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유 인정받길 원한 김정은, 中의 비핵화 침묵 통해 뜻이뤄"(종합)

(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송상호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 8일(현지시간) 평양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해 양국이 연합 전선을 구축함으로써 미국과 동맹국들에 맞설 잠재력을 과시했다는 미국 전문가의 평가가 나왔다.
비핵화 의제가 이번 회담에서 사실상 배제된 것을 두고는 북한과 중국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지역 안보 의장은 9일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 답변에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감추고 있는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은 동북아에서 자신들에게 더 유리한 힘의 균형을 구축하려는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회담 결과에 대해 "단결이 핵심 메시지이며, 이 연합 전선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맞설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중국과 북한이 자신감을 얻을수록 양자 간, 혹은 러시아까지 포함한 3자 간 연대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크로닌 의장은 회담 후 발표문에 북중 어느 쪽에서도 비핵화 표현이 등장하지 않은 것을 두고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를 저지하는 것보다 미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김정은은 전술적 승리에 집착하며, 강대국이 비핵화에 대한 언급을 생략할 때마다 북한의 '영구적 핵보유국' 주장이 정당성을 얻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번 회담을 통해 의도했던 목표 역시 "핵보유국의 일원으로서 위상을 높이고자 한 것"이라며 "이는 대내외에 메시지를 발신하기 위한 행보"라고 말했다.

북중이 '외교·법집행·군대 교류'를 북중 간 과제로 처음 언급하며 다각적인 교류·협력을 다짐한 것과 관련해선 "대체로 표면적인 수준의 안보 협력 강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구체적으로는 기초적 수준의 군사훈련이나 중국 주도 다자안보회의인 샹산포럼에의 북한 고위급 참석 확대 정도가 예상된다"며 "다만 실제로는 북중 간 전략적 메시지 조율과 김정은 정권의 경제 지탱에 필요한 필수 물자의 지속적인 공급에 더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크로닌 의장은 최근 북한의 대러시아 밀착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에서 중국이 러시아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여주려는 시 주석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도 평가했다.
엘런 김 한미경제연구소(KEI) 학술국장은 연합뉴스에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중국과 북한의 전략적 공조가 심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재확인하려는 중국의 노력의 일환이었다"며 "더 넓게는, 북한·러시아와의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고 미국과 일본의 압박에 맞서 균형을 맞추려는 중국의 노력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비핵화 언급이 빠진 데 대해선 중국이 "이 지역에서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증진하는 것을 새로운 우선순위로 삼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은 중국이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해주기를 원했으며, 비핵화 문제에 대해 중국이 침묵함으로써 이를 얻어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상회담 기간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해 중국이 침묵을 지킨 것은, 의도치 않게 한국으로 하여금 중국이 한국에 갖는 전략적 가치를 재평가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김 위원장에게 이번 회담은 지역 정세에서 북한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강조하는 계기가 됐다"며 "시 주석의 북한 방문은 올해 첫 해외 순방으로, 동북아 내에서 북한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여 석좌는 비핵화와 관련한 중국의 입장 변화에 대해 "비핵화가 10년 전만큼 중국에 최우선 과제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대사 대리는 연합뉴스에 보내온 서면 논평에서 북중이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해 "현행 대북 제재 체제를 어느 정도 위반하거나 우회할 소지가 있는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표면적으로는 시 주석이 비핵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미국과 북한 간 대화가 재개되기 위해서는 결국 비핵화 문제가 조율돼야 할 핵심 의제라는 점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의 도움이 있든 없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유산(legacy)을 위해서라도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을 한 차례 더 추진할 것으로 여전히 내다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시간과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안팎에서도 이에 대한 반대 기류가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 성사까지는 적지 않은 장애물이 남아 있다고 짚었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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