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 건조' 한미 정상문서 명문화…전략자산 확보 숙원 푼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한미정상회담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요청해 동의를 끌어냈던 핵잠수함 확보 문제가 문서로서 담보된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의 30년 숙원인 핵잠 확보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접 팩트시트의 주요 내용을 발표하면서 "한미 양국은 대한민국의 수십 년 숙원인,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필수 전략 자산인 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기로 함께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한미가 공동으로 발표한 팩트시트에도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다. 미국은 이 조선 사업의 요건들을 진전시키기 위해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명문화됐다.
한국은 이미 잠수함 선체와 소형 원자로 건조 능력은 대부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연료로 쓸 농축 우라늄 확보 문제였는데 팩트시트에 이 문제에서 미국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적시된 것이다.
핵잠을 어디에서 건조할지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지만, 정부는 한국에서 건조한다는 전제 하에 미국과 협의가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핵잠수함을 어디서 건조할지 결정이 됐냐'는 질문에 "(한미) 정상 간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 내 건조를 전제로 진행됐다"며 "그래서 건조 위치에 대해선 일단 (국내로) 정리됐다고 본다"고 답했다.
위 실장은 "배(잠수함)는 여기(국내)에서 짓고, 원자로도 우리 기술로 할 수 있다"며 "미국으로부터 연료를 받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장소로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를 지목한 적이 있어 이 문제가 완전히 정리되는 데는 추가 협의가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필리조선소에는 잠수함 건조 시설이 없고 한국에서 제작한 부품 반입 문제, 원자로 건조 장소, 유지·보수·운영(MRO) 문제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아울러 연료 확보 문제를 놓고도 추가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존 한미 원자력협정은 평화적 목적에 국한됐기 때문에 핵잠 원료 확보를 위해선 한미가 별도의 협정을 맺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으로 미 행정부 내 있을 수 있는 반대 기류는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미 의회의 승인이라는 관문도 넘어야 한다.
이와 관련, 위 실장은 호주가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를 통해 핵잠수함을 공급받은 사례를 거론했다.
그는 "호주의 오커스 가입을 참고해보면 미국의 원자력 관련 법률 91조에 있는 예외 조항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했다"며 "그런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모든 것은 앞으로 협의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핵잠에 설치되는 원자로는 핵물질 감시 및 추적이 어렵기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과 협의해 핵잠 원료인 농축 우라늄이 핵무기 개발에 전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검증하는 방안을 수립해야 할 수도 있다.
핵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군 당국은 배수량 5천t급 이상 핵잠수함을 2030년대 중반 이후에 4척 이상 건조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핵잠수함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단군 이래 최대 무기 도입 사업으로 불린 한국형 전투기 KF-21 사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F-21 사업의 총사업비는 개발비(8조1천억원)와 양산비(8조4천억원)를 합해 16조5천억원이다.
위 실장은 잠수함 건조 일정에 대해 "목표 시기가 특정돼 있지 않지만 대개 (건조에) 10년 가까이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따라서 빨리 시작해서 시기를 앞당겨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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