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클루니 "유명세 늦게 찾아와 행운…인생 공부가 먼저"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다행히 저에게는 유명세가 늦게 찾아와서, 스타가 되는 법을 알기 전에 인생을 사는 법을 먼저 배울 수 있었습니다."
배우 조지 클루니는 노아 바움백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제이 켈리'에서 극 중 최고의 인기 배우인 제이 켈리 역을 맡았다.
제이는 젊은 시절부터 수많은 히트작에 출연했고, 60세의 나이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며 어딜 가나 사랑받는 영화배우다. 자연히 배우 조지 클루니의 생애와 겹치지만, 조지 클루니는 제이와의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많다고 말한다.
12일 넷플릭스가 공개한 일문일답에서 조지 클루니는 "'제이 켈리'는 스타 배우로서만 뛰어났고, 배우 외의 다른 일에는 서툴렀다"면서 "자신이 좋은 친구나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는 인기를 한참 늦게 얻은 것이 행운이었다고 항상 생각한다"면서 "그 덕분에 실제 삶에서 '제이 켈리'처럼 되지 않는 법도 배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제이 켈리'는 은퇴 시기를 고민하는 톱스타 제이가 배우로서의 영광과 인간으로서의 후회 등 지나간 삶을 돌아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톱스타의 화려한 일상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삶에 대한 고민을 진솔하고 적나라하게 묘사해 만인의 공감을 자아낸다. 제이는 부와 명예, 연기력과 외모 등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는 비현실적 인물이지만, 조지 클루니는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관객들의 몰입을 이끈다.
조지 클루니는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이 배역을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대본이 정말 아름답고,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고 돌아봤다.
노아 바움백 감독은 구상 단계에서부터 제이 역에 조지 클루니를 염두에 두고 작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클루니는 이렇게 완성된 시나리오를 받고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합류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조지 클루니는 "노아는 자기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천재형 감독"이라면서 "그의 연기 지도를 받는 게 무척 즐거운 일이었다"고 전했다.

조지 클루니는 특히 롱테이크(길게 찍기)로 촬영된 오프닝 장면과 시각효과 없이 세트와 카메라 이동만으로 장면을 전환하는 방식을 연출의 백미로 언급했다.
'제이 켈리'의 오프닝 장면은 프로듀서와 매니저, 카메라맨, 보조 인력들이 톱니바퀴처럼 어지럽게 뒤엉키는 촬영 현장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스태프 간의 대화와 가족과의 전화 통화 등으로 소란스럽던 현장은 제이의 연기가 시작되자 순식간에 고요해진다. 현장 인력 모두가 숨죽인 채로 제이의 연기만을 바라보는 과정은 조지 클루니의 연기를 보는 관객들의 시선과 겹친다.
조지 클루니는 "30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오프닝 신은 시나리오에서 10페이지를 차지하는 롱테이크 장면인데, 정말 짜릿하고 흥미진진했다"고 돌아봤다.
또 "예를 들어 비행기에서 과거 연기 수업 당시로 넘어가는 회상 장면에서는 비행기 세트와 연기 수업 세트가 겹치게 만들었다"면서 "시각적인 면에서 굉장히 인상적이고 새로운 시도"라고 평했다.
다음 달 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제이 켈리'는 오는 19일 극장 스크린을 통해 먼저 관객을 만난다. 제82회 베네치아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내년 3월 열리는 제9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도 성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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