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우리가 손흥민 팬이었지 토트넘 팬이었냐"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충주시 인구가 20만인데 팔로워가 20만 사라졌네"·"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 참는 나라"·"2026 이전 충주시 이미지: 충주맨, 2026 이후 충주시 이미지: 시기, 질투"….
지난 13일 이후 충북 충주시 유튜브 채널 '충TV' 게시물에 달린 댓글들이다.
'충TV'를 통해 지자체 유튜브 홍보 붐을 일으킨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이 13일 사직을 알리자 닷새만에 구독자 20만여명이 빠져나간 '사태'가 화제다. '충TV' 구독자 수는 97만명에서 20일 현재 75만명으로 뚝 떨어졌다.
'직장내 왕따'설 등 루머가 퍼진 가운데 진위를 떠나 구독자 20만여명이 닷새만에 썰물처럼 빠져나간 '현상'이 분석과 해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공공 채널이 사실상 '1인 미디어'의 길을 걷다 취약점을 드러냈다는 지적과 함께 경직된 공직 문화에 대한 대중의 집단 항의라는 해석이 나온다.

◇ "충주맨 아니었으면 충주에 관심도 없었다"
김 주무관은 13일 '충TV'에 게시된 '마지막 인사'에서 "공직에 들어온 지 10년, 충주맨으로 살아온 7년의 시간을 뒤로하고 이제 작별 인사를 드리려고 한다"며 갑자기 사직을 발표했다.
그러자 "김선태 없으면 구독취소지"·"우리가 손흥민 팬이었지 토트넘 팬은 아니었던 것처럼"·"경기도 사는 내가 충주시 소식을 알 이유가 이제는 없어졌다"·"어떻게 충주시를 사랑하겠어. 충주맨을 사랑하는 거지"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리며 '충TV' 구독자 이탈 사태가 벌어졌다.
누리꾼들은 그간 '충주맨' 때문에 '충TV'를 봤다며 그가 떠나면 구독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충주시의 홍보채널이지만 '충TV' 인기는 '충주맨' 개인 팬덤 덕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 새삼 환기된 것이다. 충주맨의 사직 인사는 일주일만에 조회수 500만회, 댓글 2만7천900여개를 모았다.
스레드에는 "역설적으로 특정인의 인기에 의존한 지자체 온라인 홍보는 그저 허울뿐이라는 것을 반증했다"(mi***)·"솔직히 충주맨 아니었으면 충주에 관심도 없었다"(ow***)·"충주라는 이름을 저만큼 널리 알린 사람이 있을까?"(ki***) 등의 목소리가 올라왔다.
직장인 임모(29) 씨도 "영상이 대체로 다 짧아서 출근 시간에 자주 봤는데 충주맨이 퇴사한다니까 별 기대가 안 돼서 구독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대학생 김모(25) 씨는 "충주맨이 없었다면 제가 지금 충주라는 곳을 모르고 있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주무관이 직장 내 왕따를 당했다는 설이 가세하자 이를 '팩트'로 받아들인 구독자들은 실망과 분노를 표했다. 이에 김 주무관이 17일 왕따설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한번 퍼진 루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충TV' 댓글창에는 "옆 지역에서 일했습니다. 이쪽 텃세 미쳤죠. 진짜 잘 버티셨습니다. 공직에서 잘난사람, 튀는사람은 조용히 사라지죠", "6급 승진 이후 기존 7급들의 분노가 대단했고, 그걸 시장이 케어해줬으나 이미 3선으로 막아줄 방패가 사라짐", "현직 공무원입니다. 김선태 주무관은 이미 매우 튀는 인물로 조직 내에서 시기질투로 인한 미움도 크게 받고 있을거라 더 남아있는 건 본인 생존이 어려울 지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등의 '해석'이 이어졌다.
