 시스템도 없어서 복장을 갖추지 않으면 감점한다는 것도 농담일 뿐"이라며 "청소노동자가 평가절하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품위를 올려드리려는 목적이었는데 소화하기 어려운 분들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숙사 청소노동자 B씨는 "A 팀장은 아무런 죄가 없다"면서 "언론에 관련 기사가 나오기 전까지 시험, 회의 복장 등에 대해 노동자들끼리 불만이라고 얘기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B씨는 "이전 팀장은 청소 관리를 거의 안 했는데, A 팀장은 성격이 워낙 깔끔했다"면서 "이전에는 점심시간이 2시간 정도로 길었는데, A 팀장이 근로계약서대로 정오부터 1시까지로 정하자 쉬는 시간이 줄어 일부는 불만이 생겼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감점도 농담으로 알아들었고, 제초작업도 매년 하던 작업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 매체가 지난 2일 가슴 통증을 호소해 응급실로 이송됐다고 보도했던 또 다른 청소노동자 C씨는 당시 급체 증상을 보여 내원했고, A 팀장이 응급 이송 차량에 동승해 병원 수납 등을 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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