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수백만시간 뒤지는 AI…푸틴 경호체계까지 흔들어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새로운 인공지능(AI) 첩보 능력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카메라에 겁을 먹게 됐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보안당국이 푸틴 대통령과 그의 최측근 인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특수 감시시스템의 가동을 한동안 부분적으로 중단한 적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기사에 이런 제목을 붙였다.
폐쇄회로(CCTV) 데이터를 AI로 분석해서 암살 표적의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이 존재함을 러시아 측이 알게 돼 위기감을 느끼고 이런 조치를 취했다는 내용이다.
이런 기술의 존재는 올해 2월 28일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1939∼2026)와 그의 최측근 인사들을 암살하는 데 성공한 일을 계기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당시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AI 영상분석 기술을 활용한 분석 결과와 전통적 정보 수집 방법으로 입수한 내용을 종합해 하메네이와 국가안보 분야 고위 인사들의 회의 장소와 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 정부는 보안 카메라가 숙련된 해커나 이스라엘 스파이들에게 쉽게 뚫릴 수 있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으나, 최근에 개발된 기술은 단순히 영상을 검토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이 기술이 새로운 점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에서 특정한 행동과 패턴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으로, 최근 몇 년간 AI가 급격히 발달하면서 비로소 가능하게 됐다.
이를 통해 인간이 모두 검토하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한 수백만 시간 분량의 영상을 AI가 검토해서 지정된 요건에 맞는 정보를 찾아낼 수 있게 됐다.
FT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보요원들은 이 기술을 활용해 테헤란의 복잡한 지형을 지도화하고, 고위 관리 경호원들의 행동 패턴을 찾아냈으며, 수천 대의 교통 카메라에서 나온 수백만 시간 분량의 영상에서 표적들을 구분해냈다.
이들은 이 정보를 첩보요원 등 다른 경로로 입수한 정보와 종합해서 정확한 회의 장소와 시간을 알아낼 수 있었다.
FT는 이런 기술의 복잡한 수학적 원리에 정통한 취재원들을 익명으로 인용해 AI 기술의 시각 정보 분석 능력이 2023년께 급격히 강화됐고, 약 1년 전에 다시 한 번 도약했다고 설명했다.

최신 기술은 얼굴 인식, 총기 탐지, 차량 제조사나 번호판을 통한 차량 추적을 가능하게 했던 과거의 이른바 머신러닝 알고리즘보다 훨씬 더 정교하다고 FT는 전했다.
구형 도구들은 수십 개 수준의 사전식 설정 검색만 가능했지만, 새 도구들은 영상에 언어 기반 검색을 적용했다.
예를 들어 '가방을 서로 주고받는 두 남성', '외모를 바꾼 사람', '하루에 여러 차례 옷을 갈아입은 사람', '최근 도색된 차량', '짧은 시간 안에 같은 지점을 여러 차례 지나간 차량' 등을 언어 기반 검색으로 찾아낼 수 있다.
이런 기술을 자국 도시들에 사용하고 있는 한 유럽 국가 관계자는 "우리는 물체가 아니라 행동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가 열린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싱가포르 내무부를 고객으로 둔 이스라엘 스타트업 '콘투어'(Conntour)의 최고경영자 마탄 골드너는 "간단히 말하면, 컴퓨터가 보는 것에 대해 우리가 언어로 컴퓨터와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은 역사상 처음"이라고 FT에 말했다.
그는 "적의 정보원을 단순히 지켜볼 수 있는 능력은 특별하거나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수천 시간, 수천 개의 영상 피드 속에서 찾고 있는 바로 그 순간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세계에서 정말, 정말 새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보안당국은 푸틴을 보호하기 위한 감시 시스템이 오히려 적국에 의해 이용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일단 한동안 시스템 가동을 중지했다.
그 후 해킹당할 우려가 없도록 인터넷에서 완벽하게 차단됐는지 엔지니어들의 철저한 검토를 거치도록 한 후에야 시스템을 재가동했다.
이 시스템은 러시아 보안당국이 모스크바의 시민들을 지켜보는 30만 대 가까운 카메라 감시 시스템과는 별개라고 FT는 설명했다.
FT는 이런 기술들을 보유한 나라들로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을 꼽으면서 중국도 관련 투자와 기술 도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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