앞서 김 주무관은 지난달 유튜브 채널 '이면서다'에 게시된 '충주맨이 프리선언하면 과연 잘 될까? | 임터뷰 EP.6-1 충주시 홍보맨'에서 '주변에 시기·질투가 상당할 것 같다"는 질문에 "대놓고 하진 않지만 없지 않아 그런 얘기는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2024년 4월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수제'의 '나도 유튜브나 할 걸? 특급 승진 질투하는 동료에게 일침 날린 충주맨 | 아침먹고 가2 EP.13'에서는 9급에서 6급으로 승진한 것에 대해 "시청 내에서 지지율이 30% 이상 정도 됐지만 (승진 후) 15~20%로 급락했다. 어떤 동료는 승진했다는 걸 보고 '나도 유튜브나 할 걸 그랬다'고 사람들이 듣게 항의하기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스레드 이용자 'ki***'는 "지금 사람들이 구독 취소를 누르는 이유는 김선태 주무관이 그동안 공직사회에서 받았던 시기질투에 대한 분노로 유튜브 구독자가 절대 '딸깍'으로 만들어지지 않음에 대한 표현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본래 유튜버들이 말 많이 나와도 어지간한 일로는 조회수만 빠지지 구독자는 잘 안 빠진다. 지금 이 상황은 의도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이 글에는 하트 3천700여개가 달렸다.
17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공무원들 질투라며 욕하는 사람들 많네. 솔직히 충주맨 개인 유튜브화된 거 맞잖아?"라는 글이 올라오자, "충주맨 없었으면 아직도 지자체 유튜브 전부 옛날 20년 전 ucc 감성이었을 듯"·"사람들 도파민 채워주고 얼굴 팔리면서 영상 찍을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개인 유튜브화가 된 거지. 그러니까 인재라고 하는거고"·"충주시를 살렸으니 합당한 대가를 받는 게 맞는데 그걸 시기질투하는 무능력자가 있으니 문제다" 등의 반박이 달렸다.

◇ "공정·정의에 어긋났다고 생각해 집단행동 벌어져"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닷새만에 20만명 이탈하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최근 임성근 셰프의 유튜브 채널 '임짱TV' 구독자 수만 보더라도 논란 이후 한 달간 7만명 줄어든 정도다.
임 셰프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로 지난달 인기 절정을 달리던 중 과거 음주운전과 폭행 전력이 드러나 곧바로 추락한 사례다. '섭외 1순위'였다가 하루아침에 모든 방송에서 '손절'당할 정도로 여파가 컸지만 '임짱TV' 구독자 수는 지난달 18일 99만명에서 20일 현재 91만9천명을 기록 중이다.
그에 비해 '충TV' 구독자가 닷새만에 20만명 감소한 것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집단 의사 표시'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구독 취소 사태를 집단 행동으로 판단한다면, 공정 내지 정의의 개념에 어긋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같은 집단 행동을 벌였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해명글이 올라왔지만 왕따설의 진위와 상관 없이 많은 사람이 구독을 취소한 것은 구독과 같은 소통 도구를 집단 행동의 수단으로 삼아 김 주무관에게 공감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짚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도 "'충TV'의 구독자 수가 급락한 상황을 소비자가 선택으로 의사를 표현한다는 '소비자 주권' 측면에서 본다면 공직 사회에 대한 대중의 응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설모 씨는 "김 주무관이 충TV를 성공시킨 공으로 9급에서 6급으로 고속 승진한 것은 학벌·스펙을 떠나 능력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줬는데 정작 공무원 조직 내에서는 왕따를 당해 사직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젊은층의 분노의 방아쇠를 당긴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1인 미디어'의 특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공공 채널 활동에서 지양해야 할 선례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평론가는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는 채널 주인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며 "비록 개인 채널이 아닌 충주시 공식 채널일지라도 사람들은 김 주무관이 나오지 않는 영상을 소위 '짝퉁'이라고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유튜버들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더라도 팬덤의 도리와 기본적인 선호도가 있기 때문에 구독자들이 구독을 취소하는 수순까지 잘 이어지지는 않지만, 충주맨의 경우 진행자가 아예 하차한 것이기 때문에 큰 타격을 입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이변들이 채널의 운명을 좌우하는 속성으로 굳어지게 되면 공공 채널의 충성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1인 미디어가 가지는 특성에는 무엇이 있고 무엇이 유지돼야 하는지를 알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j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