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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평범한 영웅들…더 나은 사회 향한 '선한 야망'

연합뉴스입력
뤼트허르 브레흐만 신간 '모럴 앰비션'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2001년 5월 22일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진은 한 사람의 뇌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결과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감마파 측정치가 신경과학계에 보고된 바 없는 놀라운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전전두엽에서 행복을 관장하는 왼쪽은 극도로 활성화돼 있었지만, 부정적 사고와 관련된 오른쪽은 활동이 거의 없었다.

뇌 속 행복 파동을 측정 불가 수준까지 활성화시킨 주인공은 분자유전학 박사 출신 프랑스 승려 마티유 리카르였다. 그가 '아름다운 뇌'를 만들기까지 명상으로 쓴 시간은 6만 시간이 넘었다.

이 승려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로 언론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긴 시간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렸다는 것을 높이 평가할 수도 있지만, 신간 '모럴 앰비션'의 저자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생각은 달랐다.

네덜란드 저널리스트이자 사상가인 저자는 "30년의 '풀타임 노동'에 해당하는 시간을 오로지 자신의 머릿속에 몰두한 채 보낸 사람"이라며 "30년 동안 타인을 위한 일은 거의 하지 않았을뿐더러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구에서의 한정된 시간을 자기 삶을 더 수월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데 쓰지 말고 세상을 위해 쓰자는 말이다.

그는 시간과 더불어 재능의 낭비도 문제 삼는다. 많은 사람이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도 의미 없는 일, 심지어 해로운 일에 매여있다는 것이다. 뛰어난 학력과 능력을 가진 이들이 인플루언서, 로비스트, 컨설턴트, 기업 변호사 등 일제히 파업에 돌입해도 세상이 돌아가는 데 아무 지장 없는 직종에서 엄청난 연봉을 받으며 일하고, 심지어 부유층의 탈세를 돕거나 수상쩍은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일을 한다고 저자는 비판했다.

이러한 낭비를 막을 핵심으로 그가 내세우는 개념이 '선한 야망'(moral ambition)이다. 이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이기적 야망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려는 선한 야망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더 높은 연봉이나 안정적인 커리어보다는 기후 위기나 극심한 불평등, 팬데믹 등 시대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재능을 사용하자는 주장이다.

저자는 전작 '휴먼카인드'에서 인간은 위기 속에서 어김없이 선한 본성을 보였다며, 선한 본성에 대한 믿음이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책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선한 야망은 이 시대의 소명"이라며 독자에게 선한 본성을 발현해 세상을 직접 바꾸라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선한 야망은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자는 "선한 야망을 펼치기에 늦은 때란 결코 없다"고 반박한다.

저자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 사례를 소개한다. 그러면서 세상을 바꾸는 것은 권력이나 집단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개인임을 보여주고, 독자들에게 당장 움직이라고 촉구한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기업 임원으로 일한 영국인 롭 매서는 2003년 6월 어느 날 TV에서 우연히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엄마의 실수로 인한 화재로 극심한 화상을 입은 2살도 안 된 여자아이 테리 이야기였다.

테리 생각을 떨칠 수 없었던 롭은 자선기금 마련을 위해 영국 해협 35.4㎞를 건너기로 했다. 친구 2명이 동참하면서 시작된 기부 수영에는 이후 몇 달간 73개국에서 1만명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테리가 평생 쓰고도 남을 후원금이 모였고, 롭은 생각 끝에 매년 5억명이 감염되고 매일 3천여명이 죽음에 이르는 말라리아 퇴치를 다음 목표로 삼았다. 2005년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세계 수영'에는 160개국에서 25만명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롭과 그의 팀은 세계 최대 규모의 말라리아 퇴치 자선단체가 됐다.

저자는 롭의 사례를 통해 평범한 사람도 어느 날 문득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질병을 퇴치하는 데 앞장설 수 있다며 "재능의 낭비를 멈추고 변화를 일으키라"고 재차 강조한다.

그는 "선한 야망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전염되는 것"이라며 "먼저 용기를 내고, 타인에게 행동을 요청하라. 당신이 건넨 작은 불씨는 거대한 혁신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루엔셜. 이정민 옮김. 404쪽.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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