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일종의 기계'란 신념을 깨고 '가상현실'서 탈출하기
연합뉴스
입력 2020-09-22 14:34:04 수정 2020-09-22 14:34:04
디팩 초프라 신간 '메타휴먼'…"진짜 나를 한번 찾아보자는 초대장"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과학은 인간이 '일종의 기계'임을 증명하기 위한 시도를 끊임없이 펼치고 있다. 복잡한 감정조차 뇌에서 분비되는 각종 호르몬의 상승과 하강으로 설명되고, 범죄적 성향도 DNA에 각인된 것으로 보면서 인간은 유전자와 뇌세포에 의해 움직이는 로봇으로 여겨진다.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 내분비학을 전공한 내과의사 디팩 초프라는 신간 '메타휴먼(METAHUMAN·불광출판사)'에서 '인간은 일종의 기계'란 신념을 깨는 것이 '메타휴먼'이 되는 길이라고 제시한다.

과학은 유전자와 뇌에 대한 수많은 증거 자료들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결정적 증거'로 볼 수 없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질병과 관련된 유전적 변이의 5%만 해당 질병을 확실히 야기한다는 보고를 예로 든다. 즉, 나머지 95%는 단지 위험도를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킬 뿐이며 복잡한 방법으로 다른 유전자들과 상호작용한다.

인간이 DNA에 저장된 정보대로 움직이고 행동한다고 믿는다면 흑인은 여전히 미국 프로야구에서 선수로 뛸 수 없었을 것이다.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은 유전자를 근거로 흑인과 여성이 지능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펼치다 지난해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CSL)에서 명예직까지 박탈당했다.

뇌과학도 마찬가지다. fMRI는 특정 활동을 할 때 뇌가 어떤 모습인지 찍어내지만, 특정 뇌 활동의 모습이 동일하다고 모두 같은 활동을 하는 건 아니다. 글을 쓰게 하는 뇌의 활동이 무엇인지 밝혀냈지만, 똑같이 글을 써도 어느 쪽이 셰익스피어인지, 어느 쪽이 바보인지 구분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저자는 인간은 의식적인 존재로서, 창조와 변화의 잠재력이 무한하다며 초월(beyond)을 강조한다. 메타(meta)는 초월을 뜻하며 '보는 것이 믿는 것'인 세계를 넘어서는 현실을 '메타현실'이라고 정의한다. 자신의 현실이 '메타현실'이 될 때 '메타휴먼'이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진짜 나를 한번 찾아보자는 일종의 초대장"이라고 밝힌 저자는 인도 출신답게 고대 우파니샤드를 인용하며 '깨어남'에 이르는 방법을 알려준다.

우파니샤드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가지 위에 앉아 있는 두 마리 새와 같다고 한다. 한 마리가 나무 열매를 맛있게 쪼아 먹는 동안, 다른 한 마리는 그 모습을 사랑스러운 듯 지켜본다.

메타현실에 닿기 위해 어디론가 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두 마리 새처럼 삶이라는 축제를 즐기며 동시에 초연히 지켜보면 된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저자는 우리가 '가상현실'에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가상현실은 정보통신(IT) 기술로 구현하는 VR이 아니라 인간의 오감(五感)으로 만들어 낸 허상이란 의미로 설명한다. 콧속의 신경 종말이 어떻게 떠다니는 분자들을 장미향이나 쓰레기 냄새로 바꾸는지는 설명할 수 없으며 마음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메타현실은 순수의 부분이다. 그곳에서부터 경외심과 경이로움이 마음에 공급된다. 그것이 마음이 없는 상태는 아니지만, 이성적인 사고를 뛰어넘는다. 만약 스스로를 유한하고 국소적인 존재로 여기는 일상의 습관을 떨쳐버리고 깨어날 수만 있다면 각자에게 존재하는 잠재력, 진정한 본성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인간을 저자는 메타휴먼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깨어남이 뭔가 신비하고 비밀스러운 것이 아님을 드러내 보이는 것도 이 책을 펴낸 목표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메타휴먼에 이르기까지 31가지 과정을 일일계획 형식으로 구성했다. 그날의 격언 또는 통찰과 그에 대한 설명을 읽고 연습 방법을 따라 하면 깨어남에 이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첫 번째 날의 통찰은 '일상에서 현실에 대한 모든 경험은 지각으로부터 시작한다-소리, 색채, 모양, 질감, 맛, 냄새'이다. 연습 방법은 잠시 앉아 가장 단순한 경험과 함께 있어 보는 것이다. 빛, 따스함, 부드럽게 퍼지는 냄새. 충분히 이완해 이런 경험 속으로 들어가 오직 지켜본다. 그 순간 속으로 녹아들듯 이완함이 핵심이다. 그런 상태에서 정신적인 활동은 잦아들며 발생하는 직접적인 경험에 대한 관찰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고 한다.

김윤종 옮김. 504쪽. 2만원.


justdus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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