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이 치켜세운 배그용 RTX 스파크, 로봇과 같은 메모리 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 주말 일정에는 PC방이 세 곳이나 끼어 있었다. 6월 7일 그는 강남 신논현역 일대 PC방을 돌며 크래프톤과 엔씨의 게임 이용자들과 어울렸고, 배틀그라운드 팬들에게는 치킨을 돌리겠다고 약속했다. 대기업 총수들과의 회동 사이사이 굳이 게이머 곁을 찾은 주말이었다.
첫 방문지 옵티멈 존 PC에서 황 CEO가 직접 꺼낸 것은 차세대 칩 N1X와 이를 얹은 인공지능(AI) PC 플랫폼 RTX 스파크였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함께 선 자리에서 노트북 화면에는 배틀그라운드와 서브나우티카2, AI 동료 캐릭터 PUBG 앨라이(Ally)가 떠올랐다. 이어 찾은 포털 PC에서는 엔씨의 아이온2와 신더시티가 RTX 스파크로 구동됐다. 게임 구동과 AI 추론을 한 기기에서 처리한다는 게 그날의 메시지였다.
하루 뒤인 8일 오전, 그 RTX 스파크가 인프라 발표의 한가운데로 옮겨갔다.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메모리 장기 공동개발 계약을 맺으며, 그 메모리가 들어갈 제품에 RTX 스파크 PC를 올렸다. 게이머가 올가을 손에 쥘 AI 노트북의 성능이 메모리 공급 계약과 곧장 연결된 셈이다.
같은 메모리가 향하는 곳은 게임 기기만이 아니다. SK하이닉스가 함께 키우기로 한 곳에는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컴퓨팅 플랫폼 젯슨 토르(Jetson Thor)도 들어 있다. 게이머의 노트북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같은 차세대 메모리를 나눠 쓰는 구조다. 크래프톤은 올해 초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루도 로보틱스(Ludo Robotics)를 세웠고, 7일 행사에서도 배틀그라운드·인조이 최적화와 함께 로보틱스 협력을 논의했다. 게임 개발에서 다듬은 가상 환경 기술을 로봇 학습으로 옮긴다는 크래프톤의 구상은, 게임용 기기와 로봇용 기기를 한 생태계로 묶는 엔비디아의 흐름과 맞물린다.
RTX 스파크를 끌어안은 게임사는 크래프톤과 엔씨만이 아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발로란트를 얹는 라이엇 게임즈를 비롯해 넷이즈, 레메디, 엑스박스 등 100곳 넘는 소프트웨어·게임 개발사가 합류했다.
같은 날 발표는 규모도 컸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 각(GAK) 세종에 엔비디아 DSX 플랫폼을 들여 초기 55메가와트(MW)에서 기가와트(GW)급으로 AI 팩토리를 확장하고, SK텔레콤은 DSX 기반 GW급 AI 클라우드를 지어 2027년 첫 가동을 목표로 잡았다. 로봇 쪽도 같은 주에 움직였다. 엔비디아는 LG그룹·두산그룹과 피지컬 AI와 AI 팩토리 인프라 협력을 잇따라 발표했다. 통신사와 메모리, 제조 대기업으로 번진 한 주였지만, 게임 매체가 들여다볼 지점은 따로 있다. 게이머 손의 노트북, 게임사가 만들 로봇, 그 안에 들어갈 메모리가 한 회사의 로드맵 위에 나란히 놓였다는 사실이다.
PC방에서 팬들에게 보여준 장면이 단발 이벤트가 아니라 게임 기기와 메모리, 로봇으로 이어지는 설계의 첫 화면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