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중생 비극에 드러난 사법 실패…여론 공분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에서 아동 성범죄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던 남성이 11세 소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으면서 사법 당국의 부실 대응에 대한 여론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일간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11세 소녀 리안나는 지난달 29일 프랑스 남서부 플뢰랑스 인근에서 실종됐다.
가족과 경찰이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지만 리안나는 끝내 이달 4일 플뢰랑스에서 약 10㎞ 떨어진 한 농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유력한 용의자는 리안나 친구의 아버지인 41세 제롬 바렐라다. 그는 자신의 차량으로 리안나를 인근 수영장까지 데려다준 사실은 인정했지만, 소녀의 죽음과는 무관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후 수사 판사 심문 과정에서도 모든 질문에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렐라가 체포된 뒤 그의 과거 이력이 알려지면서 프랑스 사회에는 공분이 확산했다.
그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아동 성범죄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8월에는 한 10세 소녀의 부모가 자기 딸이 바렐라로부터 여러 차례 성폭력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학적 검사 결과 성범죄 정황이 확인됐지만, 수사 당국은 신고 접수 이후 9개월 동안 바렐라를 단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프랑스 여론은 수사기관이 당시 사건을 제대로 수사했더라면 리안나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사법 당국의 책임을 강하게 추궁하고 있다. 제랄드 다르마냉 법무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다르마냉 장관은 이번 사건이 "국가기관의 충격적이고도 용납할 수 없는 실패"를 드러냈다고 인정하면서도 사퇴 가능성은 일축했다.
그는 이날 상원 청문회에서 "이 사건의 문제는 자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새로운 법도, 더 많은 예산도, 더 나은 정보기술(IT) 시스템도 부족한 것이 아니다"라며 "바로 강간 사건을 우선순위로 다루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다르마냉 장관은 앞서 검찰에 아직 처리되지 않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고소 사건 약 7만 건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리안나의 부모를 대리하는 변호사는 그러나 "사법부에 할당되는 자원과 그 효율성"이 "문제의 핵심"이라며 "나는 경찰, 판사, 법원 서기들이 처리해야 할 서류 더미에 짓눌려 있는 모습을 봤다. 또 그들이 포스트잇이나 종이 한 뭉치를 구하려고 애쓰는 모습도 봤다. 현실이 이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사는 또 "7만 건의 민원을 검토하겠다는 건 허황한 말일 뿐"이라며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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