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장관 "예루살렘 다시 우리 손에"…이스라엘 발끈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튀르키예의 한 각료가 이스라엘이 수도로 여기는 예루살렘을 해방시켜 자국 통제 아래 둬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해 이스라엘의 거센 반발을 샀다.
8일(현지시간) 무스타파 치프트치 튀르키예 내무장관의 엑스(X·옛 트위터) 게시물을 보면 그는 지난 6일 집권 정의개발당(AKP) 행사 연설에서 "주여, 제게 단 하루만이라도 예루살렘 주지사 자리를 허락해달라"라고 기도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치프트치 장관은 "다마스쿠스, 알레포, 카라바흐의 해방을 목격했듯이 신의 뜻대로 언젠가는 예루살렘의 해방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그곳들은 다시 우리의 것이 될 것"이라며 "신의 뜻대로라면 그곳들은 다시 우리의 통치와 통제 아래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프트치 장관은 이같은 생각을 품게 된 이유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라는 "세계적인 지도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치프트치 장관의 발언에 AKP 당원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고 한다.
이같은 언급은 튀르키예 공화국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이 과거 예루살렘을 비롯해 다마스쿠스, 알레포 등 시리아 영토와 카라바흐 등 아제르바이잔 주변 캅카스 지역 일부를 통치했던 역사적 맥락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의 경우 2024년 12월 친튀르키예 반군의 지원에 힘입은 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의 수장 아메드 알샤라가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를 축출하고 정권을 잡으면서 약 14년에 걸친 내전이 막을 내렸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오랜 기간 영토 분쟁을 벌인 캅카스산맥 고원지대 나고르노-카라바흐의 경우 2023년 9월 아제르바이잔이 튀르키예의 강력한 지지 속에 이 일대를 완전히 장악한 바 있다.

이처럼 최근 수년간 주변국 갈등에 깊이 관여해온 튀르키예는 2023년 10월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을 계기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투쟁 세력을 지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해왔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3개 종교의 성지인 동예루살렘 일대를 점령하고 예루살렘을 자국 수도로 삼았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예루살렘을 수도로 삼아 이스라엘에서 독립하겠다는 입장이다.
치프트치 장관의 이같은 발언이 나온 다음날 이스라엘 외무부는 영문 성명에서 "깨어나서 커피 향을 맡아라"고 꼬집었다. 이는 정신을 차리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의미로 쓰이는 관용구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부패했던 오스만 제국은 영원히 사라졌다"며 "예루살렘DC(다윗의 수도)는 영겁의 이스라엘 수도로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루살렘DC'는 이 도시의 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이스라엘 외무부는 미국 수도인 '워싱턴DC'를 떠올리게 하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이스라엘과 '맹방' 미국이 최근 중동 분쟁에서 밀착하고 있음을 과시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히브리어와 튀르키예어로 동시에 성명을 내고 "예루살렘은 콘스탄티노플(동로마제국 시절 이스탄불의 지명)이 아니고, 이스라엘은 몰락하는 십자군 제국이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카츠 장관은 "이스라엘은 모든 위협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할 역량을 입증한 강하고 단호한 국가"라며 "예루살렘은 3천년간 유대 민족의 수도였고, 앞으로도 영원히 이스라엘의 수도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당신과 에르도안이 꿈꾸는 오스만 제국은 이미 붕괴했고, 결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츠 장관은 "안타깝게도 당신은 튀르키예를 근대국가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노력한 아타튀르크의 유산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며 "오히려 당신은 튀르키예를 암흑의 퇴보적인 시대로 되돌리려고 한다"고 일갈했다.
튀르키예의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는 세속주의 정책으로 공화국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총리로서 집권을 시작한 2003년부터 이제까지 자국 통치에 이슬람주의를 반영하며 지지를 확보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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